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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칠칠 Dec 30. 2020

브리즈번에서 처음으로 사용한 우버

생활감이 가득한 택시


브리즈번!


    시드니와 멜버른에 이어 호주 제3의 도시로도 유명한 이 도시는 앞선 두 도시와는 사뭇 다른,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시드니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호주의 느낌이라면 멜버른은 그 느낌에서 문화적인 요소를 덜어내고 도회적인 요소를 좀 더 추가한 느낌이다. 그에 비해 브리즈번은 멜버른이 가진 도회적인 느낌에 기후가 아열대적인 느낌이랄까?

    어쨌거나 이 브리즈번에 늦은 밤에 도착한 알라와 나는 처음으로 우버 택시를 써봤다. 이후 미국에 가서도 주구장창 쓰게 될 이 우버는 돌아보니 우리나라의 택시와 별반 다를 건 없었다. 다만 아무래도 일반인이 투잡 느낌으로 하는 택시다 보니 탑승하는 차량에서 생활감이 묻어 나오는 느낌이 있었다. 이 생활감이 나는 마음에 들었는데,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탑승을 돕는 것 같았다.


    우리가 탄 우버 택시 운전사는 호주에서 그 귀한 물을 인당 하나씩 페트병으로 주는 서비스 정신을 보여줬다. 그때 이미 호주 물값에 넌더리가 난 우리는 이게 웬 횡재냐, 라는 마음으로 물병을 반갑게 받아들였다. 스몰 토크도 나눴는데, 그분은 우리가 한국에 왔다고 하니 KPOP을 좋아한다고, 그중에서 블랙핑크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새삼 KPOP 덕을 봤던 저녁이었다.


    친절한 우버를 타고 우리는 우리가 묵을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는 이비스 스타일 브리즈번이었는데, 그 사용 후기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셀프 세탁실 최고, 와이파이 유료 최악.



    첫 번째로 다녀갔던 멜버른의 숙소보다 더 많은 셀프 세탁기와 건조기를 보유해서 굉장히 편리했던 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물론 숙소의 규모가 컸던지라 15분에 한 번씩 세탁실에 내려가서 세탁기 자리가 비었나, 하고 확인해야 했지만 알라와 교대로 다녀와 2번 만에 자리를 하나 잡았으므로 그다지 애로 사항으로 꼽고 싶지는 않았다. 게다가 세탁실에 세탁에 필요한 세제가 구비돼있던 점이 좋았다. 물론 유료였고 우리 같이 단기로 다녀가는 여행자들이 쓰기에는 좀 많은 양이었다. 하지만 늦은 밤에 세제를 사러 나가지 않아도 되는 점이 편리했다.


    하지만 이 좋은 셀프 세탁실의 느낌을 한 방에 날릴 만한 나쁜 점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와이파이가 유료라는 점이다. 유료로 그냥 유료가 아니다. 무진장 비싸다! 당시 우리가 이용하는 통신사에서 추가로 데이터를 구매해서 사용하는 편이 더 저렴했을 정도니 얼마나 비싼지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도록 하겠다. 참고로 추가로 데이터를 구매해서 드는 비용은 5기가에 10달러도 채 되지 않는 가격이었다.


    너무나도 쾌적했던 셀프 세탁실이나 좋다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무리였던 와이파이 유료 외에 이 숙소에는 대체로 만족했다. 넉넉한 침대 크기나 블루투스 음향기기, 널찍한 화장대 외 도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창문을 향해 있는 목재 책상까지. 대부분의 숙소가 화장대 하나만 있는 걸 생각한다면 책상이 하나 더 있는 건 확실히 물건을 더 늘어놓을 수 있어서 편리했다.


    늘어지게 짐을 정리하고 짐을 들고 숙소까지 오느라 지친 몸을 침대로 풍덩 담근 알라와 나는 다음 날부터 이 브리즈번에서 로컬이 되기 위해 호다닥 잠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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