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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보 Feb 22. 2022

장편 작품의 패러독스

구입하다, 읽다가 멈춘 작품들을 체크해 보고 있었는데 의외로운 부분이 보입니다.

어째 좀 읽다가 보니 대부분 작품들은 수십 권짜리 장편인 경우가 대폭 늘어났습니다.

일본산 만화 작품의 단단한 배경에는 연재 작품군이 많다는 것과 그것이 인기와 함께 장편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지요.

과거에는 몇몇 스타 작가가 수십 편에 가까운 작품을 발표하는 것이 당연했는데

최근에 와서는 인기를 얻은 작품 한두 개로 평생을 그리는 라이프 워크 구성이 되어가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런 구성은 일본 만화잡지 전성기를 보였던 1970~1980년대에 가장 큰 장점으로 이야기되어 왔습니다.

1960년대만 해도 장편 만화라고 해도 대부분 에피소드 10개 이상 되는, 권수로 따지면 2권 이상 되는 작품을 지칭하는 형태였습니다.

단행 책자, 대부분 만화책은 1권 내에 마무리되어야 했고 이런 부분은 본래 대여 만화 등을 기반으로 한 시장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경제 활성화로 인해 소비자 구입 욕구와 소비 시장 확대로  판매되는 책자 시장이 늘어나면서 그것은 대단히 많은 것을 변화시켰습니다.

1970년대에 들어서는 일반적으로 4권까지 발행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4권 이상 8권 미만이 중편

10권 이상 되는 작품을 장편이라고 불렀습니다.

책 권수, 지면 제약은 대부분 스토리 구성이나 진행을 단순화하는 경우가 많아서 단순한 시각을 가진 소년, 청소년 이해를 쉽게 하는 구성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지성 발달, 학습화로 인해 소년 소녀, 청소년들 이해력이 높아지면서 그에 맞추어 등장인물 개연성에 대한 이해 인식이 더 깊이를 더해야 했지요.

과거에는 그냥 악당은 악당이고 정의의 편은 무조건 정의를 행사하는 위치에 존재합니다.

게다가 악당은 의미 없는 세계 정복이라는 단어를 들고 나와 공공의 적임을 당연하게 주장하지요.

그렇게 멍청한 행동을 보여도 궁극에 가까운 힘을 바탕으로 국제 깡패짓을 해도 누구 하나 말리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많았지요.

물론 그 이면에는 어른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었지만 그것을 아동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영역이라는 말을 했지요.

그러나 성인 극화가 등장하게 되는 시기가 무르익지요.

코흘리개 꼬맹이들도 만화를 보면서 성장을 했고 그들이 가진 이해력 범위도 이미 제작자, 만화가 이해력을 넘어서는 성장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과거에는 3~4컷으로 처리할 수 있었던 이야기를 수십 페이지, 아니 근 한두 권에 가까운 이야기로 풀어서 그려내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이어온 제작 환경 이해라는 과정을 공부해 본 결과 대부분 연출, 스토리 구성, 그리고 그것을 보는 사람에게 충분히 이해시킬 수 있는 화력은 사실 너무 특이하거나 과감해도 공감을 얻기 어려웠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가끔 창작, 제작에 몰두하는 사람이 하기 쉬운, 자기 논리에 빠져서 그것을 보고 즐기는 사람이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영역에 들어가게 되면 소수만 이해하는 영역이 되어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팔리지 않는 작품이 된다는 것이지요.

간단히 말해 1980년대 만화에서 지금의 스마트폰 같은 구성을 가진 제품을 표현하고 그리면 대다수가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반대로 최근에 태어난 세대가 1980년대 만화를 보면 그게 무슨 모양인지 어떤 의미를 가진 것인지 잘 이해를 하기 어려워하기도 합니다.

오히려 단순 무식한 스타일 인간 드라마 쪽이 훨씬 더 쉽게 이해가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뭐 그런 상황은 저도 수십 년간 만화를 보고 즐기면서 이해를 해온 부분이기는 하지만 제가 초 장편 만화에 있어서 우려하는 부분은 그 작가와 독자가 성장해가면서 작품 내 시대관을 비틀어지게 하는 부분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완전히 무시하고 나갈 수 있는 그런 형태로 완성되는 드라마는 의외로 드문 편입니다.

그래서 더욱 장편일수록 그런 변화 구성을 잘 끌고 나가야 하기 때문에 은근 SF나 판타지가 더 편하게 작동하는 구조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장편이라서 나쁜 것이 아니라 장편이다 보면 틀림없이 어딘가 삐꺽하는 부분이 나오기 때문에 좋은 작품이 되기 어렵다는 말을 하게 됩니다.


이미지는 특별한 의미 없이 올려둔 것입니다.

과거에는 취미인들이 이런 것을 가지고 놀 수 없어서 3D 프린터까지 구입해서 자신들이 공부해 3D 모델링을 해 만들어 놀았는데 말입니다.

시대가 지나면서 추억을 다시 부르는 그런 제품군들이 조금씩 다시 나오는 것을 보면서 은근 추억 장사의 무시무시한 영역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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