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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칠칠 Jan 03. 2021

브리즈번에서 만난 K-치킨,
네네치킨

feat. 쪼끄만한 치킨 무


    브리즈번에 대해서 이 여행기를 쓴지 고작 4개, 5개째 쓰는 중인데 브리즈번에서는 정말 여행객다운 일정을 소화하지 않았다는 걸 체감한다. 그렇다면 무슨 뜻이냐, 브리즈번에서야말로 우리가 ‘로컬’ 같은 행동을 했다는 뜻이다! 여행 19일째가 돼서야 호주의 분위기에 조금 고개를 삐죽, 하니 내민 것 같다.


    그렇게 브리즈번에서 보내는 3일 차에 알라와 나는 호텔에서 시티뷰도 보고 느지막하게 점심시간이 다 지나서야 호텔 밖으로 가 지난번에 눈도장만 찍어뒀던 서점도 들리기로 했다.


    숙소에서 5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에 퀸 스트리트로 다시 나갔다. 여러 사람이 바쁘게 오가는 공간은 반쯤은 직장인 것 같기도 했고, 또 반쯤은 우리와 같은 여행객, 또 다른 사람들은 이곳 주민인듯 했지만 점심시간이 다 지나서 나온 사람들을 구경했던 거라 어떤 사람인지는 잘 감이 오지 않았다. 그렇지만 다들 바쁘게 어디론가 가는 걸 보니 이 브리즈번에 대해 다 잘 아는 사람인 것만 같아 부러웠다. 브리즈번에서 보내기로 계획한 일정이 오늘이 마지막이었고 내일이면 다음 도시로 이동해야 해서 더 부러웠던 것 같다. 어쩌면 이 호주 여행의 끝이 분명하게 다가오고 있었다는 걸 새삼 체감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기 상어 뚜루루 뚜룹



    서점으로 가는 길에 잠시 편집샵도 들려서 진열된 귀여운 상어 인형들도 사진에 담아봤다. 그 상점에 텀블러를 팔고 있었는데, 그때 텀블러를 살 걸 그랬다. 호주에서 돌아와 보니 왜 호주의 비싼 물가에 불평만 하고 해결하려는 생각을 못 했는지 모르겠다.


    짧게 든 아쉬움은 후다닥 마음 한 켠에 담아두고 우리는 방문하고 싶었던 서점으로 들어갔다. 1층을 슬쩍 보기만 해서 바로 서점이 나올 줄 알았는데 2층이 서점이고 1층에는 다양한 다이어리와 스케쥴러가 나열돼있었다. 다이어리! 다이어리 꾸미기를 도전만 했다가 늘 실패한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참 구미가 당기지만 그 엔딩을 알기 때문에 내밀어지는 손을 거두기 바빴다. 사두고 안 쓰는 건 진짜 아깝다. 환불도 못 하게 바다 건너 도시에서 사 온 다꾸 물품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후다닥 2층으로 도망치듯 올라오자 우리나라 서점과 굉장히 비슷한 구조의 서점이 보였다. 광화문 교보문고와 느낌이 비슷했는데, 책이 진열된 방식이나 아동 책이 있는 위치도 비슷했다. 차이점이라면 아동 책이 있는 코너에는 정말 미취학 아이들을 위한 폭신한 밑바닥도 준비돼있었다. 놀이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질의 바닥이었다.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한국과 비슷한 점을 찾아 조금 으쓱거리는 기분을 안고 서점을 유유히 나왔다.


    서점에서 한국과 같은 점을 발견한 그 날에는 왠지 모르게 한국의 것을 하나 더 발견한 날이었다. 저녁을 먹기 위해 우리 숙소 옆에 있었던 마켓에 들어갔다. 백화점이라기엔 뭣하고 상점이라기에는 여러 가지 브랜드가 한곳에 모여 있는 유형이었다. 이곳에서도 아시안 마켓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일반 호주 마켓보다 아시안 마켓에서 사는 물이 조금이나마 더 저렴해서 이곳에서 1.5리터 생수통 두 개를 사갔다.


    이곳에서 저녁으로 먹을만한 것을 찾다가 의외의 브랜드를 발견했는데, 바로 네네치킨이었다! 세상에, 네네치킨이라니. 최칠칠 체감상 인지도 랭킹상 3위 안에 들지 않는 브랜드라 그런지 브리즈번에서 발견한 네네치킨은 굉장히 반가웠다! 저녁으로 먹을 메뉴는 그렇게 바로 정해졌다. 바로 네네치킨 후라이드다!


    네네치킨에서 뭘 먹을까 고민하는데 그 앞에 주문을 기다리는 인원이 서너 팀 정도 있었다. 한국의 치킨이 외국에서도 정말 통하는구나, 를 새삼 느낀 날이었다. 맨날 외국인에게 해설을 해주거나 해외 칼럼을 읽을 때 별그대에서 유행한 치맥이 진짜 유행하는 건가, 싶은 때가 간혹 있었는데 정말 한국 브랜드가 호주에서 영업을 하는 걸 보니 어딜 가나 맛있다는 기준은 어느 정도 똑같구나, 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후라이드와 양념 반반을 사가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다음날 체크 아웃을 위해 짐을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셀프 세탁실을 열심히 들락날락거렸다. 우리의 마지막 숙소에는 세탁실이 없다는 걸 확인해서 이때 하는 빨래가 마지막 빨래였다.


    아무튼 짐 정리를 대강 하고 적당하게 식은 치킨 포장을 열어 검지와 엄지에만 끼는 비닐장갑을 끼고서 조그만 사이즈의 치킨 무에 웃으며 치킨을 모두 먹은, 브리즈번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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