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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칠칠 Jan 06. 2021

모래 밟고 먹은 첫 햄버거 맛집

칠월 이십일일. Betty's burgers&Concrete Co


    멜버른, 시드니, 브리즈번에서 한 번씩은 브런치를 성공한 경험이 있다! 그 성공을 이어가기 위해 골드코스트에서 떠나는 마지막 날에 브런치를 나름 챙겨 먹었지만 아쉽게도 그 브런치는 시드니 달링 하버에서 먹었던 그 프렌차이즈 팬케이크와 별반 다를 게 없어 그걸 맛있다고 하기에는 양심이 아프다.


    그렇지만 브런치를 한 끼라고 칭한다면 골드코스트에서도 역시 성공한 한 끼가 있다. 워너브라더스 무비 월드에서 돌아온 저녁에 천천히 골드코스트 숙소 일대를 산책하던 우리가 우연치 발견한 햄버거 가게, Betty's burgers&Concrete Co다.


    숙소 앞에 위치한 서퍼스 파라다이스 트램 역에 도착한 우리는 그 근처에 있는 골드코스트 해변가를 천천히 걸었다. 그때 마침 해변가에서 공연이 있었던 것 같았는데, 야외 공연장이 마련돼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도착한 시간대에는 이미 공연장 위가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다. 무슨 공연이 있었겠지!


    사부작거리는 모래 소리를 들으며 해변가를 걷던 우리는 모래를 털러 돌계단 위에 앉았다가 그 계단 위에 여러 상점가가 들어온 멀티플렉스 건물을 발견했다. 맥도날드도 있고, 스타벅스나 헝그리 잭 같은 프렌차이즈부터 장난감 가게에 우체국까지, 여러 가지 가게가 들어서 있었다.


    역시 이런 휴양지에서 쇼핑 타운이 없을 리가 없지, 라고 생각한 알라와 나는 그곳에서도 천천히 걷다가 아직도 제대로 된 밥을 먹지 못했다는 걸 깨닫고 얼른 먹을 곳을 찾기 시작했다. 서퍼스 파라다이스 대로를 따라 쭉 걷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타투를 새기는 가게에 상점보다 호텔이 더 즐비해 있는 걸 보고는 그대로 뒤를 돌아 걷다가 한 번 지나쳤던 베티스 버거 가게를 들어섰다. 처음 지나칠 때는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두 번째로 보니 사람이 복작거려 맛있는 곳인가 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날씨는 완벽해서 우리는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기본 버거 두 개를 시키려 했는데 프라이 메뉴에 어니언 프라이가 있어서 시드니에서 먹었던 양파 튀김을 생각하며 옵션을 변경했다.





    그리고 나온 베티스 버거 세트 두 개! 양상추가 특이했는데, 요모조모 뜯어봐도 나 상추요, 라고 말하는 듯한 비주얼이었다. 하도 커서 상추만 냠, 하고 몇 번 먹었다. 아삭거리는 식감이 괜찮았다.


    이 버거의 특별함을 말한다면, 단연 양파 튀김과 버거 번이다! 양파 튀김은 시드니에서 먹었던 그 양파 튀김을 생각나게 할 정도로 길고 빠삭했으며 약간 매운 시즈닝이 뿌려진 것처럼 매콤한 맛이 감돌았다. 양파 튀김이 정말 길었는데 그 덕분에 끝없이 양파 튀김을 먹는 것 같은 기분 좋은 착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버거 번! 프렌차이즈 빵집 빵이 맛있다고 생각한 적은 거의 드물었는데, 여기 버거 번은 약간 뭐랄까, 안에 있는 재료와 닿는 부분이 제대로 구워져서 바삭하고 그 안은 빵 특유의 그 포슬포슬하고 꽉 채워진 느낌이 가득하게 들어서 더 씹는 맛이 있었다.


    개인적인 호감 포인트지만 버거 안에 토마토가 통으로 썰려 있어서 더 맛있던 것 같다. 맥도날드와 버거킹 둘 중에 고르라면 맥도날드의 특정 메뉴를 내세우지 않는 이상은 버거킹이 더 맛있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그 안에 양파와 토마토가 통으로 들어가서 아삭하게 씹혀서다. 비록 베티스 버거에서는 양파가 없었지만 그만큼 맛있는 토마토가 있었으니 더 맛있다고 느꼈을지도!


    베티스 버거로 든든하게 배를 채운 우리는 그날 저녁 늦게까지 근처 상점가를 천천히 한 번 더 구경하고는 숙소로 돌아왔다. 3일 뒤면 이제 정말로 안녕해야 할 호주지만 그래도 남은 시간을 호주 바다를 보는 시간으로 가득 채우자고 생각하니 일찍 숙소에 들어가는 발걸음도 마냥 무겁지만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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