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칠칠 Jan 13. 2021

교토 도착, 그리고 반대로 가는 버스

마지막 목적지부터 시작하는 빙글뱅글 교토 여행


천년의 도시, 교토.



    교토는 오사카 근처에 위치한 도시로 이 교토에 가기 위해서는 오사카 공항에 내려 전철을 타고 교토역으로 가야 했다. 오사카 공항에 도착해 미련 없이 교토역으로 가는 전철을 탔다.


    오사카는 사실 여행지로 삼기에는 개인적으로 꺼리는 곳이었다. 그 이유는 도쿄와 마찬가지로 서울과 별 차이를 못 느껴서다. 서울 토박이지만 항상 한적하고 고즈넉한 장소를 찾아 헤맸던 나인데, 굳이 내가 계획한 여행지가 서울에서 간판 글자만 일본어로 바뀐 것 같은 오사카를 정해서 다녀야 할까, 싶었다. 낯선 동네라도 마음에 들 분위기와 서울 같지 않은 경치를 보장하는 도시라면 어디든 오케이다.



    교토역으로 가기 위해서 일단 오사카로 향할 필요가 있었는데, 공항에서 오사카역으로 가는 길에는 짧은 바다를 건너야 했다. 전철로 강을 건너는 느낌이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멋진 날씨에 나는 빌린 상전 카메라를 들고 도착한 날의 하늘을 담아보려 했다. 덜컹거리는 전철이 빠른 속도로 강을 건너는 중이어서 몇 장 건지지 못했지만, 카메라의 감성과 날씨가 얼마나 좋았는지를 설명하려는 느낌은 어떻게든 담아낸 사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전철에서 내린 나는 오사카역에서 교토역으로 향하는 JR을 타고 교토역으로 향했다.



    교토역에 도착한 나는 그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역을 보고는 적잖이 놀랐다. 문화재가 많은 도시라고 해서 역도 전통적인 느낌이 물씬 나거나 규모가 크진 않을 거로 생각했는데, 교토역은 온통 유리와 멋진 건축이 역 안에 들어서 있는 커다란 역이었다. 역 앞에 버스 정류장만 대여섯 개가 있었으니 보지 못한 역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대충 짐작이 갈 정도다.


    아무튼 먼저 숙소에 캐리어를 놓고 싶어서 숙소로 갈 버스를 찾으러 정류장을 기웃거리고 있는데, 도대체 어느 방향으로 가야 숙소 방향을 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두 개 버스가 숙소 앞 정류장을 지나치는데, 하나는 몇 거장 가지도 않아 도착하지만, 나머지는 내가 오늘 방문할 기온 골목길을 먼저 들리는,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가서 교토 한 바퀴를 돌아야 숙소에 도착했다. 설마 50대 50 확률에서 망할까, 싶어서 먼저 온 버스를 골라 탔다.


    그리고 설마 그 망하는 50의 확률을 선택한 바보가 나였다.


    혹시 몰라 구글 지도를 켜고 내가 지금 어디로 가는지 확인했는데, 현 위치를 나타내는 빨간 점이 숙소에서부터 멀어지는 걸 볼 수 있었다. 서너 정거장을 더 지나치기 전에 확인했어야 했는데, 벚꽃이 가득한 계절이었던 지라 서울에서 보지 못했던 벚꽃이 하나 둘 시야를 채워나가자 그 모습을 구경하느라 눈이 바빠진 탓에 내가 지금 어디로 가는지 볼 생각을 못 했다.


    숙소에서도, 교토역에서도 한참이나 멀어진 뒤에 내가 내린 곳은 오늘 마지막 목적지로 정했던 교토의 기온이었다.


    기온 사조 정류장에서 내린다면 교토 여행의 시작점이라 불리는 기온 골목이 보인다. 기온의 골목 이곳저곳을 보면 일본 특유의 그 예스러운 목조 건축물들이 양옆으로 늘어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높은 건물이 하나도 없어 고개를 조금만 들어도 화창한 하늘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날씨가 좋았던 탓일까, 아니면 어차피 갈 곳에 도착해서였을까. 평소라면 버스를 잘못 탄 자신을 탓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날은 왜인지 그냥 잘못 도착한 곳에서부터 여행을 시작하고 싶었다. 커다란 캐리어를 든든한 친구 삼아, 돌돌돌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숙소로 돌아갈 길을 찾는 건 막막했지만 발걸음 닿는 데로 가다 보면 언젠간 도착하겠지, 싶었다.


    햇볕이 따뜻한 오후에서부터 시작된 첫 교토 발자욱이다.

작가의 이전글 좌우명 YOLO 시작점, 교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