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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꼬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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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칩코 Apr 16. 2019

두 번째 심장

2019년 4월 15일 저녁.


입 맞출 때 코가 닿듯이, 포옹할 땐 배가 닿는다. 나는 꼬리의 아랫배를 좋아한다. 따뜻하고 몰랑한 배. 다른 곳보다 조금 더 하얗고 낮은 곡선을 그리는 곳. 그곳에 내 배를 맞추고, 꼬리의 아랫배가 오르락내리락 하는 걸 느낀다. 말랑말랑 부풀었다가 작아지고, 다시 부풀었다가. 아, 우리의 배꼽이 이어져 있다면! 서로의 따뜻한 숨이 배꼽을 통해, 안에 가득 찰 수 있다면. 포옹이란 쿵쿵쿵쿵 심장소리를 나누며, 아랫배의 온기를 전하는 것. 오늘은 요가를 하는 날이다. 비트 있는 음악이 나오고, 허벅지가 뜨거워지는 빠른 동작들을 숨 가쁘게 이어갔다. 온몸에 피가 빨리 돈다. 여기저기서 신음소리가 들릴 쯤에서야 선생님은 마지막 카운트를 셌다. 자, 이제 배를 바닥에 대고 누워 휴식. 기진맥진한 어깨가 축 바닥에 쏟아지고, 끈적한 볼이 매트에 닿는다. 손 까딱할 힘도 없는데 심장은 휴식을 못하고 쿵쿵쿵쿵. 매트에 찰싹 엎드려 이완하는 다른 곳들과는 달리, 심장만 몸 밖으로 빠져나갈 듯 요동친다. 잘 느껴보면, 심장에서 한 뼘 내려간 곳에서도 쿵쿵쿵쿵. 진원지가 한 군데 더 있다! 요란하게 매트를 때리는 배꼽 아래 단단한 근육. 내 두 번째 심장. 배꼽으로 개구리 한 마리가 튀어나갈 것 같다. 고요한 휴식자세, 심장과 아랫배만 소리 없이 팔딱팔딱 숨을 쉰다. 매트와의 진-한 포옹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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