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푸른 바다

by 윤슬

침실로 이어지는 걸음 속에서도 우리의 시선은 단 한 순간도 떨어지지 않았다.


얇은 옷가지들은 이미 우리 사이를 가로막는 무의미한 장벽에 불과했다.


그의 커다란 손이 등줄기를 타고 부드럽게 미끄러질 때마다,

잠들어 있던 내 안의 모든 감각이 불꽃이 튀듯 깨어났다.


단단한 손바닥이 내 몸의 곡선을 따라 소유하듯 옮겨갈 때마다 뇌리는 하얗게 점멸했다.


그는 평소의 다정한 모습과는 달리, 침대 위에서는 나를 완전히 장악하려는 맹렬한 기운을 내뿜었다.


내 몸 구석구석을 탐닉하는 그의 뜨거운 열기와 농밀한 손길 아래서,

나는 지금까지 내가 견뎌온 그 모든 시린 세월이 이 황홀한 불길 속으로 흔적도 없이 증발하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단순히 육체적인 결합을 넘어선 영혼의 구원이자,

세상이 내게 강요한 배역으로부터 도망쳐 나온 가장 아름다운 일탈이었다.


서로의 체온이 엉켜들며 숨 가쁘게 이어지는 교감 속에서,

나는 떨리는 호흡을 그의 어깨에 묻었다.


빗소리가 지붕을 두드리는 소리가 아득한 배경음으로 밀려날 무렵,

우리는 서로의 심장박동을 공유하며 길고도 짙은 여운 속에 몸을 맡겼다.


'너무 좋아.'

내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온 그 말은 쾌락을 향한 탄성인 동시에,

누군가에게 온전히 나를 맡길 수 있다는 안도의 고백이었다.


내가 살아있는 '여자'임을,

그리고 사랑받아 마땅한 소중한 존재임을 온몸의 전율로 확인받는 축복의 시간이었다.


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