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빌딩 숲 사이에 있는 한옥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전쟁으로 인하여 전통 건축물이 많이 파괴되기도 했지만 남아있는 것들도 무분별한 도시 개발에 의해 지금은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져 있다고 표현되는 서울이 되었다. 잊혔던 한옥이 다시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인 것 같다. 서울의 대표적인 한옥마을인 ‘북촌 한옥마을’을 조성한 독립운동가 정세권에 대해 재조명되고 있는 것도 사람들의 관심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한옥은 어떤 매력을 가진 공간일까? 한옥이 갖고 있는 공간의 아름다움(美)은 무엇일지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우리 일상 속의 한옥
자연 속의 한옥
한옥은 자연을 최대한 수용하는 형태의 집이다. 필요한 곳만 벽으로 막으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기둥과 기둥 사이를 문이나 창으로 막는다. 마루와 방 사이에는 분합문을 방의 앞뒤에는 미닫이문과 여당 이문을, 방과 방 사이에는 미세 기문을 설치한다. 평상시에는 이 문들이 벽의 역할을 대신하지만 문을 열었을 때는 바닥과 천장만이 남게 된다. 이러한 구조적 형태는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우리나라의 계절적 특성이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한옥 공간의 흐름
여름철에는 문들 개방하여 사방에서 공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며, 겨울철에는 머름 대가 내부의 열을 지키고 외부의 한파가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한옥 공간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회귀의 공간 흐름을 보이고 있다. 앞마당에서 방을 지나 뒷마당으로 이어지거나, 안방에서 대청마루를 지나 건넌방으로 이어지는 공간 흐름처럼 다시 되돌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자연이 한옥을 거쳐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크기와 모양은 다르지만 가지런히 정렬된 장독들
건축에서 비례는 매우 중요한 원칙이다. 이는 안전과 연관된 중요한 문제일 뿐만 아니라 비례를 통한 균형은 아름다움(美)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석굴암은 매우 기하학적인 형태를 유지하면서 대칭적이고, 비례미가 뛰어난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한옥의 미(美)를 곡선의 아름다움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한옥은 대부분 직선을 기본으로 지어진 건물이다. 수평과 수직의 원칙을 바탕으로 기둥, 대들보, 문 등 직선을 기본으로 제작된다. 이것은 수평과 수직에서 오는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 때문에 건축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그런데 한옥에서는 이러한 비례과 균형을 기본으로 만들어졌음에도 비대칭을 통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건물의 기둥과 기둥 사이를 간(間)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이를 반복하다가 균형이 깨지면서 비대칭을 만들어 낸다. 한옥의 평면 구조를 살펴보면 ㄱ,ㄴ,ㄷ의 형태들을 볼 수 있는데 이들은 모두 비대칭적 구조를 갖고 있다. 비례와 균형을 바탕으로 하여 비대칭적인 형태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 한옥이 갖고 있는 매력이다. 비대칭은 자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형태이며 한옥에서의 비대칭은 자연과의 조화와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창을 통해 본 풍경
한옥의 창과 문을 통해서 집 안과 밖의 모습을 즐길 수 있다. 임석재 교수님의 ‘나는 한옥에서 풍경 놀이를 즐긴다’를 보면, 한옥의 창과 문을 액자의 프레임으로 보고 다양한 풍경을 즐길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사계절의 변화와 빛의 세기와 위치에 따라서 다양하게 변화되는 모습들을 창과 문이라는 액자를 통해서 볼 수 있다는 것이 한옥이 갖고 있는 매력인 것이다.
창덕궁 낙선재
기존에 한옥 하면 떠오르던 기와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법을 이야기해주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현대의 사람들이 전통 한옥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매력을 발견하고 그것을 즐겼으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그 매력들을 현대의 기술과 접목시켜 전통의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한다. 불편해서 살기 힘든 한옥이 아닌 전통 한옥의 가치와 매력을 살려 다양한 모습의 한옥이 만들어지고 지속적인 관심 속에서 발전되어 많은 사람들의 쉼터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