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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칠칠 Dec 31. 2020

멜버른 먹방 일기 (5) 칠리?? 스크램블 에그

칠월 십육일. 브리즈번 Coffee Anthology


    늦은 밤에 브리즈번에 도착한 우리는 다음 날 아침 느즈막히 일어나 어디에서 아침 겸 점심을 먹을지 고민했다. 한국에서나 호주에서나 변함없는 건 끼니 걱정이었는데, 잘만 이용하던 여행앱에 브리즈번이 업데이트 되어 있지 않아 더 찾기 어려웠던 것 같다.


    구글 지도를 그때서야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그때 처음으로 구글 지도에 여러 식당 추천이 뜬다는 걸 알았다. 메뉴부터 영업시간, 사진까지 상세하게 나와 있었는데 과연 빅데이터답게 내가 방문했던 장소에 맞춰 좋아하는 음식이 있을 법한 식당이 검색하니까 여러 개 나왔다.


    멜버른에서도 시드니에서도 브런치는 언제나 성공적이라서 브리즈번에서도 그 정도로 맛있는 브런치를 먹고 싶었다. 멜버른에서는 프렌치토스트, 시드니에서는 수플레 케이크를 먹었으니 브리즈번에서는 포슬포슬한 달걀을 먹고 싶었다. 나는 닭과 계란을 정말 좋아하는데, 엄마가 언제 아침에 내가 일어날 때 사람이 아니라 닭 모습으로 일어날까 봐 무섭다고 할 정도였다. 그런 내가 거의 2주간 치킨은커녕 달걀도 못 먹고 있는데, 슬슬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법했다.


    그날 우리의 일정은 밥을 먹고 브리즈번 근처를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햇살도 좋고 호주에서는 잔디밭을 마음껏 밟고 다닐 수 있으니 브리즈번과 골드코스트에서는 아무것도 생각 말고 그냥 푹 쉬고 귀국하고 싶었다. 그래서 꼭 방문할 곳 두어 곳만 정해두고 나머지는 그냥 돌아다니고 가고 싶은 곳을 발이 닿는 대로 가자는 계획을 세워둔 참이었다.


    기왕 다음 일정이 숙소 근처를 돌아다니는 것이니 가는 길에 식당을 찾고 싶었고 우리는 내가 원하는 그 계란 요리를 파는 브런치 식당을 찾을 수 있었다. 숙소에서부터 3블럭 떨어져 있는 ‘Coffee Anthology’라는 식당이었다. 그곳에서 브런치를 먹기로 한 우리는 겨울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초봄다운 날씨에 감탄하며 간단한 스웨터 하나만 입고 나들이를 나섰다.


    도착한 식당은 식당 내부 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먹을 수 있었는데, 바람이 불지 않아 선선한 날씨라 우리는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나는 칠리 스크램블 에그에 베이컨을 추가했고 알라는 크로아상 베네딕트에 연어를 추가했다. 그리고 멜버른에서 마셨던 플랫 라떼를 각자 한 잔씩 주문했다. 메인 디쉬에 추가할 수 있는 사이드 디쉬에 따라 가격이 1~2달러 정도 차이가 났는데 훈제 연어와 베이컨, 돼지고기까지 다양하게 추가할 수 있는 점이 좋았다.





    플랫 라떼가 먼저 파스텔 블루 색깔의 머그컵에 나왔고 차례대로 우리의 브런치가 나왔다. 라떼 아트가 그려져 있었는데 어떻게 보면 공룡 같기도 하고 예쁘게 보려고 노력하면 백조 같기도 하다. 뭘 그리들 어떠한가, 깔끔한 라떼 맛이기만 하면 됐지!





    내가 주문한 칠리 스크램블 에그는 토스트 위에 커다랗게 오믈렛처럼 구워진 계란, 그 위에 뿌려진 매콤한 소스와 그 옆에 따로 있는 하얀색 크림으로 구성돼있었다. 칠리라고 해서 칠리소스를 기대했는데 칠리소스보다는 덜 달지만 그 나름의 매콤한 맛이 제법 맛있었다. 많이 맵지 않고 적당한 달달함과 매콤함이 합쳐진 맛이었다. 그 소스도 계속 먹다 보면 맵찔이인 나는 조금 매울 때가 있었는데 그때 그 옆에 있는 크림에 찍어 먹으면 매운 게 나아졌다.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맛이 마요네즈 같았다.


    그리고 정말 기대했던 스크램블 에그! 혹시 에그드랍의 그 계란을 아는가? 정말 딱 그 계란처럼 포슬포슬하고 부드럽고 달콤했다! 브리즈번에서는 시간도 며칠 남았는데 왜 이 브런치를 한 번 더 먹을 생각을 못 했는지, 그게 너무 아쉽다. 느끼하지도 않고 우유를 넣은 것 같이 부드럽고 따뜻하게 한 입을 다 채우는데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스크램블 에그가 딱 내 취향이었다. 거기에 추가한 베이컨을 마요네즈 같은 하얀 소스에 찍어 먹으면 적당한 느끼함과 고기를 씹어 나오는 육즙이 또 다른 맛있음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정말 여러모로 마음에 쏙 들었던 브런치였다.





    그렇게 맛있는 브런치를 먹기 전에 그 모습 그대로 알라와 셀카를 찍고 싶어서 좁은 테이블 사이 거리를 조정하며 어떻게 하면 화면 안에 나와 알라, 그리고 우리의 멋진 브런치가 모두 나올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러자 우리끼리 핸드폰을 가지고 이리저리 돌리는 걸 보던 우리 옆 테이블의 중년의 두 여성이 우리에게 사진 찍어줄까요? 라며 먼저 말을 걸어주셨다! 우리는 반갑게 웃으며 감사히 핸드폰을 넘겨드렸고 그분들은 멋지게 우리가 찍고 싶은 사진을 찍어 건네주셨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이런 호의는 정말이지 몇 달이 지나도 기억 속에 생생하다. 기분 좋게 사진도 남기고 맛있는 브런치에 연신 감탄한 우리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는 우리의 두 사진가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곧이어 자리를 떠나 퀸 스트리트 몰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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