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인도 - 조드푸르 #3

메헤랑가르 요새 (2017년 2월 4일)

by 정원철

인도에서의 첫날밤을 지새웠다. 잠을 잤다기보다 지샜다는 표현이 더 적합했다. 도저히 잠이 올 것 같지 않은 숙소의 낯섦으로 잠자리에 예민한 나를 들볶았다. 새벽의 고요함에 덮여 잠시 눈을 감았다. 아침 6시 이슬람 사원의 기도소리가 조드푸르의 희뿌연 하늘에 먼지처럼 퍼졌다. 힌두의 나라임에도 이슬람 사원의 기도 소리가 도시를 에워쌌다. 이 기도 소리가 묘하게 사람을 몽환적인 기분에 빠뜨렸다. 그리고, 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

아침 9시경 인도에서 가장 큰 요새 중의 하나인 메헤랑가르 요새에 가보기로 했다. 1459년 라토르 군주인 ‘라오 조다’가 이곳으로 수도를 옮겼다. 이곳이 도시를 방어하기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곳에 요새를 구축했는데 이 요새가 메헤랑가르이다. ‘조드푸르’의 지명을 해석해 보면 ‘푸르’는 ‘성, 마을’이란 뜻이고 ‘조드’는‘라오 조다’의 이름을 딴 것이다. 인도의 서쪽 사막지대인 라자스탄주에는 푸르가 들어간 지명이 많다. 메헤랑가르는 산크리트어로 ‘태양(Mihir) + 성(ga고)’의 합성어로 ‘태양성’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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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헤랑가르에 살았던 최후의 군주는 19세기의 ‘마하라자 타카트 싱’이었다. 아직도 이곳은 마하라자의 소유로 되어있다. 이 요새를 들어가는 입구에 들어서니 벽에 손 모양의 부조가 먼저 눈에 띄었다. ‘사티’로 남편이 죽어 화장할 때 불 속으로 뛰어들어 산 채로 화장한 아내들의 손자국이다. 왜 이런 문양이 벽에 새겨졌는지 의아했는데 알고 나니 소름이 돋았다. ‘전통과 풍습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불 속으로 뛰어들어 남편을 뒤따라 갈 만큼 지켜야 할 무엇이 있을까?’ 하는 불순한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성 안은 화려한 세공과 장식물들로 웅장하다는 느낌 위에 화려하다는 마음이 더해졌다. 성 위에서는 조드푸르를 넘어서 라자스탄의 광야가 한눈에 펼쳐졌다. 조드푸르는 집을 파란색으로 칠해 놓아 ‘블루시티’라고 불렸다. 희뿌연 하늘 아래 파란색의 낮은 집들이 인도에서는 어울릴 거 같지 않은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독특한 풍광으로 나의 생각의 틀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음식도 잠자리도 숨 쉬는 공기조차도 나의 틀을 흔들어 댔다.

이 곳에 먼저 온 상훈이, 지흔이와 함께 인도 옷을 사기 위해 ‘사다르 바자르’에 갔다. ‘바자르’는 우리말로 시장이란 뜻이다. 시장은 어느 곳이나 사람 사는 세상이다. 시끌벅적한 시장 안에 소들이 한가운데 고요히 자리 잡고 있었다. 서로에게 무심한 광경이 평화롭기까지 했다. 어쩌면 서로에게 지나친 갈망이 모든 불행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옷가게에 들어가 인도 장사꾼과 흥정을 시작됐다. 상훈이가 밀고 지흔이가 당기고 이들의 밀당에 인도 상인의 응수가 기가 막혔다. 가격을 말하고 덥석 내 손을 잡고 한국말로 ‘친구’라고 말하는 통에 정신이 없었다. 티와 바지를 삼천 원을 주고 샀다. 우리 친구들은 내가 바가지를 쓴 거라며 흥정을 마친 것에 아쉬워했다. 이 흥정이 주는 재미에 빠져 옷 한 벌을 더 샀다. 그리고, 그것을 검정 비닐봉지에 담아 히죽거리며 시장 곳곳을 쏘다녔다. 점점 인도가 흥미 있고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사다르 바자르 북문 버스 타는 곳 근처에 오믈렛 가게가 있었다. 이곳 오믈렛에 대한 후기는 미슐렌가이드의 추천을 뛰어넘었다. 조드푸르에 다녀온 사람이라면 한 번은 맛보지 않고 지날 수 없었다. 난 그저 그런 맛이던데 무엇이 특별한지 다시 한입 먹어 보아도 알 수 없었다. 돌이켜보니 그 오믈렛이 다시 생각났다. 아무래도 시장 맛은 그런가 보다.

선샤인 게스트하우스 집주인의 여동생은 헤나를 이제 배우기 시작했다. 그 여동생에게 헤나를 부탁했다. 이 나이에 팔에 헤나를 해보았다. 이 익명성이 주는 자유에 흠뻑 젖었다. 인생은 흥미롭다. 인도 옷에 헤나를 하고 슬리퍼를 끌고 흙먼지를 걸으니 오히려 몸에 때가 벗는 느낌이었다. 음식도 슬슬 목에 넘기기 시작했다.

저녁은 인도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꽤 유명한 김모한 레스토랑에 갔다. 네팔 친구가 한국 음식을 제법 잘했다. 양념치킨을 주문했다. 닭을 사 와야 하니 시간이 조금 걸린다고 했다. 그걸 감안해도 1시간이 족히 지났다. 어두워진 루프탑에 불이 희미하게 들어왔다. 거의 어둠 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드디어 양념치킨이 나왔다. 양념 범벅 치킨이라고 다시 불러야 했다. 맛은 정말 기가 막혔다. 생닭을 잡아서 바로 튀겨서인지 닭의 신선함이 매콤 달콤한 양념과 어우러져 세상에 이런 맛이 있을까 싶었다. 남은 소스가 아까워 밥을 시켜 비벼 먹었다. 지금도 입에 침이 고인다. 인도에 온 지 이틀 만에 인도 사람과 친해지기 시작했다. 무어라 말하기 힘든 그들의 에너지에 점점 이끌려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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