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반달

엄마의 무덤

by 꽃무릇

그즈음 내가 얼마나 힘들었었는가를 다시 떠올려본다. 매일 아침이면 나는 원든 원하지 않든 세상과 맞서기 위해 길을 나설 준비를 했다. 내 능력을 인정받는다거나 하는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으며, 나의 목적은 그저 그 세상과 맞선 대가로 돈을 벌어 별 탈 없이 살아가는 것이 전부였다. 나는 어떤 분야의 전문가도 되지 못했고 그래서 가끔은 세상 앞에 비굴해야 했으며, 그 비굴함에 화가 나 다시 속병이 나는 것도 다반사였었다. 얄밉게도 힘든일은 왜 한 번에 몰려오는 것인지. 흡사 나를 보고 '이래도 네가 버틸 수 있냐'라고 골탕을 먹이는 것처럼 한 번에 밀려오곤 했다.


언제부턴가 불면증이 생겼고 새벽까지 잠들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다. 시곗바늘이 12시를 넘어 또다시 새로운 날이 시작되면 나는 어떻게든 잠이 들어야 한다는 조바심이 들기 시작한다. 최대한 몸의 움직임을 정지시키고 천정을 향해 똑바로 누워 두 눈을 꼭 감는다. 그러다 한 번씩 나는 내 옆구리에 엉덩이를 붙인 채 자고 있는 강아지를 끌어안으며 위로를 받기도 했다.


마음이 불편하여 엄마를 찾아뵙지 못한 것이 몇 년 째인지도 모르겠다. 나를 태운 친구의 차가 용미리를 향하고 있는 것을 눈치챈 것은 시립묘지 앞 꽃집에 다다랐을 때이다. 그날 "그냥 바람이나 쐬러 나가자"라고 한 친구는, 내가 오래도록 엄마를 찾지 못한 넋두리를 해 댄 것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알록달록 화려한 조화 한 다발을 끌어안고 엄마의 산소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엄마는, 엄마가 돌아가시고 10년 뒤에 돌아가신 아버지와 함께 합장을 해드렸다. 두 분은 따뜻하고 잔잔한 모습으로 서로를 위하며 사셨었으니 동그랗고 작은 집에 함께 계신 지금도 외롭지 않고 행복하실거라고 나는 믿고 있다.


반달같이 둥근 산소를 바라보는 나의 눈에 뜨거운 눈물이 차올랐다.


"엄마, 아빠 저 왔어요"


나는 어린 시절 부모님 앞에서 한 것처럼 조잘거리고 있었고, 그 작고 동그란 집안에서 엄마 아빠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계셨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세상과 맞서느라 지쳐있던 딸의 어깨를 감싸주시며 애썼다고, 지금까지 잘 해왔다고 말씀해 주시는 것 같았다. 그동안 나는 힘든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부모님의 산소를 찾지 않았었지만 생각해보니 그 생각은 얼마나 잘못된 것이었던가. 파릇파릇 솟아오른 무덤가의 떼를 손으로 만지며 마음속으로 엄마를 불러보았다.


"엄마, 아빠 저 잘 살게요"


반달같이 작고 둥근 그곳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그곳에서 나는 어느 누구에게서도 받지 못할 위로와 응원을 받고 내려왔다. 어쩌면 그동안 나는 영원한 내 편, 내 부모님이 계셨었다는 것을 잊고 살았었는지도 모른다. 나를 끝도 없이 사랑해 주셨던 부모님이 계셨었다는 것을 말이다. 이제 한 번씩 하늘을 올려다보며 이야기할 것이다. "엄마, 아빠 저 잘 살게요"

가끔 힘든 일을 겪는 사람이 부모님 산소 곁에 가서 울다 왔다는 마음을 이제는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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