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自我)의 애상 "나를 위한 시간은 몇 분?"

새해 첫날 새벽 책을 읽다가 찾아온
마흔 자아(自我)의 슬프고, 아픈 마음



2017년 1년 1일 새벽 2시 거실에 앉아 어두워진 창밖을 보고 있다. 새해를 맞이 한지 두 시간이 흘렀다. 창밖을 내다보면서 지난 1년의 일들을 떠올려 봤었다. 1월에는 프로젝트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해 프로젝트 리더를 교체해 달라는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맡았던 A사의 ‘자율책임경영 기반 사업운영 체계 수립 컨설팅’을 겨우 마무리 지었고, 2월과 3월에는 B사의 'CS(고객만족) 향상 방안 마련 컨설팅’과 C공사의 ‘고객 만족 향상을 위한 고객 설문조사’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했고, 4월부터 6월까지 D사의 ‘CS(고객만족) 수준 진단과 향상 방안 마련 컨설팅’, 6월부터 8월까지 E사의 ‘민원감축을 위한 방안 마련 컨설팅’, 9월부터 12월까지 F사의 'S-QMS(Service-Quality Management System)' 프로젝트로 바쁜 1년의 시간들을 보냈었다. 사업부서에서 전문가 그룹으로 자리를 옮긴 후 나의 포지션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 시간들. 지난 1년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거의 한 시간에 걸친 지난 1년의 일들에 대한 기억을 뒤로하고, 한 시간 전부터 책을 펼쳤다. 사이토 다카시의 ‘기대를 현실로 바꾸는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을 펼쳐 읽고 있었다. 한 장 한 장 읽으면서 책 페이지를 넘겨갔다. 책 속으로 몰입하는 나를 느낄 수 있었다. 하나같이 공감 가는 내용들이었다.


‘사람과 함께 있을 때는 온전한 내가 될 수 없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을 의식하게 되어 자신의 개성과 성격을 전부 상대방에게 맞추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중심을 되찾는 것이 필요하고, 그것은 혼자 있는 시간에 온다’
-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중에서 -


이 글귀는 책을 읽어가다가 나를 멈추게 했다.


'온전한 나는 어떤 사람일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온전한 나에 대해 정의할 수가 없었다. 아니 온전한 내가 누구인지 생각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가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의 나의 모습을 생각해 봤다.


먼저 회사에서의 나는 동료와 고객사로부터 믿음을 얻고, 맡은 프로젝트를 제대로 완수해 내기 위해 애쓰는 사람, 그런데 가끔은 나 자신의 지식을 조금 과대포장하기도 하는 사람. 다음으로 가정에서의 나는 무엇이든 잘할 수 있고, 무엇이든 아는 사람, 그런데 실상은 잘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고, 모르는 것도 많은 사람. 친구들과 사이에서의 나는 그들과 생각이 비슷한 사람, 그런데 실상은 가치관도, 자라온 환경도 전혀 다른 사람.


회사에서나, 가정에서나, 친구들 사이에서나 나는 온전한 내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들로부터 믿음을 얻기 위해, 낙오자가 되기 않기 위해 나는 무진장 애쓰고 있는 사람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꿈과 타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을 형편없는 사람, 꿈을 현실로 이루지 못한 사람으로 여기고, 실패자로 생각하게 된다. 혹시 좌절을 경험했다면 그 후에 꿈을 조금씩 수정해가는 방법을 배워가는 어른의 공부가 필요하다.’
-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중에서 -


나에게는 대통령, 장군(군인), 컨설턴트, 교수, 작가,... 많은 꿈들이 있었다. 그 많은 꿈들 중 어떤 꿈은 아예 실현을 위해 시도도 해보지 않았고, 어떤 꿈은 꿈 실현을 위해 그 길을 잠시 걷기도 했고, 어떤 꿈은 꿈이 아닌 것이 되어 있었다. 사이토 다카시의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이라는 책장을 다 덮으니, 어느 사이 어둠으로 가득했던 창밖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TV 옆에 위치해 있는 시계를 봤다. 시계의 바늘이 6시 4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책을 보면서 밤을 꼬박 새운 것이었다. 눈을 감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하루에 오직 자신만을 위해서 얼마나 쓸까?’


그리고 오래전 기억이 떠올랐다. 2010년에 기획재정부 주관의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조사’ 설계를 위해 통계청 자료를 뒤지다가 본 숫자였다.


“55분”


그랬다. “55분”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루에 자신만의 위해 사용하는 시간이었다.


‘나는 몇 분이나 될까?’


생각해 봤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24시간 중에서 나는 나를 위해 사용하는 시간이..., '세수하는 시간, 출/퇴근할 때 차에 있는 시간, 차 마시는 시간, 화장실에서 일 보는 시간' 계산해 보니 혼자 있는 시간만 1시간 20분 정도였다. 짧지 않은 시간들이었지만, 혼자 있는 상황들이 너무나 어의 없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혼자 있다고 나를 위해 사용하는 시간일까?’


생각 없이 보낸 무의미한 시간을 1시간 20분에서 빼봤다. 나만을 위해 사용하는 시간은 전혀 없었다. 결혼 전에는 온전히 나를 위해 많은 시간들을 사용했었다. 출퇴근을 하는 차 안에서 신호등에 걸릴 때마다 책을 집어 들어 읽었고, 저녁에는 일주일에 4번은 꼭 헬스를 했어고, 샤워 후엔 침대에 누워서 1시간 정도는 매일 책을 읽었다. 심지어 주말에는 2시간 정도 볼링도 배웠었다. 그러면서 나는 컨설팅 분야에서 최고 중 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내 꿈의 실현을 위해 계획하고, 준비하고, 실천했었다. 그런 내게 사랑하는 아내가 생겼고, 아들이 태어났고, 모셔야 할 어른들이 늘어났다. 챙겨야 할 사람들, 배려해야 될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나는 점차 우선순위에서 멀어졌다. 나만을 위한 시간은 사치였다. 그렇게 나는 나만의 시간을 나 스스로가 모두 버려 벌었었다.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위해서는 ‘특별히’ 시간을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늘 해야 하는 일상적인 일들이 넘칠 것이고, 늘 바빠서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하지 못 한다”는 달라이 말이 생각났다.


달라이 라마가 말한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일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꿈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다.


‘내 꿈은 무엇일까?’



지금의 나는 무엇을 꿈꾸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에 이 일(컨설팅)을 시작할 때 가졌던 마음가짐이 떠올랐다.


'늘 배우고, 익혀서 우리나라 경제에 기여하는 컨설턴트가 되자!'


나는 그 다짐을 실천하고 있나?라는 질문을 내게 던져 보았다. 나 나름대로는 열심히 배우고, 익히는데 소홀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었는데, 턱없이 부족했다. 아니 최근에는 아주 많이 소홀했다. 다시 나는 나에게 되물었다.


‘정말 하고 싶은 것이 있지 않아?’


책을 쓰고 싶었다.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내 감정들로 가득한 책을 말이다. 원하는 것, 꿈, 시간을 생각하다 보니 사이토 다카시의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이 말하는 그 시간의 힘을 다시 얻고 싶었다.


온전한 나를 찾고... 나의 중심을 다시 세우고...
내가 꿈꾸는 꿈...
내가 쓰고 싶은 책...
사치로운 것으로 여겨왔던...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고...


내 꿈을 이뤄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말이 있었다.


“당신은 당신을 위해 사용하는 시간이 하루에 몇 분입니까?”



시간 만들기.PNG 시간은 만드는 것인데...글. 청명(Jin Hyeon 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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