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우셨다면

이유라도 좀.

by 꽃무릇

처음부터 알고 시작했다 해도 어느 정도껏 하셨어야 했다.


"나는 원래 반대했었네요"


"나는 거짓말은 못한다. 너랑 결혼하는 거 반대했다고 말했지?"


조카의 신혼집에 들르신 작은어머니를 앞에 두고 하신 시어머니의 말씀이다.


'끼익' '끼익'

적막한 새벽, 방문 앞 낡은 마루에서 나는 소리에 잠을 깨고 말았다. 허공을 날아서 이동하지 않고선 그 누구라도 소리 없이 내 방문 앞을 지나갈 수 없었다. 오래되어 말라비틀어진 마루는 밟을 때마다 외마디의 고통을 토했다. 특별히 내 방문 앞에서 나는 소리는 조금 더 강해서 한 번씩 밟을 때마다 마루와 마루 틈 어딘가 삐죽이 튀어나온 못이 서로 부딪치며 내는 비명쯤 된다고 생각하곤 했었다.


방문 쪽을 향해 걸어와서 '끼익' 소리를 냈으니 이제 다시 소리를 내며 걸어가야 하는데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잠결에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다시 잠이 들은 그 밤이 지나고 또다시 맞은 밤. 막 잠이 들려고 하는데 방 쪽을 향해 걸어오는 발소리 끝에 또 그 소리가 들렸다. '끼익' '끼익' 그리고는 일순간 조용해진 방문 앞. 나는 슬그머니 일어나서 미닫이 방문을 드르륵하고 열고는 방문 앞에 앉아계신 어머니를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어머니 거기서 뭐하세요?"


" 응. 잠이 안 와서 그런다"


나는 말 만들어도 다 짐작이 간다는 홀어머니의 외아들과 결혼한 며느리였고, 결혼한 지 채 몇 달 되지 않은 신혼이었다. 일찍 혼자되신 어머니는 외아들을 위해 무엇이든지 하셨던 분이셨기에 며느리에 대한 기대가 남다르셨다 했으며, 나는 애당초 그 기대에 못 미쳐 반대를 하셨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잠이 안 오셔서 마루에 나오셨다는 어머니는 그렇게 신혼인 아들 방문 앞에 똬리를 트신 모양으로 앉아계셨던 것이다. 왜 거기에. 넓은 마루 놔두고 하필. 방문 앞에 쪼그리고 계셨던 것일까. 몇 번을 그러셨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친정엄마가 안 계셨던 나의 설움은 첫아이를 임신하고서 정점을 찍었다. 초여름에 첫 수박을 사들고 들어온 남편은 현관문 앞에서 수박을 들고 서서 한참을 혼이 나야만 했다


"먹고 싶은 거 다 사 먹으면 돈은 언제 모을래?"


지금처럼 계절과 상관없이 아무 때나 과일을 먹는 일은 상상할 수 없던 때였다. 참으로 서러운 게 먹는 거 가지고 맘 상하게 하는 거라고 했는데, 유난히 먹을거 가지고 그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셨다. 임신 중에 오이소박이가 너무 먹고 싶던 나는, 할 줄은 모르고 해 달라고 할 수는 없고 해서 버스를 타고 백화점 지하 식품부에 가서 사 먹고 오기도 했었다. '친정엄마가 계셨다면 얼마나 좋을까, 왜 우리 엄마는 일찍 돌아가셔 가지고......'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골목 안 육개장 주인아주머니는 배가 부른 어린 임산부가 아무도 없이 혼자 자주 오는것을 보고는 대번에 친정어머니가 안계시냐고 물으며 짠한 눈으로 바라보시기도 했다.




늘 고민을 했다. 나는 내 며느리에게 좋은 시어머니가 되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수도없이 했고, 내가 그러기 위해서 가져야 하는 마음에 대해서 참 많이 생각했다. 시집살이를 한 사람은 오히려 더 시킨다느니 어쩌니 하는 소리는 듣기에도 민망한 소리였고, 오히려 나는 그 스트레스를 알기에 절대 내 며느리에게 그것을 느끼게 해선 안된다고 다짐했다. 나는 가족이라 해도 자신의 삶의 주인은 자신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아들들에게도 어떤 짐도 지어주지 않으려고 애쓰며 살고 있는 편이다.


아들아이가 결혼하고 싶다는 여자 친구를 보여줬고 내년에 결혼 날짜를 잡았으니, 이제 나에게도 며느리가 생긴다. 첫인사를 하러 온 날 그 애에게 나의 마음을 이야기하며 내 마음이 너무 흐뭇하여 심장이 쿵쿵 뛰기까지 했다.


"우리가 세상에 와서 이렇게 가족이 된 것이 너무 행복하고 좋구나. 우리 함께 멋진 인생을 만들어 가보도록 하자. 나는 나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니 너희도 너희의 삶에 최선을 다하렴. 무엇이든지 서로 조율하며 잘해 보도록 하자 알았지?"


나는 내 아들과 부부의 연으로 맺어질 그 아이가 너무 사랑스럽고 예뻐 흐뭇한 마음이 들다가, 문득 그 시절 우리 시어머니의 마음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우리 어머니는 왜 나를 그렇게 못마땅해하고 미워하셨을까?' 그 시대에도 며느리를 이뻐라 하셨던 분들이 많이 계셨었는데, 유독 나는 그렇게 살지를 못했으니 정말 왜 그러셨나 싶었다. 외아들이라 허전하셨으니 며느리가 들어오면 더 좋아야 하는 거 아닐까? 사실은 '질투'라는 복병때문에 그렇지 못했다는 걸 나도 알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두 아들이 장가를 가면 나에게도 두 명의 며느리가 생긴다. 누구라 할 거 없이 귀하고 소중하게 키워져 결혼을 하여 배우자의 부모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예전에는 아들의 아내를 마치 내 소유라도 된 것처럼 생각을 하며 언행을 함부로 하며 상처를 주기도 하곤 했으니 이 얼마나 미련하고 못난 일이었던가. 하지만 나도 미련한지라 언제고 그럴 수 있는 사람이니 늘 명심하여 잊지 않고 행동하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곱고 이쁘게 키우신 딸을 맡기고 보내시는 분들의 마음에 서운함이 들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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