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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보 Jun 28. 2022

비 내리는 날


사회생활을 할 때 바라보는 비 오는 날.


사회생활을 하지 않고 놀면서 보는 비 내리는 날.


조금 높은 산동네에서 보는 비가 있는 날.


보통 거리에서 보는 비가 함께하는 날.


비(雨)가 참 그렇고 그렇지요.




6월 말에 들어 비 내리는, 비가 내리고 잠깐 개인 모습들을 보면서 음악 틀어놓고 멍 때리는 것은 확실히 느낌이 다르네요.


가끔 사람들 이야기를 해보지만 과연 날씨 변화는 사람 살아가는 모습에 얼마나 많은 변화를 가지게 하는지 보면 재미있습니다.


장마 시즌은 아무래도 공기 중에 수분 포함량이 많아지면서 음반사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음악을 틀어도 좀 잔향이 다르게 들리지요.


옥탑방이라는 구성이다 보니 은근 그런 재미를 느껴보게 됩니다.


밤중에는 부슬 부슬 내리는 빗소리를 배경으로 음악을 들어보면 또 재미있습니다.


몇 년 전에는 비 오는 날 운치가 담긴 영상 만들려고 시도 때도 없이 나가서 찍어두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냥 비가 내리면서 그것과 함께 바뀌어가는 주변 모습들을 돌아보게 됩니다.


지금 살아가는 모습과는 많이 다른, 그렇지만 또 다른 것 같지도 않은 동네 모습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게 됩니다.


비가 오면 가을, 겨울 때와는 다른 은은한 축축함이 사람들 감성을 녹이는 것 같아서 재미있습니다.


대부분 어떤 일이 있어서 전화하고 연락하고 만나고 밥 먹고 하는 과정들을 보면서 그 안에서 또 지난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즐거운 추억을 말하면서 다 함께 지나온 시간에 대한 이야기도 하게 되고요.

산동네에 있을 때는 비가 내린 후에 맑게 개면서 구름 사이로 보이는 여러 모습들이 즐겁게 다가왔지만


지금은 저 불빛들과 함께 머물러있다 보니 그런 경관을 바라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떤 의미로는 사람들을 만나러 나가기 귀찮은 곳이었지만 주변을 돌아보기 좋았던 곳이라는 생각을 하지요.





비가 와서 예쁘게 기억하는 것도 있고 그 눅눅하고 축축한 분위기가 싫었던 때도 있는데


다른 동네에서 살아가다 보니 그런 것들이 하나하나 다 추억거리로 남아있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네요.


언제나 비가 오고 이후에 개이는 모습을 좋아했기 때문에 그런 시간에 나가 놀기도 했지요.


추억이라고 하면 강릉 가다가 비가 억수로 내려서 중간 정자에 머물면서 바라본 모습들인데 그게 그렇게 진하게 기억에 남기도 합니다.


너무 비가 내려서 카메라 포커스가 난리를 쳐서 사진으로 남기지는 못했지만 묘하게 그 모습을 보면서 기억하게 되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근래에는 더워지는 날을 대비해서 새벽 라이딩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주로 사람이 별로 없는 도심 거리나 한적한 때에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데 유럽이나 미국에 갔을 때도 일부러 그런 시간대에 타면서 묘한 즐거움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있어 가끔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 비가 그치고 조금 예쁜 아침, 새벽이 다가오면 에헤헤 하면서 나가볼 것 같은데,


문제는 그럴 때는 대부분 사진으로 찍어두기 어렵습니다.


그 분위기가 안 나와요 사진만으로는.


그런 것이 아쉽습니다.


조금 비 내리는 소리보다는 더 시끄러운 도로 소리가 묘한 대조를 이루기도 합니다.


주택가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부산함.


오가는 사람들의 작은 숨소리나 이야기가 조금 드라마 백그라운드 효과음으로 들리는 것도 다 지금, 이런 시간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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