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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꼬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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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칩코 Apr 15. 2019

아침에 하는 섹스

2019 4월 14일 .


꼬리는 아침에 하는 섹스가 좋다했다. 역시 나랑 꼬리는 잘 맞아, 하고 속으로 대답했다. 침대 위로 아침 햇살이 낮게 깔리면 방에 주황빛 안개가 들어찬 것 같다. 그 안개 사이로 꼬리의 촘촘한 속눈썹을 보면, 슬금슬금 꼬리 종아리를 발가락 끝으로 쓸고, 날개뼈도 손바닥으로 만지작거리게 된다. 주황빛 안개는 표정을 가려주지 못한다. 꼬리가 내 클리토리스를 만져줄 땐, 목을 꼭 끌어안아 표정을 꼬리의 어깨 너머에 둔다. 어쩐지 좀 부끄럽다. 낑낑대거나 아! 하는 탄성이 흘러나오는 거까지 숨기진 못하니까, 표정이라도 숨겨야지. 꼬리의 손가락이 클리토리스를 톡톡 빠르게 치거나, 작고 부드러운 동그라미를 수 십 번 그리다보면, 다리가 저릿하고 전기가 통하는 느낌이 든다. 햄스트링을 찢어질 듯 늘리는 요가동작을 할 때, 눈앞에 자글자글한 형광 별이 보이는, ‘더는 못 참겠다’ 싶은 딱 그 느낌! 다만 요가는 다리를 굽혀버리면 그 느낌에서 해방이지만, 이건 그러지도 못하니 오줌을 쌀 것 같다. 다리에 힘이 풀려버릴 쯤엔, 꼬리의 목에 매달려 ‘더는 못 참겠다’고 애원에 가까운 신음소리를 낸다. 꼬리가 손끝을 떼고 입맞춤을 하면, ‘더 참을 걸 그랬나’ 후회하게 되는 그런 느낌. 하루는 아침에 섹스를 한 후, 꼬리가 고백할 게 있다고 했다. 오르가슴을 느끼던 중 오줌을 쌀 뻔했다고. 세상에, 어디까지 나랑 잘 맞을 것인가, 하고 속으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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