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은 시
미쓰리가 걷는 가을
김은
조팝나무가 개운해지고 싶은 몸을 풀자
보푼 양수가 사방에서 툭, 툭 터졌다
거친 나염으로 스며들어 풀어지는
첫 정의 고름
우르릉거리는 여름 사이 산고를 겪어
양쪽으로 부리나케 늘어선 완숙의 나무들 사이로
핏빛 정情만 자꾸 흘러나와 흔적의 점을 찍는다
때론 덜 익게 때론 격하게
발갛게 인주 물든 손으로 엎드려
정신없이 바닥에 소란을 남기는 그 사이
마스카라로 꼿꼿이 추켜올린 단청이
빗난 가슴을 오똑하게 세우더니
양손으로 새큰한 품을 활짝 연다
목에 둘러진 못난 정분을 성급히 빼어
다리에 지겹게 들러붙은 그 미련의 손들을 탁, 탁 털어내며
자꾸 눈물이 나는 미쓰리는
바지런히 가을 양지의 비탈길을 오른다.
문예지 [문학공간] 2009
chinaun@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