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더.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바깥공기에 부스스 눈을 뜨고선 팔을 휘저어 핸드폰을 찾았다. 머리맡에 두고 자면 좋지 않다는 말에 핸드폰을 침대 아래 바닥에 두고 밤을 보낸지도 꽤 되었다. 핸드폰으로 확인한 시간은 5시 50분이었다. 오랜 직장생활 내내 나의 아침 기상 알람은 6시에 맞춰져 있었는데, 언젠가부터는 시계가 울리기 전에 눈을 뜨고 알람을 끄는 일이 많아졌다.
직장생활을 접은 지 한 달 반이 되었지만 여전히 눈을 뜨면 6시 십분 전쯤이다. 몸이 기억하고 있는 나의 하루는 여전히 출근을 하고 있었다. 늘 쫓기듯 종종거리고, 여유 없이 분주한 몸뚱인 것이다. 이제 새로운 직장으로 옮겼으니 그 기억도 조금씩 사라질 테고, 나의 아침 풍경도 서서히 바뀌어 가겠지.
나이를 먹으면 아침잠이 없다더니 나도 나이 먹은 티를 내고 있는 것일까. 쓸데없이 부지런해지는 것이 우스울 지경이다. 이제 늦잠을 잔다고 누가 뭐라지도 않을 테고, 챙겨줄 아이들도 없는데 왜 자꾸 잠이 깨는 건지.
밤에 너무 일찍 자서 그런가. 예전엔 늦도록 안 자고 꼼지락거리는 통에 밤도깨비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었는데 이제 10시만 되면 눈꺼풀이 천근만근이니 뭐 어쩌겠는가.
요즘 나는 새로 시작한 일을 하면서 주머니 속에 늘 사탕을 넣고 다니는 버릇이 생겼다. 동그랗고 돌처럼 딱딱해서 돌 사탕이라고 불리는 그것을 한 번씩 입에 물고 있으면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가끔 정말 당이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질 때는 그 조그만 것이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어릴 적 우리 할머니께서도 내가 알사탕이나 박하사탕을 한 봉지씩 사다 드리면 좋아라 하시며 드셨었는데, 어느덧 나도 서서히 달달한 것을 좋아하는 나이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별 것 아닌 말에도 서운해하곤 하면 "애처럼 왜 그러냐"라고 하거나, "너도 늙는 거야"라고 말할 때가 있다. 나이를 먹으면 늘어나는 나이의 숫자만큼 마음속에 커다란 구멍이 하나씩 늘어나는 걸까? 따뜻한 봄날에도 마음이 시리다거나 한낮의 태양 아래에 서있으면서도 눈물 나게 외로워 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것은 별 것 아닌 말에도 서운한 것처럼 정말 아무것도 아닌 말 한마디에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는 것이다. 코끝을 흝고 지나가는 그윽한 커피 향에 별안간 하루의 피로가 싹 풀리는 마법에 걸리는 것처럼, 달달하고 따뜻한 말 한마디에 사랑을 받는다는 행복한 설렘이 몰려오기도 한다. 그것이 설령 착각이나 오해일지라고 가끔 그러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고 보니 나이를 먹으며 몸도 마음도 달달한 것에 쉽게 위로를 받고 있었다. '늙어간다는 것은 점점 어린아이의 마음이 되는 것'이라고 하지 않나. 이제부터 나도 달달함을 나누는 일에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겠다. 누군가에게 행복을 선물하는 것이라면 그런 수고쯤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