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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태화 Jul 07. 2021

제 눈에 안경

사랑학개론

  TV에 남녀 각 다섯 명이 나와서 자신의 이상형을 찾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단체, 개인적으로 게임이나 대화하는 시간을 갖고 마지막에 자신의 이상형을 선택하는데, 누가 누구를 선택했는지 대형 스크린에 화살표로 표시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 남성은 저 여성을 선택했는데, 그 여성은 다른 남성을 선택하고, 그 남성은 또 다른 여성을 선택하고, 때로는 한 여성을 두 명의 남성이 선택을 하고, 그러다 화살표가 남녀 서로를 가리킬 때 한 쌍의 파트너가 탄생하는 것이다. 남녀 각 다섯 명이 출연했다고 다섯 쌍의 파트너가 정해지는 경우는 절대 없다. 한 쌍이 정해지면 성공이었다.


  소개팅을 하던, 미팅을 하던, 적은 무리던, 많은 무리던 이성끼리 모이는 곳에는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관심도 가지 않는 사람도 있는 반면 유독 눈길이 많이 가는 사람이 있다. 내 마음에 드는 상대 역시 나를 마음에 들어하는 경우도 있고 아닐 경우도 있다. 이 모임에서는 선택받지 못했다 할지라도 다른 모임에서 선택받을 수도 있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아무튼,  내가 상대를, 상대가 나를 서로 호감을 갖고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사람 사는 세상에서 극히 낮은 확률임에는 틀림이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서로의 교감, 교류로 동질감이나 호감을 느꼈기 때문이리라.


  '제 눈에 안경'. 다른 사람은 그를 선택하지 않았을지라도 나는 그를 선택했고, 또 그는 다른 이를 선택하지 않고 나를 선택했다. 이것이 '제 눈에 안경'의 결과이다. 그런데, 이 말, 조금 각도를 달리하면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말이다. 내 눈에는 당신이 멋져 보이지만 객관적으로는 그렇지 않다는 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랑싸움을 하는 청춘 남녀, 특히 남자 쪽에서 조심해야 할 말이다.


  여자가 묻는다.(왜 이런 걸 묻는지 남자는 잘 모르지만) '왜 내가 좋아?' 이 말에 남자가 '제 눈에 안경이야'라고 했다면 어떨까. 물론 '설명은 할 수 없지만 그냥 좋아'라는 뜻으로 했겠지만 듣는 쪽에서는 '객관적으로는 별로인데, 나 이기에 특별히 너를 이뻐해 준다.'라는 말로 오해할 소지가 충분히 있는 말이다.


 인구의 절반은 남자고, 나머지 절반은 여자다. 그렇게 많은 이성. 특별한 곳에 있지 않는 한 눈만 뜨면 보고 만날 수 있는 이성인데, 그렇게 보고 만나도 사랑의 화살이 서로를 가리키는 경우는 극히 적다. 적은 확률을 통과한 인연은 절대 보통 인연이 아니다. 상대를 사랑하는 이유는 셀 수 없이 많겠지만 한마디로 말하면 '제 눈에 안경'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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