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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칠칠 Dec 18. 2020

오늘 할 일: 짬뽕 먹고 스파이더맨 보기

칠월 구일. 퀸 빅토리아 빌딩


    시드니 주립 미술관에서 걷고 걸은 우리는 지난번 내 꼬까옷을 샀던 퀸 빅토리아 빌딩과 시청 부근에 도착했다. 퀸 빅토리아 빌딩을 지나쳐 시청 부근으로 시드니 남부에 가니 그곳도 번화가였다. 여러 가지 가게들과 프렌차이즈가 늘어져 있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그곳에서 공차를 봤다는 거다.


    원래 잘 안 사 먹는 음식이라도 생각하지 못하던 곳에서 발견하면 반갑지 않은가? 알라와 나는 냉큼 공차 안으로 들어가 블랙티를 시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때 시간이 슬슬 저녁을 먹을 때였는데 우리는 뭘 먹을지 결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알라와 같이 머리를 맞대고 그동안 뭘 먹었는지 되짚기 시작했는데 슬슬 국물을 먹을 때였다. 딱 그때였다. 밥이나 쌀은 안 땡기는데 국물은 꼭 먹어야 하는 날.


    전날에 근처 영화관에서 호주에서 두 번째로 보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을 예매해둔 차라서 그 근처에서 국물 요리를 먹어야 했는데, 그때 우리가 고른 곳이 한국인이 운영하는 중식당이었다. 적당히 쌀쌀한 날씨에 뜨끈한 짬뽕 국물이 그렇게 맛있는 조합일 수 없지 않은가.


    우리가 들린 중식당은 카오카오였다. 메뉴판에서 보는 한국어가 얼마나 반갑던지... 냉큼 짬뽕과 탕수육을 시키고는 단무지를 먹으며 기다렸다.



    그리고 짬뽕과 탕수육은 그 맛이 한국과 다르지 않아서 더 맛있었던 것 같다. 애초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중국집에서 한국 짬뽕 맛이 나지 않고 다른 맛이 난다면 실망했을 것 같다. 고향과 다르지 않고 똑같기 때문에 더 맛있게 느껴졌던 짬뽕과 탕수육이다. 숙소에서 애매하게 먼 거리만 아니었다면 한 번은 더 방문했을 것 같다.







    중식으로 배를 채운 우리는 근처 건물에 있는 EVENT라는 영화관으로 향했다. 멜버른에서 토이스토리4를 봤던 것처럼 영화표를 내밀고 찢길 줄 알았는데 여기는 또 확인만 하고 들여보내줬다. 영화표를 찢는 건 호이츠만의 특징인가 보다.



    사실 스파이더맨을 예매할 때 못 알아들으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이 들었다. 토이스토리는 어린아이들도 많이 보는 영화이니 발음이라던가, 대사 속도가 조금 더 느릴 것이라는 예상으로 위안을 삼을 수 있었지만, 스파이더맨을 만드는 마블 영화는 다 큰 어른들이 많이 보지 않는가. 과연 내 리스닝이 자막도 없이 영화 대사를 들을 수 있을 정도인지 걱정이 됐다.


    그렇지만 그동안 호주에서 시간을 보내고 일상에서 영어만 들었던 귀가 트인 것인지 대사 대부분이 들렸다! 어려운 단어나 처음 듣는 단어 빼고 문장이 거의 다 들려서 스파이더맨 영화 흐름을 따라가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마블로 돌아와 우리의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을 다 보고 브리즈번에서는 라이언 킹 실사 영화를 볼까 고민했는데, 영 평이 별로라 그냥 한국에 가서 좀 더 고민한 뒤에 보기로 했다. 아마 평이 더 좋았다면 스파이더맨을 보고 생긴 넘치는 자신감과 함께 다시 한번 더 영화관에 들렀을지도 모를 일이다.






유리창에 비친 나와 알라의 모습


    그날 밤에는 숙소로 터벅터벅 걸어오다 문득 숙소에 사둔 물이 없다는 걸 깨닫고 편의점에도 들렸다. 생각해보면 호주 물값은 교통비가 비싼 정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정말 비싸서 공짜 물을 주는 곳이라면 정말 원 없이 물을 마셨던 기억이 있다. 플라스틱 텀블러를 다들 꼭 챙겨가시길!


    아무튼 쉬엄쉬엄, 교양도 채우고 재미도 챙겼던 시드니에서의 하루가 또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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