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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칠칠 Dec 23. 2020

착한 이름에 그렇지 못한 도수, 롱 아일랜드 아이스티

칠월 십일일. 사이렌 바 그릴 씨푸드


    갈매기에게 알 수 없는 1패를 당한 나는 알쏭달쏭한 기분으로 미리 점 찍어둔 음식점으로 향했다. 사이렌 바 그릴 씨푸드. 스테이크와 해산물 요리를 내오는 개방형 레스토랑이었다. 내부 공간도 바깥과 연결돼 있어서 가게 안이라고 해도 바깥소리와 바다소리를 전부 들을 수 있었다.


    알라와 나는 예약을 하진 않았지만, 다행히 2인석이 많이 남아 있어 자리를 골라 앉을 수 있었다. 방금 전에 갈매기에게 당해서인지 우리는 바다와 조금 거리가 있는 야외석을 골라 앉았다. 그래봤자 또 갈매기 서너 마리가 기웃댄 건 마찬가지였지만...


    메뉴를 고르고 먼저 주문을 해야 하는 곳이라 우리는 안주 하나와 각자 칵테일을 시키기로 했다. 알라와 나는 둘 다 술을 잘 못 하기도 하고 부어라 마셔라 마시는 분위기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아서 알코올 도수가 낮은 칵테일을 주문하기로 했다.


    하지만 술알못이 칵테일을 알면 얼마나 알까. 메뉴판을 펴서 읽어도 이게 어떤 술인지 알 수가 없으니 대충 이름만 보고 좀 도수가 낮을 법한 술을 시켜서 제발 도수가 낮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스트로베리 칵테일을 시켰고, 알라는 롱 아일랜드 아이스티를 시켰다. 안주로는 오징어 튀김을 주문했다.





    주문한 칵테일이 먼저 나왔는데, 두 칵테일 모두 비주얼이 화려해서 우와, 하고 좋아했다. 사진도 요리조리 각도를 따져가며 찍었는데, 과연 마음에 들었다.





    내가 시킨 건 스트로베리 칵테일인데, 연분홍빛 칵테일에 잔 끝에는 짠 소금이 둘려 있었다. 딸기도 꽂혀있었지만 먹기에 상태가 영 좋아 보이진 않아서 그냥 뺐다.


    알라가 시킨 롱 아일랜드 아이스티는 립톤 아이스티처럼 갈색빛이 돌았는데 잔 위로 갈수록 색이 연해져 그라데이션을 볼 수 있었다. 두 칵테일이 담긴 잔 모양도 달라서 요모조모 잔을 뜯어 보는 재미도 있었다.


    예쁜 칵테일 모습을 어떻게든 담아내기 위해 둘 다 못하는 부메랑 기능도 이용해봤다.



위하여!



    남은 호주 여행도 성공적이길 바라며 잔을 부딪친 우리는 각자 칵테일을 한 모금씩 마셨고, 둘 다 꽤 만족했다! 알라가 말하길 롱 아일랜드 아이스티가 목 뒤로 술술 넘어갈 만큼 알코올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고, 나는 역시 술을 못 마시는 편이라 그래도 알코올 맛이 느껴져 몇 모금 마시지 못했다. 알라가 나보다 술을 잘 마시는 편이라 알라가 칵테일을 잘 골랐다고 생각하며 곧이어 나온 오징어 튀김을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는 알지 못했다.


    롱 아일랜드 아이스티라는 말랑한 이름 뒤에 숨겨진 어마무시한 알코올 도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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