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自我)의 애상 "나이 들어가는 것?늙어가는 것?"

침침해지는 눈(目)으로 찾아온
마흔 자아(自我)의 슬프고, 아픈 마음


2017년 3월 6일 저녁 9시 팀원들을 보내고, K사의 컨설팅 보고서를 보고 있었다. 사무실엔 나를 비롯해 여일곱 명이 남아 있었다. 사무실 불이 꺼졌다. 여일곱 명의 사람들 시선이 작업하고 있던 노트북에서 스위치가 있는 곳으로 시선이 향했다. 스위치와 가장 가까이 앉은 동료가 자리에서 일어나 불을 켜려고 일어났다.


눈을 크게 한번 깜빡였다. 키보드 위에 있던 손을 눈으로 가져갔다. 컨설팅 보고서를 한참 쓰고 있는 시점이었다. 팀원들과 함께 그동안 2개월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가설을 세우고, 가설 검증을 위해 많은 고객들과 인터뷰를 진행했었고, 서비스 현장을 뛰어다녔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 끝난 고객 설문조사 분석 내용을 하나하나 검토해 가면서 컨설팅 인사이트(Insight)를 찾아갔다. 그리고 인사이트(Insight) 별로 어떻게 전개해 갈 것인지, 어떻게 표현해서 구체화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이번에 진행하는 K사의 컨설팅은 3개의 핵심사업을 동시에 진행해야 했기 때문에 쉽지가 않았다. 오늘도 팀원들은 저녁 6시에 일찍 보냈다.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7시엔 퇴근을 해야 하는 팀원, 집이 수원인 팀원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이 일을 시작하면서 가급적이면 팀원들을 일찍 집에 보내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던 것을 지키고 싶기도 해서였다. 팀원들이 집으로 돌아갈 때쯤, 저녁식사를 하고 자리에 돌아왔다. 고객조사 결과를 분석한 통계표를 화면에 띄우고서 통계표의 숫자들로부터 정보를 찾아내기 시작했다. 문항과 문항 간 교차해 보기도 하고, 성별, 연령별, 이용기간별 등 고객 유형을 나눠서 보기도 하면서, 숫자들과 씨름하고 있었다. 3개의 사업을 동시에 봐야 했기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렇게 1 시간하고 30분의 시간을 보냈을까? 눈이 조금 이상하다고 느꼈었다. 숫자를 보는 화면이 흐려지는 것 같았었다.


‘숫자를 너무 오래 봐서 그런가?’


무심코 넘겨버렸었다. 30분쯤이 더 흘렀을 때 보고 있던 숫자들의 초점이 맞지 않아 겹쳐 보였었다.


‘너무 오랫동안 봐서 그렇겠지, 커피나 한잔 할까?’


자리에서 일어나, 다과실로 가서 커피를 타고 자리고 돌아와 노트북을 봤지만, 여전히 숫자들이 겹쳐 보였다. 시선을 앞으로도 가져가 보고, 뒤로도 가져가 봤다. 위치를 뒤로 가져가는데 겹쳤던 숫자들이 조금씩 제 위치를 찾아감을 느꼈다. 다시 숫자 속에서 Insight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첫 번째 사업에서 다섯 개의 Insight를 도출했다. 그리고 각각의 Insight에 대해 어떤 내용을, 어떻게 구성하고, 어떤 Evidence로 채울지 하나하나 노트북에 정리해갔다.


두 번째 사업의 Insight를 정리해 가려고 할 때, 다시 눈에 이상이 느껴졌다. 눈이 많이 건조했다. 노트북에서 시선을 뗐다. 손으로 두 눈을 한참 비볐다. 천장을 올려다봤다. 어느 정도 괜찮아지는 것 같아 다시 일을 시작했다. 4가지 Insight를 도출했고, 첫 번째 사업처럼 각각의 Insight에 대해 어떻게 작성할 것인지를 정리했다.


마지막 세 번째 사업을 정리하려고 하는데 눈이 너무 아팠다. 심지어 두통까지 오는 것 같았다. 순간 얼마 전에 회사 전문가 그룹의 송박사님(직장동료)와 주고받았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요즘 노안이라 글자 보는 게 쉽지가 않다, 가까이 있는 큰 글자도 겹쳐 보인다, 눈이 건조하기도 하고, 눈의 피로가 빨리 찾아온다는 이야기였다. 하고 있던 일을 잠시 접어두고, 인터넷 검색창에 ‘노안’이라고 치고, 노안을 클릭했다. 노안의 정의, 원인, 증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었다.



노안의 정의

먼 곳을 보다가 가까운 사물을 보려면 눈의 굴절력이 변해야 한다. 그러나 각막과 안구 전후의 길이는 변화할 수 없으므로 수정체의 굴절력을 증가시킴으로써 가까운 사물을 보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을 조절이라고 한다. 나이가 들면서 수정체가 딱딱해지고 탄력이 떨어지게 되면 이로 인해 조절력이 감소되어 근거리 작업이 장애를 받게 되는데 이를 노안이라고 한다. 조절력은 본래 지니고 있는 굴절이상의 정도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서 감소되지만 개인마다 발생 또는 진행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보통 정시(조절하지 않는 상태에서 눈에 들어오는 평행 광선이 망막에 초점을 맺는 상태)는 40대부터 근거리 시력이 떨어지며, 근시(조절하지 않는 상태에서 눈에 들어오는 평행 광선이 망막 앞쪽에 초점을 맺는 상태)는 원거리 교정 안경을 벗거나 도수를 낮춤으로써 노안을 보상할 수 있어서 노안을 다소 늦게 인지할 수 있다. 원시(조절하지 않는 상태에서 눈에 들어오는 평행 광선이 망막의 뒤쪽에 초점을 맺는 상태)는 조절력 감퇴로 인한 노안 현상을 더 빨리 느끼게 된다. 원시는 원래부터 가지고 있는 굴절이상이며, 노안은 조절력의 저하를 이르는 말이므로 나이가 들어서 원시가 생긴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노안의 원인

노안은 노화 현상의 일종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안구의 조절력은 감소하게 되는데 이는 모양체(수정체의 양끝에서 수정체의 굴절력을 조절하는 근육)나 수정체의 탄력성 저하와 수정체의 비대에 의해 발생한다. 나이가 젊을 때에는 모양체나 수정체가 탄력이 뛰어나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는 물체를 볼 때 모양체가 수축하고 수정체가 두꺼워져 굴절력이 증가되어 또렷이 볼 수가 있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수정체가 탄력성이 떨어지고 비대해져 가까운 것을 볼 때 수정체의 굴절력이 증가하지 않기 때문에 먼 거리는 잘 보이고 가까운 곳에 있는 상이 흐리게 보이게 된다.


노안 증상

40대 중반에 근거리에서의 시력장애와 더불어 시야가 흐려지는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먼 것과 가까운 것을 교대로 볼 때 초점의 전환이 늦어지고, 책을 읽을 때 눈이 피로하고 두통이 있을 수 있다. 조명이 어둡거나 작은 글자를 볼 때 증상이 심해지고, 보려는 대상이 멀어질수록 눈이 편하고 잘 보이게 된다.



노안의 정의에서부터 증상까지 읽어가는데 증상을 설명한 부분에서 조금 전에 내가 느꼈던 것과 다를 것이 하나 없었다. 증상 위에 설명되어 있던 원인을 다시 한번 읽어 보았다. 몇몇 단어들이 눈에 들어왔다. ‘노화 현상’, ‘탄력성 저하’ 한마디로 늙어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늙어가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러다가 작년에 같이 일했던 동료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함께했던 프로젝트 리더가 고객사와 같이 보고서 리뷰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회의 중에 고객사가 문서를 하나 줬다. 그 문서를 프로젝트 리더가 보는데 글들이 잘 보이지 않아서 쓰고 있던 안경을 들어 올렸다. 프로젝트 리더는 안경 밑으로 그 문서를 읽었다. 그 모습을 보는데 안쓰럽기도 했지만, 고객사에게 부끄러웠다. 나는 노안이 오면 이 일을 그만둘 것이다. 그런 모습을 고객사에 보여주면 뭐라고 생각하겠는가?, 정말 없어 보이더라’


순간 당황했다. 동료가 말했던 그 부끄러운 사람이, 없어 보인다고 하던 사람이 바로 내가 되는 것이었다. 나는 그동안 이렇게 생각해 왔었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은 조금씩 성숙해져 가는 것이지, 늙어가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갑자기 침침해지는 눈, 흐릿해지는 눈으로 혹시 내가 늙어 가고 있는 것을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은 불안이 되어갔다.


'나이가 한 살 두 살 들어가면서 인격적으로 조금 더 성숙해지고, 내가 좋아하는 이 일(경영컨설팅)에 대한 전문성을 쌓아가면서 멋진 인생을 살고 싶은데, 나는 그냥 늙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이들어가야하는데.PNG 나이 들어가하는데, 늙어가는 건 아닌지. 글 청명(Jin Hyeon 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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