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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칠칠 Jan 04. 2021

우주인과 만나고 골드코스트로!

칠월 십구일. 브리즈번에서 골드코스트로


    브리즈번에서 우리의 마지막 도시로 이동하는 날 아침은 날씨가 정말이지 완벽했다. 호주에 와서 날씨가 좋지 않았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는데, 그 좋았던 날 중 또 좋았던 날을 고르자면 아마 이날이 아니었을까.


    이제는 익숙한 체크아웃을 하고 여전히 무거운 캐리어를 질질 끌고 우리는 기차역으로 향했다. 브리즈번과 골드코스트가 비행기를 타기에는 가까운 거리라서 비행기는 질리도록 탔던지라 이색적인 기차를 예매했다. 기차라고 하기에는 조금 애매한데, 어째 구글 지도에는 지하철 마킹으로 나와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결국 타봤더니 기차였기 때문에 우리는 기차를 예매한 것이라고 믿고 캐리어를 끌고 늘 향하던 브리즈번 동쪽이 아닌 서쪽으로 향해 나아갔다. 우리 호텔이 늘 보여주던 풍경으로 발을 내민 셈이었다. 무거운 캐리어를 낑낑거리며 후다닥 횡단보도를 다 건너고 브리즈번 강을 가로지르는 빅토리아 브릿지를 걸어가는 중이었다. 어떤 코스프레를 하는 무리가 일렬로 쭉 걸어 나가는 걸 보게 됐다.


그 무리 가운데서 우주인을 봤다!





    진짜다. 진짜 우주복을 입은 우주비행사였다! 무엇을 위한 퍼레이드였는지 알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캐리어를 끄느라 헉헉거리던 우리는 다리 위에 멍하니 서서 그들을 보다가 서로 반갑다며 다리 맞은 편에서 손을 흔들어줬다. 사진을 찍은 타이밍도 참 절묘해서, 저 깃발을 든 우주인이 우리와 딱 마주 볼 때 사진을 남겨둘 수 있었다. 호주 끝에서 우주인을 보고 온 느낌은 지금 생각해도 참 묘하다.





    우주인과 만나고 건너온 맞은 편에는 브리즈번 단어 알파벳을 커다랗게 3D로 구현한 조형물이 있었다. 브리즈번 사인 Brisbane Sign 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조형물이다. 새삼 알라와 나의 호주 여행에 따르는 운이 너무 좋았다고 생각하게 되는 지점인데, 우리가 우연찮게 발견했던 멋지고 유명한 조형물과 만난 타이밍이 우리가 의도하거나 계획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기대하지 못했던 우연과 인연이 행복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이 호주라는 나라와 이번 여행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지 않았을까?


    브리즈번 사인은 알록달록하게 브리즈번 단어를 꾸며둔 조형물이다. 이 조형물을 여기다 둔 것도 정말 포토존을 노리고 만들었구나, 라고 느낄 정도로 사진의 각도가 예술이었다. 특히 우리가 브리즈번을 떠나는 날에는 날씨가 정말 쨍쨍하니 환상적이어서, 내가 찍은 사진처럼 그 알록달록한 화려함이 더욱 돋보였다. 게다가 브리즈번이라는 글자 뒤로 보이는 수많은 빌딩과 그로부터 나오는 브리즈번이라는 도시의 생동감. 이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짧은 4일이었지만 그 기간에 느꼈던 활력을 다시금 느끼는 것 같다.






    브리즈번 사인을 뒤로하고 한 블록 뒤에 있는 사우스 브리즈번 역에 도착했다. 이곳에서부터 골드코스트로 가는 알라와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기차 여행이 시작됐다. 이 기차 여행은 사우스 브리즈번에서부터 시작해서 1번의 환승을 거쳐 골드코스트에 도착하는 루트다. 기차 여행을 계획했던 만큼 요금은 도시 간 비행기 요금보다 좀 더 저렴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게다가 사람도 없어서 우리 몸만 한 커다란 캐리어를 안고 타도 자리가 아주 넉넉하게 많이 남았다.





    기차를 기다리는데 그 역의 생김새가 일본의 JR과 비슷해서 필터를 이용해 그 분위기를 내보려 했다.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알라와 함께 투 샷을 찍다가 도착한 기차에 낑낑거리며 짐을 옮기고 골드코스트로의 기차여행을 칙칙폭폭 시작했다.





    기차가 부드럽게 호주의 평야를 지나갔다. 그리고 그 평야에 드문드문하게 보이는 호주의 소 떼. 한가롭게 풀을 뜯어 먹고 끝이 과연 있을까? 싶은 거대한 목장의 넓이. 그래서 호주 고기가 마블링이 더 멋지게 만들어지는 건가? 마블링은 모르겠지만 이렇게 소가 평화롭게 지내서 더 맛있는 걸까? 고기 맛이라고는 이제 신맛만 구별할 줄 아는 나의 한가로운 고민거리였다.






골드코스트!


    호주 퀸즐랜드에 있으며 4개 시로 이루어진 도시다. 브리즈번 남쪽 교외 지방이다. 거대한 모래사장과 서핑으로 유명한 해변 관광휴양도시다. 알라와 나의, 이 호주 여행기에서 등장하는 마지막 도시기도 하다. 이 사부작거리는 골드코스트에 마지막으로 트램을 타고 도착한 알라와 나는 마지막 숙소에 체크인하며 맛있는 쿠키 세트를 받았다. 구글링으로 알아봤더니 리모델링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호텔이라고 해서 주는 것 같았다.


    자, 또 아침도 못 챙기고 도착한 알라와 나는 호텔로 돌아올 때 눈도장을 찍어둔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오픈 시간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이 거의 없는 팀이라 조금 여유롭게 메뉴를 고를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한 곳이었다.





    열심히 고민해서 우리는 새우 토핑이 가득 올려진 피자리조또 조합을 시켰다. 버섯이 가득하게 들어간 리조또였는데, 탱글한 피자 역시 맛있었지만 기억에 남은 건 리조또 안에 큼직하게 썰린 버섯이었다! 원래도 버섯을 좋아하는데, 그 버섯을 씹으며 나오는 버섯 특유의 고기를 닮은 듯, 닮지 않은 식감과 리조또의 단맛, 그리고 버섯 속에 숨겨진 재료 자체의 단맛이 함께 어우러져 순식간에 리조또를 먹어 치웠다! 피자는 두 조각 정도 남겼던 것 같다. 정말이지, 피자에 한해서는 내 입이 짧아지는 것만 같다.


    브리즈번에 이어 골드코스트에서는 이렇다 할 관광지를 날마다 정하진 않아 시간이 날 때마다 열심히 호주의 바다를 보러 발걸음을 그곳으로 향했다. 골드코스트에 도착하고 레스토랑에서 밥을 모두 먹고 나온 시간대가 저녁이라서 골드코스트를 한가롭게 걷기 시작한 시간대는 늦은 저녁이 됐다.


    거리의 가로등이 비춰주는 골드코스트의 거리 곳곳에는 황금색 모래가 이곳저곳 뿌려져 있었다. 그 조그만 모래 언덕을 밟으며 나는 소리는 그야말로 ‘사부작사부작’이었다. 그렇게 우리를 반겨주는 듯한 사부작거림을 끝저녁의 소리로 삼은, 골드코스트에서의 첫날밤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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