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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이 되어 술만 마실 수 있게 되면 그게 어른이 된 건 줄 알았다.
하지만 사회에 나와
작게는 장례식 부조금은 얼마를 넣어야 하며 봉투엔 뭘 어디에 써야 하는지 몰라 허둥댔을 때부터,
알바비를 못 받으면 못 받은 사람이 직접 노동청에 가서 갖가지 사실을 증명해가며 싸워야 한다는 걸 처음 알았을 때,
세들어 안전하게 살려면 부동산뿐만 아니라 주민센터, 등기소, 은행을 오가며 각종 서류를 챙겨야 한다는 걸 깨달았을 때
아직도 멀었구나, 싶은 순간이 참 많았다.
우여곡절 겪었어도 배운 게 있고, 지혜도 늘었으니 됐다.
그래도 한편 이런 생각도 해 본다.
포털사이트 ‘떼인 알바비 겨우 받은 후기’글이 아닌 학교 수업에서 노동법을 배운다면
은행이나 부동산에서 한참 헤매고 손해 보기 전에 세입자 권리와 생활 서류 떼는 법을 배운다면
갑질이나 사기로 사회초년생을 괴롭히는 인간들도 줄어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