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유럽 - 스위스 베른 #1

스위스에서의 첫째 날 (2016년 6월 13일)

by 정원철

오전 10시 25분 피리 리옹(lyon) 역에서 유레일 패스를 개시하고 스위스 베른(BERN)으로 가는 기차에 올랐다. 베른(BERN)을 가기 위해서는 스위스의 바젤(BASEL)에서 기차를 환승해야 했다. 오후 2시 바젤에서 기차를 갈아타고 베른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3시였다. 파리에서 기차를 타고 입국절차 없이 도시 사이를 이동한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스위스 베른 ⓒ 정원철

스위스의 베른은 행정수도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도시가 작고 아담했다. 기차역을 나와 내가 묵을 호텔은 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걸어서 갈 수 있을 정도였다. 일명 역전 호텔 ‘METROPOLE HOTEL’이었다. 베른에 머무를 시간이 오늘 오후가 전부였기에 호텔에서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시간이 많았더라도 이 작은 도시에 대한 설렘에 마음을 재촉했을 것이다. 베른은 아침에 이슬이 채 마르지 않은 장미 같았다. 싱그럽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향기가 스쳐 지나가듯 곳곳에 여운이 있었다.


스위스 베른 ⓒ 정원철

이 작은 도시 한가운데를 알레강이 거세게 가로질러 흘렀다. 알레강을 감싸고 형성된 구시가 일대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었다. 유네스코가 밝힌 등재사유는 중세 도시의 원형을 보존하고 있어서이다. 베른은 몇 세기에 걸쳐서 독특한 콘셉트로 발전했다. 15세기의 아케이드와 16세기의 분수들 속에 21세기의 조그만 가게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아케이드를 따라 걷노라니 어느 도시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오후가 지나고 있었다. 도시 전체가 산책로이고 내 발자국 소리가 조용한 마을의 유일한 소란이었다.



로즈가든 ⓒ 정원철

굽이굽이 흐르는 알레강을 따라 걷다가 로즈가든으로 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언덕길을 오르다 보니 어느새 로즈가든에 도착했다. 런던이나 파리와는 비교도 안되게 작은 가든이지만 저 멀리 알프스를 품은 것만으로도 이 언덕의 조그만 가든은 세상에 둘도 없이 광활했다. 나지막한 돌담 위에 앉았다. 장미를 발아래 두고 알프스를 바라보았다. 어디선가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와 베른에서의 나의 시간을 조용히 뒤로 밀어냈다.



스위스 베른 ⓒ 정원철

지는 해를 조금 남겨두고 뉘데크 다리를 건너 구시가지로 다시 돌아왔다. 어느덧 도시에 가로등이 켜지고 상점들이 일찍 문을 닫아 거리는 고요하고 지나다니는 사람조차도 드물었다. 낮에는 고즈넉하더니 해가 지니 고요함이 거리에 내려깔렸다. 어쩌다보니 그 고요한 길을 혼자서 걷고 있었다. 걷다 보니 조그만 가게앞에 사람들이 프로젝션 TV로 영화를 보고 있었다. 어둠이 내린 거리 한켠에서 삼삼오오 모여 영화를 보는 모습이 운치가 있었다. 의자를 당겨 앉으며 나도 그 풍광의 일부가 되었다. 외할머니집 같은 이 도시는 언젠가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의 씨를 손에 꼭 쥐어 주었다.

keyword
이전 07화유럽 - 프랑스 파리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