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son 나다움(4)
나는 가끔 일을 하다가 고객사와 사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럴 때마다 하는 몇 가지 질문이 있다. 첫 번째는 “행복하세요?”, 두 번째는 “즐거우세요?”, 세 번째는 “어떻게 결정하세요?” 그리고 네 번째는 “자신을 얼마나 표현하세요?”이다. 이 네 가지 질문 중 세 가지 질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앞에서 다루었기 때문에 생략하고, 네 번째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표현하지 않습니다.”라는 이야기로 시작해서 “오해를 자주 받는 편이죠”라는 말로 끝이 난다. 이런 이야기는 일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나의 주변 사람들 또한 비슷한 대답을 한다. 이것이 비록 내가 만나는 사람들뿐 일까? 아무튼 이런 대답이 돌아올 때면, 나는 다시 이렇게 질문을 한다.
"주변 사람들은 당신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이 질문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람들은 나를 잘 몰라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나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질문의 내용 중 ‘주변 사람들’에서 그냥 ‘사람들’로 바꾼다면 어떨까? 십중팔구는 “잘 모르고 있어요.”라고 할 것이다. 자신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주변 사람들도 그럴진대 자신에 대한 정보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로 확장시키면 오죽하겠는가? 그래서 너나 할 것 없이 주변 사람들 또는 사람들로부터 자주 경험하는 것이 ‘오해’이지 않을까 싶다.
이런 ‘오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게 되면 우리는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로부터 오해받고, 오해하게 된 것인지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자신에 대해 사람들이 제대로 알게 하고, 오해받지 않으면서 자신이 원하는 삶, 꿈꾸는 삶을 살 수 있는 방법도 알게 되지 않을까?
정보량의 차이
사람들로부터 오해를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정보량’의 차이 때문이다. 여기서 ‘정보’란 개인에 관한 정보로 ‘객관적인 정보’와 ‘주관적인 정보’로 나눌 수 있다. ‘객관적 정보’는 나이, 성별, 연령, 출신지, 출신학교, 혈액형 등 사람에 따라 객관화가 가능한 정보이며, ‘주관적 정보’는 성향, 이상형, 감정, 판단 등 사람에 따라 객관화가 불가능한 정보이다.
주변 사람들이 자신에 대한 정보 중 얼마나 알고 있느냐에 따라 오해의 가능성과 크기가 달라진다. 예를 들자면 자신에 대한 정보의 양이 100이라면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 대한 정보를 100중에서 얼마나 알고 있느냐가 정보량의 차이(Gap)이다. 그 차이의 크기에 따라 오해를 하고, 받을 가능성이 달라지며, 오해의 크기 또한 달라지는 것이다. 따라서 정보량의 차이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오해의 가능성, 오해의 크기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즉, 자신에 대한 정보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면, 상대방은 자신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타인)이 되고, 100의 정보를 모두 가지고 있다면, 상대방은 자신을 완전히 이해하는 사람으로 오해는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에 대해 정보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에 대한 정보량의 차이가 존재한다면 오해할 가능성이 생기고, 정보량의 차이가 클수록 오해의 가능성과 함께 오해의 크기도 커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정보의 차이는 어디에서 주로 발생하는 것일까? 모두가 예상하는 것처럼 ‘객관적인 정보’ 보다는 ‘주관적인 정보’에 의해 발생한다. ‘객관적인 정보’는 쉽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으며, 정보를 전달받은 사람도 정보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할 수 없는 ‘주관적인 정보’는 다르다. 사람마다 인식하는 기준과 판단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쉽게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충분히 전달했다고 하더라도 정보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잘못 이해할 가능성도 높은 정보가 바로 ‘주관적인 정보’이다.
따라서 사람들에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알리고,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방에게 자신에 대한 ‘객관적 정보’와 함께 ‘주관적 정보’를 충분히 알려서 정보의 차이를 줄이는 활동이 필요하다.
정보 이해의 차이
사람들로부터 오해를 받는 이유 중 또 다른 하나는 주어진 정보에 대해 이해하는 차이에서 발생한다. ‘정보 이해의 차이’는 두 가지 형태로 발생하는데 첫 번째는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말하는 사람)’에 의한 것이며, 두 번째는 ‘정보를 전달받은 사람(듣는 사람)’에 의한 것이다.
어떻게 말하는 사람에 의해 정보 이해 차이가 발생하는가?
먼저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말하는 사람)에 의해 정보 해석이 달라지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실수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정보를 전달할 때 자기중심적으로 전달한다는 것이다. 자기중심적 전달의 형태는 여러 가지로 나타날 수 있다. 이를 테면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진 단어를 사용한다든지, 자기만 알고 있거나, 잘못된 비유를 쓰는 것에서 나타날 수 도 있으며, 상대방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특정 정보를 생략하는 경우에도 나타난다. 먼저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진 단어를 구사할 때의 사례를 들어보자면 바로 ‘배’와 같은 단어이다. ‘배’라는 단어는 과일의 ‘배’, 신체의 ‘배’, 운송 수단의 ‘배’ 등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 따라서 ‘나는 배를 좋아해!’라고 누군가에게 이야기했다고 하자. 그런데 ‘배’에 대한 그 어떤 구체적 정보도 함께 전달하지 않았다면, 듣는 사람은 ‘먹는 배’를 이야기하는 것인지, ‘타는 배’를 이야기하는 것인지 잘 모르게 된다. 그 결과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사이에는 정보의 해석 차이(Gap)가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다양한 의미로 해석 가능한 아래의 단어들을 구사할 때는 정보 해석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음으로 유의해야 한다.
다음으로 ‘비유’를 통해 정보 이해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미국의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의 말을 인용해 그 이유를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조지 레이코프’는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책에서 ‘비유’는 추상적인 것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할 때 구체적이고 익숙한 이미지를 사용하면 큰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비유’의 대상이 복잡하고, 이야기를 듣는 사람과 전혀 무관하면 오히려 ‘이해’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해’의 소지만 커질 수 있다고 이야기한 바가 있다. 때문에 ‘비유’를 들 때는 듣는 사람과 상황을 고려해야 하며, 누구나 타당하다고 여길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마지막으로 상대방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여긴 나머지 정보의 일부를 생략하는 것인데 이것에 의해 발생하는 정보 해석의 차이가 가장 빈번하게 일어난다. 우리는 대화를 할 때 자주 상대방이 ‘이 정도는 알 거냐’, ‘이것은 당연히 보았을 거야’라고 여긴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만의 착각이다. 상대방에게는 그것이 관심이 없는 것일 수 있다. 그럴 경우 당신이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상대방은 모르는 상태에서 듣기 때문에 당신이 전달하는 정보로 모든 것을 유추하고, 판단하게 된다. 그 결과 당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과 상대방이 이해하는 내용이 달라지는 것이다. 따라서 오해의 여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막연한 예상으로 정보를 누락해서는 안 된다.
어떻게 듣는 사람에 의해 정보 이해 차이가 발생하는가?
정보 해석이 달라지는 또 하나의 이유는 듣는 사람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다. 이것은 곧 듣기의 문제이다. 사람들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을 때 모든 정보를 다 듣는 것이 아니라 선택적으로 듣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들은 정보에 대해서는 자신이 아는 한도 내에서 해석하기 때문에 정보 이해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즉, 단어 중심적으로 듣느냐, 맥락 중심으로 듣느냐와 자기중심적으로 듣느냐, 상대방 중심적으로 듣느냐에 따라 정보 해석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고, 하지 않을 수 도 있다는 것이다. 이를 사분면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1번 영역은 자기중심적으로 듣고, 정보의 맥락 또한 자기중심적으로 듣는 것을 “왜곡 듣기”라고 한다. 2번 영역은 자기중심적으로 듣고, 단어 중심적으로 듣기 때문에 “선택적 듣기”라고 하며, 3번 영역은 상대방 중심으로 들으나, 단어 중심적으로 듣기 때문에 “피상적 듣기”, 4번 영역은 상대방 중심적으로 듣고, 맥락 또한 상대방 중심적으로 듣는 “공감 듣기”이다. 따라서 정보 해석의 차이는 1번 “왜곡 듣기”에서 가장 심하며, 다음으로 2번 “선택적 듣기”, 3번 “피상적 듣기” 영역 순으로 나타나게 되며, 정보 해석의 차이는 “왜곡 듣기”에서 가장 크고, “공감 듣기”에서 가장 작게 나타난다. 따라서 정보 해석의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듣는 사람 또한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으로 유명한 스티브 코비는 생전에 ‘무시하기’, ‘듣는 척하기’, ‘선택적 듣기’, ‘귀 기울여 듣기’, ‘공감적 듣기’라는 경청의 5단계를 이야기하였고, ‘공감적 듣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습관 중 하나라고 강조하기도 하였다.
오해받지 않아야 자유롭다
‘나다움’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고 있는데 갑자기 ‘오해’가 등장해서 의아해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다움’에서 ‘오해’를 빼놓고는 이야기를 할 수 없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선택하고, 살아가는 데 있어 큰 장애가 되는 것 중의 하나가 ‘오해’이기 때문이다. 오해로 인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 원하는 삶을 포기하거나,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
혹시 <범죄도시>에서 장첸으로, <말모이>에서는 류정환을 연기한 윤계상이라는 배우는 아는가? 윤계상이라는 배우는 1990년대와 2000년대 유명했던 남자 아이돌 그룹 god의 멤버였다. god를 그만두고 배우로 전향하는 과정에서 그는 배우를 하기 위해 god를 그만두었다는 오해를 받았다. 그리고 그 오해는 2015년 12월 ‘힐링캠프’라는 방송에 나와 이야기함으로써 풀 수 있었는데 오해로 인해 방송활동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윤계상이 좋아하고, 원하는 삶이란 방송을 통해 노래하고, 이야기하고, 연기하는 것인데 사람들의 오해로 인해 심리적으로 무척 힘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오해’가 한 사람의 행동과 사고의 자유를 억압한 것이다. 비록 이것이 윤계상이라는 배우에만 국한되는 것일까?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주변에서 받는 선입견이나 오해 때문에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원하는 것을 선택하지 못하고, 해보지도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일만 하는 사람’, ‘감정이 없는 사람’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성을 붙잡고, 이성에 입각하여 사고하고, 행동하였지만, 나는 누구보다도 감정적인 사람이다. 쉽게 상처 받고, 쉽게 슬픔을 느끼고, 사소한 것에 즐거움을 느끼고, 감동도 느끼는 사람인 바로 나인데 말이다. 이러한 오해 때문에 내가 상처를 받고, 감동할 때면 사람들은 이상하게 받아 들이 곤 했다. 그런 경험들이 쌓이고, 쌓이다 보니 어느 사이 감정 표현에 서툴게 되었고, 감정에 자유롭지 못하게 되었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내 감정을 글로 적는 것이었고, 이를 행동에 옮겼다. <마흔에 찾아오는 슬프고, 아픈 마음>이라는 책은 그렇게 완성된 책이다. 이 책이 완성되어서야 주변 사람들은 ‘현진이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구나!’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나 또한 사람들에게 나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조금씩 자유로워지기 시작했다.
‘오해’는 사고와 행동의 자유를 빼앗아 간다. 따라서 자유롭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오해를 받지 않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주변에 제대로 알려서 공감을 얻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