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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꼬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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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칩코 Apr 16. 2019

당신처럼 사랑하는 방법

2019년 4월 10일 저녁.


요새 스티븐 유니버스의 ‘love like you’ 노래를 주구장창 듣는다. 꼬리는 이 노래가사가 꼭 자기가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 같다고 했다. 꼬리는 날 닮아간다. 아침잠이 많은 꼬리는 이제 7시 반이면 꼬물꼬물 눈을 뜬다. 콧잔등을 찡긋하는 내 웃음, 눈을 동그랗게 치켜뜨는 습관을 따라한다. 6살짜리 아이처럼 말하는 내 애교나, 분할 땐 눈을 감고 씩씩거리는 척하는 장난도. 꼬리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에 서투르다고 했다. 내가 간질거리는 말을 퍼부을 때마다, 자기도 같은 생각을 했었는데 말을 안 하고 있던 것에 놀란다고 했다. 시도 때도 없이 예쁘다고 넋을 놓는 나를 보고 사랑으로 만들어졌다던 꼬리. 나에게서 사랑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는 내 사랑하는 사람. 저녁 공기가 얼굴을 씻겨주는 퇴근길, 이어폰에서는 여전히 이 노래가 흘러나왔다. 베시시 혼자 웃다가, 발걸음이 붕 가벼워지게도 만드는 노래. 가끔은 코가 시큰해져서 꼬리가 또 보고 싶게 하는 노래. ‘당신이 나를 생각하는 것의 반만이라도 내가 될 수만 있다면, 나는 어떤 것도 할 수 있어요. 당신처럼 사랑하는 방법까지도 배울 수 있어요.’ 꼬리가 내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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