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自我)의 애상 "마! 요즘도 바뿌나?"

오래간만에 연락한 친구와 전화통화로 찾아온
마흔 자아(自我)의 슬프고, 아픈 마음



2017년 7월 어느 목요일 오후 5시 여느 날과 다름없이 전문가 Zone에 마련된 자리에서 노트북과 씨름하고 있었다. 이번에 진행하게 된 프로젝트는 기존에 해오던 CS경영(고객만족경영)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AI : Artificial Intelligence)과 관련된 전략 컨설팅으로 전혀 다른 유형의 프로젝트였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를 어떻게 접근하고, 어떤 프로세스를 적용하여 주어진 과제를 풀어나가야 할지 기획하고 있었다. 인공지능(AI)에 대해 사전 자료도 어느 정도 보긴 했으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턱 없이 부족함을 느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를 수주한 사업부서와 많은 회의를 진행하였지만, 그 들 또한 접근법이라든지, 적용 가능한 프로세스라든지, 그리고 최종 산출물의 모습도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정말 막연했다. 마치 하얀 도화지를 주면서, 내게 정말 가치 있고, 멋진 그림을 그려서 달라고 하는 것 같았다. 스케치할 연필이나 붓도 없고, 물감도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게다가 유화를 그려야 하는지, 수채화를 그려야 하는지, 인물화를 그려야 하는지도 알려주지 않았다. 이에 더해 이번에 구성된 팀원들 또한 전문성이 하나같이 부족했다. 우리 회사를 다니다가 개인 사업을 하다가 다시 이제 막 들어온 A군과, 회사에서 RA(인턴)로 근무한 지 6개월도 되지 않은 B 양 그나마 나와 함께 호흡을 한두 번 했었던 C군 이렇게 4명으로 팀원이 구성되었다.


“엎친데 덮친 격”


이 표현을 바로 이때 쓰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다른 그 어떤 프로젝트보다 더 많이 사전에 공부하고, 연구하고, 더 심층적으로 기획해야 했다. 기획을 수립하는데 3일 이상을 고민하고, 열중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기획서 내용이 충분하지 못했다. 고민했다. 한 참을 기획서 초안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래도 모르겠다. 잠시 화장실에나 다녀와야겠다고 일어나면서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부재중 통화 3통!'


모두 한 사람에게서 온 전화다. 10분 간격으로 5시부터 5시 30분까지 세 번에 걸쳐 왔다. 부재중 통화의 이름을 보았다. 익숙한 이름이다. 친구였다.



고등학교 친구!
연락을 주고받다가 끊긴 지 5년도 더 된 친구로부터였다.
화장실을 가는 동안 그 친구와의 추억들을 떠올렸다. 고등학교 시절엔 그렇게 친했던 친구가 아니었다. 같은 반도 아니었고, 자주 이야기를 나누었던 친구도 아니었다.

대학교 도서관에서 우연히 서로를 발견 한 순간부터 우린 친해졌다. 아침 이른 시간에 먼저 도착한 사람이 자리를 맡아주고, 강의가 없을 때면 도서관을 찾아 자리에 앉아 늦은 시간까지 공부했다. 그렇게 시작된 우정은 밥을 같이 먹고, 사적인 이야기를 나눴고, 늦은 캠퍼스에 둘이서 새우깡 하나와 소주를 사다 마시고, 여자에 대해 이야기하고, 인생을 이야기하고, 꿈을 이야기하면서 친해졌던 친구였다. 친구는 열심히 공부해서 원하던 곳에 취업을 했고,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다. 그리고 연락을 서로 주고받지 않은 어느 시점까지 우리는 연휴 때나, 특별한 일이 있을 때 간단한 안부는 1년 서너 번은 주고받았었다.


화장실을 나와 가장 마지막에 온 부재중 전화를 선택해서 전화 버튼을 눌렸다. 신호가 울렸다. 한번,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째 신호가 울릴 때 친구의 목소리가 들렸다. 처음 하는 말이 ‘여보세요’가 아니었다.


친구 “마, 네다. 요즘도 바뿌나?”

나 “정말 오래간만이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연락했을 때가 언제였냐?”

친구 “10년 돈가 11년 돈가? 암튼 오래됐다 아이가!”

나 “그런가?”


그리곤 곰곰이 생각해 봤다. 언제 이 친구와 마지막으로 연락을 했는지, 나도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게 10년 인지, 11년 인지...


친구 “마! 아무리 바빠도 친구끼리 연락하고 살아야지 안 긋나?”

나 “그래, 내가 미안타”


우린 이런저런 안부를 묻는 말 몇 마디를 주고받고서 전화기를 끊었다.



전화기를 통해 전해 온 친구의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고, 떠나지 않았다.


“마!, 요즘도 바뿌나?”


생각해 봤다. 내가 연락하고 있는 친구들이 몇 명이나 되는지를... 기억에 없었다. 그리고 다시 전화기를 꺼내 들고, 최근 6개월 동안 주고받은 전화 통화 목록을 한참을 확인했다. 찾을 수가 없었다. 단 한 번의 통화 내역도 찾을 수가 없었다. 6개월이 아니라... 1년 하고도 더 긴 기간의 통화내역을 확인해 봤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나는 그렇게 소중한 친구들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즐겁고, 행복했던 추억들까지도...



소중한 친구들.PNG 나의 소중한 친구들....보고싶다. 글 청명(Jin Hyeon 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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