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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칠칠 Jan 07. 2021

성큼 다가온 D-1, 그리고 마지막 사부작거림

D-1. 서퍼스 파라다이스 해변가


    골드코스트에서 약 5일 정도 머무르는 동안 어디론가 가보자, 라고 계획한 건 도착 다음 날 뿐이었다. 나머지 나날은 숙소 근처 골드코스트 해변가를 거닐고 숙소에서 짐을 정리하고 귀국을 준비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캐리어에서 짐을 빼는 걸 꺼리는 마음이 커질수록 그만큼 귀국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체감했다.


    골드코스트 셋째 날과 넷째 날은 숙소 근처인 서퍼스 파라다이스골드코스트 해변가를 계속 거닐며 모래를 밟고 파도 소리를 듣고 왔다. 골드코스트 지도를 보면 구불구불하게 생긴 네랑 강이 내륙에 있고 그 가운데 떠 있는 섬들이 조금씩 있다. 그쪽 강변을 걷기도 했고 해변가를 걷기도 했는데 역시 뭔가 모래가 있어야 할 것만 같았다. 자꾸 발걸음이 모래가 있는 해변가로 가더라.


    게다가 짐을 틈틈히 정리하다 보니까 호주에 오기 전에 한국에서 알라와 같이 구매한 하트 모양 선글라스를 그제서야 발견했다! 여행 다니면서 쓰면 재밌을 거 같아서 사둔 건데 호주에서 보낼 날이 3일도 남지 않은 차에 발견한 것이다. 더 일찍 발견하지 못한 게 아쉬웠지만 생각해보니 일찍 발견해도 딱히 쓸 일이 없을 것 같아 해변가에 도착한 지금 발견한 게 적재적소라고 받아들였다. 한 손에는 하트 모양 선글라스를 들고 사부작거리는 모래사장으로 향했다.


    호주에 도착하고 나서부터 약간 계절감이 이상해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건 해변가에 도착하고 나서 더욱 짙어졌다.


    겨울인데 서핑이라니.


    서핑 교실이 열린 걸 보고 이 겨울에도 서핑을 배우는 사람이 있구나, 하고 작게 감탄했다. 그렇지만 뭐 그건 개인의 체력 차와 추위를 느끼는 정도에 따라 그럴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이 겨울에 해변가에서 썬텐을 하는 건 한국에서는 쉽게 상상하기 힘들다. 알라와 나도 나름 이곳에 적응해서 겨울에도 맨다리에 치마를 입었지만, 수영복만 입고 겨울에 썬텐을 즐기는 이곳 사람들을 따라가기에는 아직 먼 셈이었다.


    생각해보면 그때 해변가를 다녀온 경험은 정말 오랜만에 바다에 다녀온 경험이었다. 학보사를 하며 제주도를 다녀온 적이 두 번 있었는데 그때는 호주에서만큼 느긋하게 있질 못해서 다녀왔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대충 흘겨보고 왔다는 느낌이 더 강했기 때문이다. 아직 내가 그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한 탓이 가장 크지만, 그래도 기껏 바다를 다녀왔는데 바다를 다녀왔다는 느낌이 남지 않은 점은 아쉽다.


    그래서 정말 오랜만에 바다를 다녀온 경험이 생기는 기분은 그 이후 반년 동안 바다 근처를 가보지 못해도 그때를 회상하며 나를 달랠 수 있게 만들었다.


    오랫동안 햇볕을 받아 따뜻해진 모래사장에 발을 파묻어 보기도 하고,





    따뜻한 모래 위에서 발등을 옅은 파도로 덮어보기도 하고,





    이게 호주의 겨울 파도 바람이다! 라고 말하는 듯한 모래사장 위에서 한껏 팔을 벌려보기도 하고.


    멍하니 바다 저편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아, 내일 정말 호주를 떠나야 하는구나,



란 사실이 멀게만 느껴졌다.


    숙소에 들어가면 다음 날 입을 옷이 꺼내져 있고 오늘 입었던 옷만 잘 개서 집어넣으면 되는데도 그렇게 가끔 정말 다가오지 않을 법한 순간이 성큼 다가와 있을 때면 드는 감각이었다.


    출국 시간은 우리가 호텔에서 머무는 마지막 날 다음 날이었지만 새벽 1시 즈음의 새벽 시간대라 공항에서 밤을 새우기로 결정할 수 밖에 없었던 게 아쉬웠다.


    그렇게 사부작거리는 모래 밟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린 밤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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