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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보 Oct 12. 2021

자, 이제 할 일이 없다

일이 없으면 만들어서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오랜만에 취미 친구 몇을 만나 그간 안부도 나누고, 미처 만남에 나오지 못한 녀석과 영상통화로 이야기를 나누고 했습니다.


별것 아닌 코로나 시국에 조금 극복된 상황을 맞이하면서 3명 + 영상통화 2명이 더해져서 지난 일들을 말하게 되었는데 대뜸 한 녀석이 할 일이 없다고 합니다.

물론 먹고사는 일로서 일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 외에 시간을 보낼 여유가 생겼는데 정작 할 것이 없더라는 소리입니다.


대부분, 졸업, 사회진출, 연애, 결혼, 육아, 가정과 주변 환경 정리를 부수적으로 돈 버는 일과 함께 해가다 보면 정말 작은 시간이 주는 여유의 한가로움을 어떻게 소비해야 할지 모르게 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대부분 과거를 알고 지낸 친구들이라면 소일거리나 취미적인 접점을 찾아 이야기해보겠지만

사실 잔잔한 취미라는 것이 거의 없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이 친구는 컴퓨터 관련으로 졸업해, 그쪽 관련 일로 군 복무도 마치고 바로 산업 관련 일을 하다가 잠깐 옆으로 새서 게임 쪽 프로그램을 했지만 나이가 들어서 순발력과 창의력이 떨어지면서 관리직으로 돌아서 시스템 관리 및 보수 쪽으로 돌아선지도 벌써 10여 년이 넘어가는 친구입니다.


은근 IT 스러운 업종에서는 잘 살아남은 편이지만, 정작 애들 다 키워서 내보내고 나니 할 일이 없다고 합니다.

사실 저는 취미 로운 부분을 꾸준히 가지고 나간 편이다 보니 독서, 음악 감상, 장난감, 여행, 게임, 오디오, 카메라, 블로그, 글쓰기, 창작하기 등등을 계속 순차적으로 돌아가면서 해오다 보니 쉽게 '일이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그렇지 않은 입장에서 보면 갑작스레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소비해야 할지

선택하기 어렵다는 말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냥 썰렁방지용 이미지입니다.

저희 세대를 비롯하여 윗, 아랫 세대 분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사실 그런 부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우선 먹고사는 일이 중요하고, 수입이 있어야 안정적인 사회성, 취미문화 영역을 지켜나갈 수 있다고 하지요.

그나마 결혼이라는 선택을 하지 않은 몇몇 취미인은 말 그대로 벌어서 전부 자기 취미 라이프에 쏟아붓고 있습니다.

중형차 한 대 값하는 아이템도 선뜻 구입해서 즐기고 있다는 말도 듣게 되니까요.


그러다 보니 비슷한 증후군에 빠진 몇몇 주변 인물들 이야기도 나옵니다.

사례가 좀 그렇기는 하지만



모터사이클, 폼나는 애를 구입해서 돌돌돌 거리면서 돌아다닌 친구가 하나 있었습니다.

3년 전 즈음이었지요.

잘 돌아다니면서 나름 자유를 만끽한다고 했는데, 사고가 나서 도로에 쓰러지고 뼈가 많이 부서져서 1여 년 가까이 병상생활을 하게 된 후에는 가드닝 쪽으로 전환해서 유기묘 몇 마리와 함께 조용하게 지내는 쪽으로 전환했다는 이야기.



본래 어느 정도 아웃도어 성향이 있다면 활동적인 취향, 또는 여행 관련 취미를 권해볼 수 있겠지만 근래에는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쉽게 도전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다만 이 친구는 나름 경력과 재능이 넘치겠지만 인도어와 아웃도어 가운데 선택을 한다면 역시 인도어 쪽입니다.


그러한 친구에게 요새 유행하는 최신 게임 세계에 빠져보라고 하니, 이미 경험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몸이, 눈, 시력이 많이 떨어져서 몇 시간 못하고 피곤해서 그만두게 되었더라는 경험을 말하네요.

나름 만능형 취미영역인 전자오락을 즐기려는데 체력이 안되어서 즐기지 못한다고 하니 참 난감하기도 합니다. 몇 달 전에 소형, 경차 가격 정도 들여서 컴퓨터도 장만했는데 그러했다고 하니 옆에서 보는 저도 마음이 쓰리더군요.


마음 잡고 게임 좀 해보겠다고 결심해 하드웨어 잔뜩 준비했더니 나이 먹어 즐기기 힘든 상태가 되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면서 할 일이, 놀거리가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주변 취미인 가운데 귀농이라는 선택을 한 친구도 있습니다.

그쪽 경험을 바탕으로 소일거리 만들어 살아보는 것도 어떤가 하는 의견이 나왔지만, 평생 도심생활만 하고 살아오다 보니 그쪽으로는 영 소질과 취향이 생기지 않는다고 하네요.


유명한 이야기지만

젊을 때는 돈이 없고, 돈이 있으면 시간이 없고, 나이 들어 돈과 시간이 생기면 체력이 없다는 말이지요.


일이라는 것이 꼭 삶에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름들에게 있어서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기 위한 일과 같은 무언가가 필요한 것도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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