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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현 Feb 08. 2022

평등과 연대 그리  바스락 거리는 소리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영원히 소장하고 싶은 그림과 같은 사랑


이 영화를 박찬욱관에서 보게 되었다. 왜 진작 보지 않았을까.



예술과 사랑이 합쳐졌음에도 착취가 없고

신분이 있음에도 평등하다.

평등한 사랑은 결국 좌절되지만

서로를, 혹은 자신을 파괴하지 않고

아름답게 그리워한다.


여성이 가진 축복이자 난제인 월경과 임신을 모두가 연대하여 극복 해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신분을 막론하고 모두가 여성이기에 기꺼이 도움을 청하고 손을 내민다.

비록 많은 것이 억압된 시대이지만 여성들은 굳건한 의지를 가지고 서로를 도와가며 시대를 헤쳐나간다.

그들만의 의리인 것이다.



사랑, 예술, 의리, 연대 이 네 가지 주제가 모두 나오지만 여성들만이 등장하여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플롯이나 스토리는 분명 기시감이 드는데 몇 가지 요소들이 이 영화를 여태껏 한 번도 보지 못한 독특한 영화로 변모시킨다.


영화에서 마리안느가 그림 그리는 소리가 좋다.

사각사각, 서걱서걱, 그 무심한 소리에 모든 감각이 깨어난다.

소피가 내는 부엌에서의 소리와(철판에서 그릇으로 음식을 담아줄 때 내는 챙챙 하는 소리)

자수를 하면서 천을 뚫는 소리

엘로이즈가 내는 드레스의 바스락 거리는 소리


이 모든 소리가

부드럽고 강하게 감성을 자극하며

그 소리를 통해 그들이 있는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환각을 불러일으킨다.

영화의 스틸컷만 봐도 인물들이 낸 소리들이 들린다.

거기에 바닷소리도 더해진다.


마리안느 역의 노에미 메를랑


마리안느 역의 노에미 메를랑의 눈은 너무나도 아름답고 맑다.

주체적인 마라안느를 너무나도 잘 그리고 있다.

그녀의 눈으로 왜 바닷속에 뛰어드는지, 왜 엘로이즈에게 키스하는지 모든 걸 설명한다.



엘로이즈 역의 아델 에넬은 차분하지만 가슴속의 열정을 뿜어내는 연기를 보여준다.


소피 역의 루아나 바야미도 쉽게 잊히지 않는다. 그녀의 순수하지만 강하고 당돌한 모습은 오래도록 각인될 것이다.


모든 배우들이 한 폭의 그림(Portrait)처럼 그려졌던 잊을 수 없는 영화.

비발디의 사계가 나올  영화관이지만  수밖에 었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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