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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처용 김은 Aug 12. 2016

시, 도자기

시인 김은 시

도자기 


김은


까실한 흙을 모아 고이 반죽을 시작한다 

소매에 질긴 흙자국이 묻어도 아랑곳않고 

여느 때의 갖은 반찬처럼 

나를 씻겨주는 더운 손길처럼 

정성을 기울여 도자기 하나 만드신다 

매일 둥그렇게만 살어라 

크고 작은 모양도 그저 둥그렇게만 하고 

단단한 받침을 세우려 오래도록 쓸어내고 

깨질까 조바심으로 두껍게 빚으신다 

여러 번 토닥여 주름을 다루고 

쏠림이 없는지 비비고 또 어룬다 

입가도 모나지 않게 숱하게 훑고 훑어 

그저 둥그레 하게만 만들며 

헛나온 배를 쓰다듬으신다 

숨이 막힐듯한 불아궁이 앞에서도 

떠날 줄 모르고 

살피고 지펴주어 빗이라도 나갈까 살피신다 

형형오색 도자기가 자궁을 떠나 

세상에 우렁차게 빛으로 나오는데 

그를 받아주는 그을리고 못난 손은 

언제나 우리 어머니의 손이다.


제7회 시흥문학상 입선 수상작


chinaun@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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