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인도 - 조드푸르 #4

인도 결혼식으로의 초대 (2017년 2월 5일)

by 정원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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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델리 공항에 내릴 때부터 감기와 긴장감이 구분되지 않았다. 긴장이 어느 정도 걷히고 나니 몸이 뒤늦게 몸살앓이를 했다. 떠나오기 전 미리 준비해온 감기약을 먹고 침낭 속에 몸을 파묻었다. 오늘은 바람이 제법 불었다. 바람이 거칠게 창문을 두드리고 먼지 뿌연 한 하늘을 이슬람 사원의 기도 소리가 가득 메웠다. 아침도 먹지 않고 침낭 속에서 꼼짝하지 않고 깊은 잠에 빠지기를 반복했다. 골목길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지 깔깔거리고 웃는 소리에 잠시 눈을 떴다. 그 웃음소리가 적막한 방안에 사람의 온기를 실어 날랐다. 다시 눈을 감고 깊은 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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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겨우 몸살 기운이 조금 가셨다. 어제 상훈이와 메헤랑가르에서 짚라인을 타기로 약속했었다. 짚라인을 타기 위해 메헤랑가르로 다시 올라갔다. 아프다는 이유로 짚라인을 타지 않았더라면 몹시 후회했을 것이다. 짚라인을 타고나니 오히려 몸에 다시 기운이 되살아났다. 아마도 푹 쉬고 재미난 놀이에 몸은 다시 활력을 찾은 듯했다. 짚라인을 타고 허공을 가로지르며 메헤랑가르의 하늘을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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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는 선샤인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이 자신의 조카 결혼식에 초대해 주었다. 인도인들은 결혼식에 외지인이 와서 축하해 주는 것을 대단히 반겼다. 결혼식장에 입장하기 전에 이마에 ‘빈디’를 찍어 주었다. 빈디는 산스크리트어로 ‘물방울, 점’ 이란 뜻이다. 힌두 문화권에서는 생명의 기운을 불러오는 곳으로 이를 ‘차크라’라고 하는데 빈디는 7개의 차크라 중 여섯 번째이다. 눈썹 중간에 붙이는 빈디는 실제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보는 ‘제3의 눈’을 의미한다. 힌두교 신자들은 빈디가 갑작스러운 불행으로부터 지켜준다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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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에 빈디를 칠하고 집 안으로 들어가니 넓은 방 안에 인도 전통의상인 ‘사리’를 입은 여자들이 가득했다. 이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이들의 환대는 정말 유별나고 특별했다.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무엇이 이들에게 웃음 짓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의 웃음 속에 섞여 나도 웃었다. 나도 내가 웃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웃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이들 모두가 오늘 어느 곳에선가 삶의 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사람들은 그렇게 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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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의 피로연은 마을의 축제이고 며칠씩 이어지기도 한다고 했다. 집 마당에 무대가 만들어졌고 음악에 맞춰 쉴 사이 없이 춤을 추었다. 그들의 춤과 웃음에 삶의 고단함이 다 가려지지는 않을 테지만 온몸을 흔드는 지금은 얼굴에 기쁨이 깃들어 있었다. 한 끼 한 끼를 넘기는 것이 어쩌면 삶의 고비인 현실 앞에 오늘 저녁은 그저 즐겁고 웃음 가득한 날이었다.

조드푸르에서의 마지막 밤은 결혼식의 시끌벅적한 피로연과 함께 저물어 갔다. 선샤인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가기 위해 밤늦게 오토릭샤를 불렀다. 오늘 밤새도록 이 축제의 열기는 가시지 않을 듯했다. 음악소리가 잠시도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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