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ROUND] 잃기 전에는 몰랐다.

《그림자를 판 사나이》《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

by 필화


습기 가득한 바람에 눈을 뜨게 되는 때입니다, 필화 님. 어찌 지내세요?


우리끼리만 아는 그 촉박한 긴장감 가운데 마음을 재촉해서 얼른 답장을 써야지, 하며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그나저나 계절마다 BGM에 신경을 쓰신다니 그거 진짜 근사하네요. 가을에 첼로라, 좋지요. 찰현악기는 가을과 정말 잘 어울리는 악기라고 생각합니다.


작곡가들이 좋아하는 소재 중 하나가 계절이 아닐까 생각해요. 계절을 표제로 붙여둔 곡들 중에서 가을, 혹은 9-11월을 제목으로 달고 있는 곡들만 모아서 들을 때도 있는데 이것이 또 각별한 재미가 있답니다.


세상은 늘 예술가들을, 작가들을 귀히 여겨야 해요

아니, 같은 ‘가을’인데 누구는 풍성한 수확을 찬미하고 누구는 낙엽을 밟으며 우수를 느끼고 또 누군가는… 그렇게나 세상에 다양한 가을의 얼굴이 있음을, 같은 재료를 넣어 빚은 다른 결과물들을 모아 감상하면 새삼 수많은 예술가들의 다채로운 해석과 그 덕에 한결 풍성해진 ‘가을’ 혹은 그 어떤 것에 절로 경외감을 품게 됩니다.


다양성이 중요해요, 필화 님. 아시겠지만, 단일화- 혹은 획일화된 것들은 반드시 언젠가 소멸의 길을 걷게 되어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세상은 늘 예술가들을, 작가들을 귀히 여겨야 해요. 본인이(???) 살기 위해서라두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시나몬롤, 물론이죠. 그런데 이건 준비시간이 좀 필요하니까 적어도 하루 이틀 전에는 언질을 주셔야 해요?? 몇 시간 주고 "지금 갈게~" 하시면, 저의 쿠크다스 멘탈은 '아니 지금 내가 무슨 말을 들은 거지' 하고 파슥 부서질 수도 있어요오.



제가 지난번에 소개한 책의 엔딩이요?

당연히 해피엔딩이죠. 자 이 정도가 제가 할 수 있는 최대 스포(!)였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뭐에 대해 쓸까 잠시 고민의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정숙해 주세요.


… 안타까워라. 별 생각이 안 나네요. 무려 **시간 동안이나 침묵 속에서(그럴 리가) 인고하며(거짓말은 적당히) 숙고했건만(숙고의 뜻풀이를 바꾸기로 하자).



뭐- 어쨌거나요.

악마와의 계약이라. 이것도 작가들이 참 좋아하는 소재죠.


이게 너무 재미있는 얘기라, 뭐 일단 가장 유명한 걸로는 모두가 알고 있지만 다 읽은 사람은 별로 없을(저도 못 읽었어요 ㅋㅋ) 《파우스트》가 있겠고. 그리고 사실 제가 소개하고 싶었지만 또 절판본이냐! 하는 원성이 있을까 봐 고이 접어둔 (그러나 끝까지 말은 하는 이 줏대… 아, 이건 김담화표 줏대니까 필요 없으시겠죠. 죄송합니다. 아무데서나 좌판 까는 이 버릇 고쳐야 하는데…) 《써틴THIRTEEN》! 동명의 작품이 많아서 작가명을 쓰겠습니다. 볼프강 홀바인이라고 하는 분이에요. 부인과 함께 이 책을 썼죠. 이건 정말 호불보가 극명하게 갈렸던 책이었는데, 저는 극호 쪽입니다. 제가 구전동화/신화를 모티브로 새로 쓴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이거든요. 마침 지난번에 소개드린 책도 그런 계열이었죠. 그런데 보기 드문 호러 판타지예요. 아쉽지만, 절판이니 이 책은 넘기겠습니다.



그럼 내가 아는 악마와의 계약 이야기에서 뭐가 남았지? 하고 순간 패닉할 뻔했으나 다행히 신에게는 비장의 한 권이 남아 있었던지라. 아 왜 이런 데서 뿌듯해지는지 모르겠네요. 암튼, 그래서 이번에는 짧고 재미있으며 꽤 생각할 거리가 많은,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의 《그림자를 판 사나이》입니다.



《그림자를 판 사나이》


내용을 간단히 설명해 드리면

1. 쥐뿔도 뭣도 없는 남자가 기묘한 남자에게서 화수분 금화 주머니를 얻습니다.

2. 그 대가는 본인의 그림자였죠. 남자는 존재감도 없는 그림자 대신 얻은 금화로 부와 명예를 얻지만…

3. 그림자가 없음을 들킨 남자가 존재론적 위기에 몰리자 기묘한 남자가 다시 나타나 그림자를 돌려주는 대신 영혼과 거래하자는 제안을 하죠.



벗이여,

만약 사람들과 함께 살고 싶어 하는 이들이라면 부디 무엇보다도 그림자를 중시하고,

그다음에 돈을 중시하라고 가르쳐 주게나.

물론 자네가 단지 자기 자신,

그리고 더 나은 자기 자신과 함께 살고 싶다면,

자네에게는 그 어떤 충고도 필요없겠지만. -p.5


그런데 친구여, 그녀가 태양 빛 한가운데 서 있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다시금 내 앞으로 두어 걸음 정도 옮기고 무릎을 꿇었고, 그림자 없는 나는 그녀와 나 사이의 간극을 뛰어넘을 수 없었다. 그 천사 앞에 무릎을 꿇을 수 없었다. 어떤 종류의 그림자도 나는 가질 수 없었으니 말이네. -p.55


“당신을 그림자에 붙잡아 두어야만 저에게서 도망가지 않겠지요. 당신처럼 부유한 사람은 그림자를 필요로 하는 법입니다. 당신이 그 점을 일찍 깨닫지 못했다는 점, 그것이 다만 비난받을 일입니다.” -p.109


저는 이 이야기를 아주 어렸을 때 읽었어요. 열 살이 조금 넘었을 때였을 거예요. 어린 담화에게 이 소설이 준 충격은 정말 어마어마했습니다. 자연의 법칙이나 다름없는 것을 내 소유물처럼 악마에게 팔 수 있다니! 초딩 어린이가 제유법 따위를 알 게 뭐겠습니까? 이거 뭔가 잘못된 건데, 이러면 안 되는데. 이런 조마조마함을 가득 안고 책 안에 기어들어갈 기세로 페이지를 넘기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결국 이 수상한 신사의 정체는 악마였던 거야! 하고 침을 꼴까닥 삼키며 손가락을 헛짚으며 페이지를 실수로 구겼던 순간까지…


이 책 역시 저의 어린 시절을 대변하는 책 중 한 권이기에 성인이 된 이후 저는 이 책을 다시 구입했습니다. 그 때 구입했던 번역본의 제목은 《페터 슐레밀의 신기한 이야기》 였는데, 이제 보니 그건 부제인 듯합니다. 그런데 제가 갖고 있던 그 책은 이사 몇 번을 거치면서 없어진 것 같아요… ㅠ.ㅠ 아쉽네요.


그 어린아이가, 샤미소 Chamisso라는 거창한 이름을 성인이 되도록 기억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저는 지금도 가끔 놀라워요. 각인처럼 남은 기억이란 그런 것인가 봐요. 필화 님께도 그런 책이 분명 있겠죠? 아, 혹시 백과사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언뜻…



그런데 말입니다, 필화 님.


정말로 지금 바로 눈앞에 가장 벗어나고 싶은 현실을 단숨에 벗어버릴 수 있는 그런 해결책을, 마치 굶주린 개 앞에서 고깃덩이를 흔들어대는 것처럼 누군가가 이거 너 가질래? 하고 보여준다면 낚이지 않을 자신 있으세요? 전 솔직히 없어요, 정말요. 하지만, 그 사실 하나만은 늘 명심하고 있으려 합니다. 한순간 이성을 잃을 정도로 침 넘어가는 거래를 제시하는 자가 가진 저울의 반대편에 얹힐 대가는 결코 가벼울 수 없다는 사실을요. 네, 저는 이 진리를 신봉하는 사람입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뭔가를 얻고 싶다면 그에 상응하는 (혹은 상회하는) 것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을요.


그러니 계절에 어울리게 생산적인(?) 인사로 맺어볼까 합니다. 우리의 과실을 따는 그날을 그리며 오늘도 힘내보아요, 우리…














안녕 담화님.


재미있는 책 소개 잘 읽었어요..


그림자, 그 다음은 영혼이라니.. 아아 무서운데요.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것을 알 리 없는 주인공은 그 댓가의 참혹함에 고통스러워하겠군요. 이걸 어린 시절에 읽었다니 담화님 기억에 오래 남을 만 합니다. 그래도 충분한 반면교사가 되어준 것 같네요.



제가 기억하고 있는 저의 최초의 책은 어린이대백과사전이었다고 말씀드린 바 있고요, 그 다음으로는... 사춘기 때였던 것 같아요.


당시 저희 집에는 젊은 시절 장교였던 아버지께서 어머니와 데이트하실 때마다 한 권씩 사주셨다는 세계문학전집 한 질이 있었어요. 훈련 들어가면 연락이 어려우니 그리울 때마다 읽으라며 사주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파병을 나가기 전에 미쳐 다 사주지 못했던 세계문학전집 나머지와 사관학교 반지를 주면서 “기다려주오”하고 가셨다고 합니다. 이 무슨 로맨틱한.... 아무튼 그런 연유로 어머니께서 무척 아끼셨던 책이라 꽤 오랫동안 저희집 서가에 꽂혀 있었어요.


사춘기가 될 무렵 어느 날 주말에 누워있는데 이 책들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그래서 제일 윗칸에 꽂혀 있었던 이 책들을 꺼내서 읽기 시작합니다. 누런 종이와 세로읽기에 약간 당황했지만, 그마저도 조금 신기하고 홀리는 매력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중학교 시절을 <노인과 바다> <폭풍의 언덕> <제인 에어><무기여 잘 있거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등의 명작들을 읽어내리며 보냈습니다.


그 때는 이 고전들의 깊이와 의미를 다 알지 못했지만, 그 내용만으로도 너무나 흥분되고 재미있어서 쉬는 시간에 화장실도 안 가고 책상서랍에 펼친 상태로 넣어두었던 책을 꺼내어 달려들듯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책장을 열면 갑자기 영화처럼 저자가 그려둔 그 안의 세계로 빨려들어가는 기분이었달까요. 나의 현실은 이 곳인데, 정신은 그 세계에 가 있는 기이하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너무 재미있어서 몇 번이나 다시 읽고, 영화를 보았을 때는 그 영상들을 되뇌어보곤 했던 것 같네요.... 스칼렛 오하라가 입었던 붉은 드레스의 강렬함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덕분에 ‘심지가 강한 여성’이 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친구들이 저를 외유내강이 아니라 외강내유라고....


그림자를 두고 협상을 시도한(사실상 갈취를 한) 악마 이야기를 두고 보니 떠오르는 게 있네요... 바로 그림자를 사랑하시는 무라카미 하루키 말이죠.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그의 단편들 중에도 그림자가 언급되는 책들이 좀 있었고, 이번 신작에도 있습니다.말이죠..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말이죠. 그런데 아직 제가 끝까지 다 못 읽은 데다, 출간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책이라 이 책을 소개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스포 무리)


때문에 고민을 하다가 말이죠. ‘그림자처럼 하나 밖에 없는 것이라면 소중히 다루어야지...’ 하는 생각을 하다가 말이죠, 단 하나인 것을 소중히 아끼는 등장인물이 나오는 책을 떠올렸어요.. 제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책을 소개할 생각에 신이 나는군요.


제목은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입니다.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


다이 시지에의 장편소설인데 한때 꽤 인기가 있었던 소설입니다. 아 찾아보니 2005년 출간된 책인데 옛날 버전 그대로 판매 중이네요. 아마 담화님도 읽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앗 그러고 보니 이 책의 저자인 다이 시지에도 중국인인데, 프랑스어로 책을 썼네요... (노력하는 천재들의 언어생활이란... 하... 너무 벽이 높다... [6 Round] 참조.)




이 소설의 배경은 문화대혁명 시기입니다... 너무나 많은 문화유산과 정신적 산물들이 사라져버린 정말 안타까운 시기였죠. 이 때 마오쩌둥은 분서갱유에 그치지 않고, 소위 지식인이라고 하는 자들을 농촌으로 보내어 ‘재교육’을 받게 합니다. 주인공과 친구 뤄는 이제 겨우 중학교를 졸업했을 뿐이지만 부르주아이자 의사인 식자층 부모님으로 인해 재교육 대상자가 되고 맙니다. 그들은 가장 가까운 마을이 100km나 떨어져 있는 ‘하늘긴꼬릭닭’이라는 이름의 산, 그곳의 산간벽지 마을로 가게 됩니다. 일평생 외국문물이라고는 보도듣도 못한 이들에게 감시당하는 시절이 시작된 겁니다.


재교육 첫 날, 바이올린을 가지고 장난감이라 생각한 그들에게 주인공은 순진하게 모차르트 얘기를 꺼냅니다. 점차 험악해지는 그들의 면상에 친구 뤄는 “모짜르트는 언제나 마오 주석만을 생각합니다.”라고 말하며 위기를 모면하게 해주지요. 아 이들의 미래는 어찌 될까요...


피 끓는 청춘인 그들은 오지 마을에서도 나름대로 즐겁게 지내며, 탄광일을 하고, 또 뤄의 뛰어난 말재주 덕에 일주일에 이틀은 옆 마을에 가서 영화를 보고 와 마을 사람들에게 영화를 말로 상영(?)해주며 보냅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책, 그것도 서양소설이 어딘가에 있음을 알고 천신만고 끝에 구해서 읽게 되죠. 그것은 바로 발자크의 책이었습니다.



나는 밥도 먹지 않고 밤이 이슥하도록 사랑과 기적으로 가득한 프랑스 이야기에 푹 빠져, 다른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침대에서 보냈다.

아직 청춘의 혼돈상태에 빠져 있는 열아홉의 숫총각이 애국주의,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와 정치운동에 관한 혁명적 장광설 밖에 모른다고 생각해 보라. 그런데 갑자기 그 작은 책은 침입자처럼 나에게 욕망과 열정과 충동과 사랑에 눈을 뜨라고 말하면서, 그때까지 고지식한 벙어리에 지나지 않았던 내게 세상에서 벌어지는 온갖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p.80


어떤 비속함도 없이 철저한 개인주의를 그린 <장크리스토프>는 내게 새롭고 유익한 사실들을 듬뿍 가르쳐주었다. 그 책이 아니었다면 나는 개인주의라는 것이 그토록 탁월하고 폭넓은 것인지 결코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도둑질을 해서 <장크리스토프>와 만났을 때까지만 해도 재교육까지 받은 나의 빈약한 머리로는 한 개인이 전세계와 맞서 싸울 수 있다는 걸 몰랐다. 장난 삼아 시작한 연애가 위대한 사랑으로 바뀌었다. 작가가 사용한 과장된 허풍조차 작품의 아름다움에 해를 끼치는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글자 그대로 수백 페이지의 거친 강물이 나를 집어삼켰다. 내게 있어서 그건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책이었다. 그 책을 다 읽고 나니 침범할 수 없는 개인적인 삶도, 세상도 더 이상 이전의 것과 같지 않았다. p.153



주인공들은 개안을 하게 됩니다. 이전까지 알고 있던 그 모든 상식과 틀이 통째로 무너지고 변형되는 충격이지만, 그것은 황홀하게 이들의 정신세계를 침수합니다.


담화님께서 일전에 다양성은 중요하다는 말씀을 하셨죠. 인류는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세상은 늘 예술가들을, 작가들을 귀히 여겨야 해요'라고 말이죠. 그 말이 그대로 이 책에서 구현되는 것이 보입니다. 오로지 충성과 사상으로 가득했던 그 세계에서 만난 아름다운 작품들의 주인공들은 현실 세계로 튀어나오지요. 가상의 세계가 현실이 되는 놀이들을 하기도 하면서 두 세계를 넘나드는 유쾌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물론 걸리면 안 되니까 그에 대한 대비도 하면서 말입니다.)



“푸 레이 번역이군. 그분의 문체를 잘 알지. 그 역시 네 부친처럼 인민의 적이 됐지만.”

그가 중얼거렸다. 의사의 말에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눈물을 억제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나는 어린애처럼 울음을 터뜨렸다. 그 눈물은 바느질 처녀 때문도, 내 입무가 완성된 것이 기뻐서 나온 눈물도 아니었다. 그건 내가 알지도 못하는 발자크 번역가를 향한 눈물이었다. 어쩌면 그 눈물은 한 지식인이 이 세상에서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경의, 가장 큰 감사의 표시가 아니었을까? p.237



이 두 청년은 재봉사의 순박한 산골 소녀와 친분이 생깁니다. 그리고 이 아이를 교화(?)시키겠다고 결심한 뤄는 그 소녀에게 발자크를 읽어주죠.



“발자크는 그 애의 머리에 보이지 않는 손을 올려놓은 진짜 마법사야. 그 애는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몽상에 잠긴 채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렸지. 그러고는 네 점퍼를 자기가 입었어. 꽤 어울리더군. 그 애는 자신의 살갗에 닿는 발자크의 말들이 행복과 지성을 갖다 줄 거라고 말했어.” p.87



발자크의 말은 바느질 소녀에게 행복의 길을 열어줍니다. 그녀는 과연 행복해질 수 있으려나요...



이 소설은 자전적 소설이기에 더욱 유쾌하고, 슬프고, 재미가 있습니다. 또한 흔해 빠진 책, 널리고 깔린 수 많은 책, 온오프라인 어디서든 광고하고 해마다 수만 권씩 출간되는 책, 그런 책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해줍니다.

작가의 영혼을 담은 좋은 이야기들이 얼마나 중요한 문화유산인지 되새겨보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다행이 담화님과 저는 어린 시절에 비교적 풍요로운 이야기의 숲 속에서 살아온 것 같아서 참 감사하네요. 저희의 내면 어딘가는 그 숲의 모양새를 하고 있겠지요?



비염 환자가 되어 휴지를 생산 중인

필화 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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