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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칩코 Jun 17. 2019

두 사람이 헤어지는 이유

2019년 6월 16일 저녁.


늦은 시간에 언니의 전화를 받았다. 며칠 내 싸우고 화해하고를 반복하던 애인과 헤어졌다고 했다. 언니는 속이 울렁거리고 손이 자꾸 떨린다고 했다. 죽고 싶다고도 했다. 나는 택시를 타고 내가 있는 곳으로 오라고 했다. 마침 단 것이 있어 건넸는데, 토할 것 같다면서 언니는 고작 몇 입을 먹었다. 애인에게 상처만 줬다고 후회하더니, 오늘은 실컷 매달려서 후회가 없다고 했다. 애인은 아주 사려 깊게 고민을 한 후, 따뜻한 눈으로 미안하다고 말했다고 했다. 언니는 삶의 대부분을 잃어버렸다고 불안해했다. 같이 있어줘서 고맙다고 했다. 혼자 있었으면 무서워서 죽지도 못하고 마냥 죽고 싶었을 거라고. 싸워도 헤어지지는 말지 그랬어. 오래 만났으면서. 그들이 왜 사랑하면서도 서로에게 상처를 줬는지에 대해 들었다. 그들은 연애의 계약기간이 끝났거나, 계약을 위반해서 헤어진 것이 아니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단지 용서할 수 없는 말과 눈빛들이 비가 내리고 눈이 오듯이, 인과도 예보도 없이 자꾸 튀어나갔다. 난 갑자기 두려워졌다. 정상연애를 안하면 꼬리와 평생 있을 줄 알았는데, 사랑하는 두 사람이 헤어지는 이유는 생각보다 여러 가지였다. 너도 혼자 있는 걸 잘 못하지? 언니는 내게 물었다. 난 꼬리와 헤어지고 혼자가 된 나를 상상했다. 언니가 오늘 하루 동안 느꼈던 메스꺼움이 한순간 몰려왔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일 거야. 언니마저 없으면 정말 죽었을 걸. 오늘은 언니가 죽을 것 같아서, 막 잠에 드려는 언니를 자꾸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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