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년, 평범하기 그지없었던 나.
참, 내가 졸업했던 이수 초등학교는 야구부가 있었다. 해태 타이거즈를 좋아했기에 서울 아이들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서초구에 있는 학교라 그랬는지 주니어 클럽이라 그러나? 엘지 트윈스 어린이 회원, 오비 베어스 어린이 회원들이 꽤나 많았다. 유광점퍼에 각종 액세서리까지 풀셋으로 갖춘 아이들이 복도를 거닐곤 했다. 아 역시 서울 아이들은 다르다 싶었다. 그때 엘지는 유지현, 김재현, 서용빈 필두로 엄청 잘 나갈 때지. (하지만 우승은 해태가 많이 했다 ㅋㅋ) 당시 한 반이었던 아이들이 휘문고랑 서울고까지 진학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프로에서 이름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다른 길을 간 것 같긴 하다. 뭐 알아도 아는 척은 하기 힘들었겠지만 ㅎ
초등학교 이후 진학한 이수 중학교에도 야구부가 있었다. 나하고 겹치지는 않지만 황재균 선수가 이 학교 출신이라고 하더라. 운동부가 있는 학교에서 운동부는 뭔가 이계의 느낌을 준다. 초등학교랑은 다르게 운동부와 한 반이 되지는 못했다. 그래서 중학교에서 운동부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다. 기억나는 것은 그 당시에는 ‘서울깍쟁이들’로 분류하던 아이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는 거다. 일단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이 너무 많았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이미 수학은 삼각함수 정도, 영어는 수능 영어 볼 수 있는 정도로 과외를 받은 아이들이 모여있었던 것 같다.
분명 초등학교까지는 나름 지적 우위를 가지고 있었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잡학함은 전혀 다식하지 못했고, 학교에서는 본격 쩌리짱이 되기 시작했다. 입학시험을 쳤던 것 같은데, 나름 잘 봐서 성적순으로 자르는 학급 서기가 되었다. 나름 글씨도 잘 썼으니까. 수학을 워낙 못해서 완전 스파르타식으로 (애를 패면서) 가르치던 보습 학원도 다니기 시작했다. 이렇게 강남의 일원이 되는가 싶었다. 나름 메인 스트림으로 들어가는 느낌도 들었다. 펠레펠레 힙합바지에 마우이 티를 입고 다니는 아이들이 그렇게 멋있어 보였다. 듀스가방에 옷핀을 두르는 아이들을 보고는 경외심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의 나는 이랜드와 티피코시가 최선의 선택이었다 ㅎㅎ
87점. 1학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의 평균 점수였다. 왜 이렇게 수학은 어렵고, 인수분해를 왜 중1이 배워야 하며, I am a boy만 하면 되는 중1 영어에 왜 알 수 없는 전문 문법 단어들이 등장하는지, 초등학교에 비해 부쩍 높아진 학업의 수준에 멘붕과 멘붕이 반복되었다. 그나마 내가 숨을 쉴 수 있는 시간은 국어 시간이었던 것 같다. 어려서 어머니께서 빌려주신 책들에 대한 독서의 효과가 나오는 것이었는지. 학교 백일장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그것도 운문부로. 그때부터 글을 쓰고 싶다는 허황된 꿈을 지니고 살았던 것 같다. 지금 쓰는 글을 보면 일기도 제대로 못쓰는데 말이다.
그러다 2학기가 되었다. 예쁜 영어 선생님과 체육 선생님(기혼)이 사귈지도 모른다는 루머가 돌기 시작했다. 이제 중1이던 아이들에게 씹기에 아주 좋은 가십거리였다. 이 이야기로 깔깔대며 놀다가, 체육 선생님에게 걸렸던 것 같다. 피바람이 불었다. 그 이후부터 남의 이야기는 함부로 입에 올리는 것이 아니라는 교훈을 얻었던 것 같다.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는 사람은 얼마나 가혹한 소문에 시달리는가.
사실 중1에 진학할 때에 아버지께서 정부에서 보내주는 국비 유학생 시험에 합격하셨다. 그것도 정말 생소했던 중국이라는 나라에. 경제학과 출신인 분이 새벽 4시에 일어나 공부를 하시며 당시 한 명 선발하는 시험에 중문과 출신을을 제치고 합격하셨다. 진짜 그때 중국이라 함은 수교한 지 4년 된, 6.25 때 중공군을 보냈던, 미지의 땅이자, 두려움의 땅이었다. 당연히 함께 가자는 말씀은 하기 힘드셨을 아버지는 1년을 혼자 미지의 땅에서 보내셨다. 그도 그럴 것이 아버지가 유학을 가신 곳은 북경, 상해도 아닌 산동성의 제남이라는 도시였다. 그곳에 위치한 산동대학교가 중국에서 8대 명문 중 하나였고, 그곳에서 농경제 석사를 전공하시게 된다. 중학교 1년을 아주 임팩트 없이 보내고, one of 쩌리짱s로 있다가, 중국으로 가는 게 어떻겠냐는 어머니의 말씀에 쌍수를 들고 이야기한다.
꼭! 가고 싶습니다.
이제야 내 진짜 이야기가 시작되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