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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칠칠 Jan 05. 2021

슈퍼맨이 지하철에 갇힌 날 구해주는 곳

칠월 이십일. 워너브라더스 무비 월드


    바로 전편에서 골드코스트에 머무는 날마다 계획을 딱히 세우지는 않았다고는 했지만 바로 다음 날, 내가 꼭 가고 싶다고 해서 일정에 넣은 관광지 겸 놀이동산이 있었다.


바로 워너브라더스 무비 월드다!


    워너브라더스 무비 월드. DC 세계관을 모티프로 모든 놀이기구를 디자인한 놀이동산이다. 배트맨과 슈퍼맨, 원더우먼 등 여러 슈퍼히어로의 특징과 힘을 빼닮은 놀이기구들이 여기저기 놓여 있었다. 놀이기구의 높이나 길이, 짜릿함의 정도는 그야말로 디즈니랜드보다 더 우위에 있었다고 개인적으로 평하고 싶다. 호주 여행을 다녀온 다음에 다녀온 디즈니랜드는 정말 재미가 없었다. 생각해보면 디즈니랜드에는 어린아이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있어 대부분의 놀이 기구가 어린아이가 무서워할 정도의 난이도로 만들어져 있었지만 이 워너브라더스 무비 월드는 대부분이 성인이 짜릿해 할 정도로 만들어져 있었다. 디즈니랜드는 추억을 위해 가기 좋고 워너브라더스 무비 월드는 진정한 매운맛 놀이기구를 즐기기 위해 가기 좋은 것 같다. 이 여행기를 읽는 분들이 참고해서 다음 여행 일정을 짠다면 도움이 될 듯하다!


    하지만 이 워너브라더스 무비 월드의 단점이라면 정말 작다는 점이다. 놀이기구 하나하나가 정말 재미있고 몇 번이고 다시 타고 싶을 정도의 중독성이 있지만 그 개수가 적어 아, 이런 종류의 기구가 하나만 더 있었다면 더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놀이기구의 양보다는 질에 집중한 느낌?


    아무튼 그때 워너브라더스 무비 월드를 방문했을 때 나는 2018년에 개봉한 아쿠아맨으로 DC가 만든 놀이동산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푼 상태였다. 우리가 호주에 다녀온 그해에 샤잠! 이 개봉했지만 그 영화로 샤잠에 대한 기대감이 차진 않아서 물붐만 기대하며 워너브라더스 무비 월드에 도착했다.


    여러 가지 리뷰를 봤고 대부분이 놀이기구의 장기간 점검 기간에 분통을 터뜨리는 글이라 걱정했지만 내가 탔던 게 대부분 재미있어서 나는 그닥 갔던 게 나쁘지 않았고 되려 충분히 즐기다 왔다!





    탔던 놀이기구들을 쭉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DC 라이벌스 하이퍼코스터가 가장 앞에 있어서 그 놀이기구 줄에 호다닥 섰다. 기다리는데 오래 걸리지도 않았지만 기다리는 동안에도 여러 판넬에 DC의 슈퍼히어로가 그들의 가장 대표적인 빌런과 싸우는 모습이 그려져 있어서 그걸 코믹스 그림체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물붐에 차 있던 내가 가장 재밌게 본 건 역시 아쿠아맨과 블랙만타의 격투 장면이었다. 아쿠아맨 실사 배우와 코믹스 아쿠아맨이 많이 다르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코믹스 버전으로 커다랗게 보니 정말 아예 다른 스타일의 배우를 캐스팅했구나, 싶었다.


    처음으로 탄 이 하이퍼코스터는 90도 가까운 각도로 슝 떨어져 속도는 어마무시했지만 높이나 놀이기구 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은 점이 아쉬웠다. 아무래도 매운맛을 좋아하는 한국인인 나는 이미 에버랜드 T-익스프레스를 타본 경험이 있어 더욱 아쉬웠던 것 같다. 조금만 더 길었으면 그만큼 재미있었을 텐데!


    그다음으로 타 본 롤러코스터는 슈퍼맨 이스케이프다. 알라와 두 번째로 같이 탄 롤러코스터이자 마지막으로 같이 탄 롤러코스터였다. 놀이기구를 많이 타지 못하는 알라라 그다음에는 양해를 구하고 최대한 빨리 롤러코스터를 혼자 타고 오는 거로 계획을 변경했다. 그 점도 알라가 배려해줘서 감사했다 :)


    그리고 이 슈퍼맨 이스케이프가 이 워너브라더스 무비 월드의 진국이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질 타긴 탔다. 로드 러너 롤러코스터나 아캄어사일럼도 탔지만 아직도 내 기억에 강렬하게 남아 있는 건 이 슈퍼맨 이스케이프다. 얼마나 자세하게 기억하고 있냐면 이 롤러코스터 설정까지다. 탑승객들은 직장인이고 우리는 모두 지하철을 타고 가던 도중 지하철로를 공격한 빌런 때문에 지하철이 도중에 멈춰버린다. 그리고 그 지하철에 갇힌 우릴 구해주기 위해 슈퍼맨이 지하철을 통째로, 한순간에 강한 힘을 줘 밖으로 밀어낸다는 설정인데, 이 강한 힘을 뻥!!! 하고 준다는 점에 강렬한 포인트가 있다.


    진짜, 목이 뒤로 꺾일 듯이 순간 폭주하며 지하철을 가장한 롤러코스터가 급출발한다!


    게다가 그 폭주하는 순간 슈퍼맨의 나레이션이 압권이다.


    3, 2, 1, Go.


    어떻게 보면 평범한 나레이션인데 그 나레이션을 헨리 카빌이 해준다면 얘기는 또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 나레이션의 끝에 급출발하는 롤러코스터는 순식간에 최고점에 도달해 한 번도 느려지지 않는 속도로 미친 듯이 질주하는데, 그 쾌감만큼은 다른 놀이기구가 T-익스프레스만 못하다며 불평했던 과거의 나를 반성하게 했다. 여기에 힘주려고 그랬던 것이면 인정한다. 진짜, 워너브라더스 무비 월드에서 가장 길고 가장 커다란 놀이기구인 만큼 그 재미는 장난 아니다. 다시 호주에 간다면 하루 골드코스트를 찍고 오는 한이 있더라도 이 놀이기구만 주구장창 타고 올 테다.


    그때도 어찌나 이게 재미있던지 알라에게 양해를 구하고 나 혼자 이 롤러코스터 줄에 세 번이나 서 있었다! 혼자 줄에 서서 30분은 기다리진 않았고 가끔 홀수로 오는 그룹에 남는 자리에 앉을 인원을 구하는 직원의 요청을 귀신같이 알아듣고 열심히 팔을 흔들어 한자리 꿰찬 덕분에 줄을 선지 5분 만에 타고 내려와 알라가 놀란 적도 있을 정도다. 진짜, 진짜, 진짜 재밌었다. 몇 년 동안 에버랜드 못 가서 억울했던 걸 여기서 다 푼 정도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포토 스팟이 많았다. 배트맨 영화에서 곧잘 보던 배트카나, 그다음 해에 솔로 무비로 제작돼 글로벌 히트친 조커 캐릭터 판넬이라던가. 온갖 슈퍼히어로가 나와 손 인사를 해주는 퍼레이드도 구경하는 기회도 있었다. 원더우먼부터 슈퍼맨, 배트맨, 그린랜턴 등 여러 히어로가 나와 인사하는 퍼레이드는 그야말로 10년 만에 보는 것이라 더 들뜨게 했다. 어째 남은 사진이 없어 이 여행기를 쓰며 사진을 찾을 때 아쉬웠다..





    마지막으로는 기념품점이었는데, 친구 중에 유독 DC를 좋아하는 녀석이 있어서 그 친구를 위한 머그컵도 골랐고 워너브라더스 슬레이트도 하나 구매했다. 아직도 분필을 구하지 못해서 그 슬레이트 위에 무언가 적어놓지를 못했는데, 이 여행기를 공개했을 때는 무언가 적혀져 있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튼, 마지막으로 고심 끝에 구매를 마친 나와 알라는 그대로 워너브라더스 무비 월드에 안녕을 고했다. 비록 돌아가는 방법을 찾느라 조금 버벅거렸지만 눈치껏 버스를 잡아타 다시 숙소로 무사히 돌아온 알라와 나다. 이제 호주에서 돌아갈 때가 되니 그 특유의 눈치가 이곳저곳에서 발휘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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