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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칠칠 Dec 19. 2020

시드니에서 지내는 두번째 숙소

그리고 드디어 먹는 제대로 된 한식!


    약 열흘 정도 머무른 시드니에서 숙소를 한 곳만 잡는다면 얼마나 따분하겠는가? 게다가 숙소가 죄다 밋밋하고 단조롭다면 여행의 재미가 조금 사그라들 수도 있다.


    알라와 나는 어차피 우리 돈으로 여행 다녀오는 거, 숙소 다섯 곳 중에서 한 곳은, 그리고 시드니에서 묵을 두 숙소 중에서 한 곳만큼은 정말 멋진 뷰를 가진 곳에서 지내다 오자고 결정했다.


    그렇지만 아무리 비성수기라고 해도 이름난 호텔은 이름난 호텔인 법. 대학생 지갑 사정도 모르고 하늘 높게 치솟은 가격대를 보고서는 뷰를 포기해야 하는 건가, 하고 매일매일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호주 왕복 비행기 표를 70만 원에 구한 알라가 있지 않은가? 어느 날 알라가 호텔 특가를 발견했다며 나에게 달링 하버 바로 근처에 있는 하얏트 리젠시 시드니 호텔을 보여줬다!


    동가격대비 뷰도 좋았고, 우리가 가려던 달링 하버 옆에 있어서 위치도 좋았다. 이전 숙소가 시드니 동쪽에 있었다면 이 숙소는 시드니 서쪽에 있던 셈이었다. 우리는 숙소에 쓸 금액 중에 3분의 1을 이곳에 쓰고 나머지를 쪼개고 쪼개 다른 숙소에 썼다.


    그래서 하얏트 호텔에 만족했느냐면 전반적으로는 만족했다. 아쉬움을 느낀 부분은 없었는데, 제공하는 서비스 대비 이용한 서비스 개수가 적어서였다. 오전 6시부터 10시까지 유료로 제공하는 조식도 먹지 못했고, 와인 바에서 인당 한 잔씩 무료로 주는 와인도 알라와 나 둘 다 술을 잘 못하는 편이라 마시지 못했다. 우리가 좋아하는 건 도수가 낮은 칵테일이라, 달링 하버 근처에 있는 칵테일 바에 가서 마시기로 했다. 그곳에서의 이야기는 다음에 하겠다.


    위치도 좋았다. 달링 하버 쪽으로도 걸어서 5분 거리였고 시드니 시청 쪽으로도 걸어서 5분 거리였다. 물론 시드니 첫 번째 숙소에서 걸어갈 때는 커다란 캐리어 하나와 가방 하나를 끌고 가느라 첫 번째 숙소와의 거리가 그렇게 멀게 느껴졌지만 나중에 다시 바 레지오를 방문할 때면 그렇게 멀지도 않았다. 시드니가 은근히 좁은 도시인 건가, 그럼?






    아무튼, 그렇게 낑낑거리며 호텔에 도착한 우리는 느지막한 아침을 먹었다. 드디어 우리가 한국에서 바리바리 싸 온 반찬과 햇반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잡곡밥, 카레, 김, 깻잎장아찌, 김치, 장조림. 한국에 있었다면 혼자 차려 먹어서 그럭저럭일 한 끼였을 텐데, 이 주가 넘어서 먹으니 이 조합이 그렇게 꿀맛일 수가 없었다. 와인잔에 담아 데운 카레도 그날따라 더 달았고, 깻잎 장아찌는 장아찌 국물 한 방울도 너무 아까웠다. 사 온 김치는 또 얼마나 맛있었고. 한국에서는 설렁탕 같은 국물 먹을 때만 먹던 김치였는데, 이곳에서는 국물 없이도 김치를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나는 밥을 가져왔고 알라는 반찬을 가져왔는데, 밥을 6개밖에 가져오지 않아 한 끼를 먹자 4개로 훅 줄어든 게 아쉬웠다. 달링 하버 근처에 아시안 마켓이 있다는 걸 알아낸 우리는 달링 하버를 돌아다니며 밥을 다 먹었을 때쯤에 들리기로 하며 점심 산책을 위해 달링 하버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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