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은 시
유목민
김은
반쪽 생의 힘으로 대지를 이동하는
주름에 고름지고 남루한 인상의 이들이 있다
거친 말뚝을 심고 샘물을 깃고 천을 짜고
옷을 짓고 밥을 지어 먹는
거룩한 사람
해이해진 정신을 가다듬고
해 기울어진 움막에서
숨이 톡톡 끊어진 천조각을 동그랗게 기운다
가슴 안쪽에 난 깊고 늙은 구멍은
밥뚜껑의 더운 김으로 막고
수려한 이동의 냄새가 물씬
젖은 풀냄새처럼 선명히 저려온다
어린 싹을 뜯는 따박따박 굽소리
사냥을 마치고 돌아오는 상쾌한 활소리
아이의 때가 낀 손목자락도 아득하고
천구멍 너머 헐떡거리며 넘어가는
불같은 당신도 잠에 든다
난 활자로 촘촘히 기워진
푸른 양념의 책을 덮고
서리 낀 창문 너머 노을이 기운 곳
싱그러운 그들을 만나러
거룩한 잠이 오기만 기다린다.
2006 제2회 청년토지문학상 대상 수상작
chinaun@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