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드는 쇼핑과 함께 했고 게리는 함께하지 않았습니다. 한 명은 쇼핑 시티의 마스터이며, 한 명은 뮤지엄의 마스터로 두 건축가는 각자 그들의 건축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일본의 건축가 아라타 이소자키는 20세기 말 가장 중요한 2개의 프로젝트가 게리의 빌바오 뮤지엄과 저드의 하카다 커널 시티라고 말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둘의 건축은 경험적으로 매우 유사하지만, 건축계에서의 평가는 그렇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왜 그럴까요?
게리의 빌바오 뮤지엄
저드의 하카다 커널 시티
게리는 오랫동안 스타 건축가였으며 세계 각지에서 강의를 하고 수상을 했습니다. 저드는 상대적으로 스타 건축가의 아웃사이더였으며 LA를 벗어나 강의를 한 적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1977년 이전의 게리와 저드는 많은 쇼핑몰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1977년 이후 게리는 뮤지엄, 저드는 엔터테인먼트로 각기 다른 방향으로 발전했습니다. 게리는 스스로를 유명 건축가로 만들어 갔습니다. 수많은 뮤지엄을 만들어 왔고 그것은 도시재생의 중심 역할을 했습니다. 반면 1977년 이후 저드의 주요한 고객은 엔터테인먼트 회사였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콘텐츠를 저드에게 주었고 저드는 그것을 건축적으로 만들었습니다. 매년 10억 명이 저드가 설계한 프로젝트를 밟는 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지구 상에 영향을 받지 않은 도시가 거의 없습니다. 이렇게 그는 엔터테인먼트화 된 도시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갔습니다.
그 이후 게리는 쇼핑몰과 멀어졌고 저드는 쇼핑을 더욱 확장해 나갔습니다. 게리는 쇼핑을 건축 안에 섞는 방식으로 주입했습니다. 반면 저드는 점점 더 쇼핑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나갔습니다.
게리와 저드가 각기 다른 방향으로 발전했고, 다른 평가를 받고 있지만, Daniel Herman은 실제 건축적 언어는 유사하다고 보고 았으며, 게리와 저드의 건축적 특징으로 세 가지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첫째, 모두 가장자리가 주요하게 개발된 보행자 몰의 성격을 가진다.
둘째, 중정 공간들 안에 적절한 오프닝이 있다.
셋째, 내부 거리는 교차점이 있어 보행자들을 교차시키고 그 교차 중심에는 아트리움 공간이 있다.
결론적으로 두 건축가 모두 상업건축 즉 쇼핑몰에서 출발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누가 쇼핑몰의 창시자 빅터 그루엔의 진정한 제자일까?
건축가이자 교수, 이론가, 건축역사학자이기도 한 프랭크 게리(Frank O. Gehry, 1929-현재)는 1929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에서 태어났습니다. 남가주(USC) 미술대학에 입학하였으나 도중에 건축으로 전공을 바꾸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LA로 이전한 빅터그루엔의 설계사무소(Victor Gruen Associates)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하였습니다. (그 당시 그루엔의 사무실은 상업건축에 관한 주요 기획 사무소 중에 하나로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후 게리는 하버드대학교 디자인대학원에서 도시계획을 전공하였지만 그는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중간에 포기하기에 이릅니다.
저드는 게리와 나이 차이가 나고 직접적으로 LA의 빅터 그루엔의 사무실에서 함께 일을 했는지는 확인하기 힘듭니다. LA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그루엔과게리와저드는 시간차를 두고 공존했지만, 암암리에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상업건축 분야에서 경쟁하며 두각을 나타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봅니다. 게리가 그의 작품으로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칠 때 저드는동종업계의 선배인 게리에게 안티 게리를 논하며 불편한 심경을 이야기하기도 했으니까요.
"프랭크 게리는 이론에 치중하여 작품을 만드는 다른 건축가들의 경우와는 달리 자신의 건축 이념을 작품에 가장 잘 나타내면서도 상업적으로 성공한 건축가일 뿐만 아니라 찻잔에서부터 의자에 이르는 모든 것을 디자인하는 건축가이다" - 피터 아이젠만
상상해 보면 흥미롭습니다. 게리는 B급 건축이라 치부되던 상업건축 쇼핑몰에 대한 개념을 이미 빅터 그루엔의 사무실에서 충분히 이해하고 배웠으며, 이론으로 설계하던 기존의 건축가와 다른 설계 방법론을 택하게 되는데요. 그 이후 게리는 박물관에 상업적인 요소들을 접목하여승화시키며건축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셈이 된 것이죠.
건축물을 예술로 여기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많은 건물들을 상업적인 형태로만 짓고 있는데, 거기에 조금만 노력을 더해도 특별해질 수 있다. 나는 사람들이 함께 살고 즐기며, 그들에게 희망과 공동체 의식을 불어넣는 디자인의 건물을 짓는 게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정체불명의 공격적 디자인 대신 말이다. -프랭그 케리
그러나후배인 저드는 때로는 키치스러운 파사드를 그려가며진중하게 유럽의 마을 같은 장소 만들기에 치중하며 쇼핑몰을 만들어 갔습니다. 저드 또한 유럽의 도시를 여행하며 도시의 공공장소인 거리와 광장에 감동을 받는데요.이런 장소만들기에 대한 생각은 빅터 그루엔이 꿈꾸던 유럽의 도시를 미국에 옮기고 있던 셈이었습니다.
이런차이점이 장소 만들기의 선구자가 된 저드가 끝까지 게리에게 느꼈던 열등감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합니다.
지금까지 쓴 의견은 제 머릿속의 생각일 뿐이에요. 그리고 이 두 명의 건축가 이야기는 쇼핑이 우리 삶 속에서 빼놓을 수 없는 행위이고 삶인데 이런 쇼핑몰이 건축계에서 소외되어 있다더라 하며 자주 회자되는 이야기를다른 관점에서 써 본 것입니다. 유사한 쇼핑몰 건축의 어휘를 사용한 것은 분명했지만, 게리와 저드가 각기 다른 방향으로 발전했고저에게조차다른 평가를 받았다는 점은 참 흥미롭지요.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가 쇼핑몰에 가는 이유는 예술적인 건축을 보기 위해서도 당연하지 않은 도시 공간을 누리기 위해서도 아니에요. 다음 편 이야기는 요즘 쇼핑 공간 이야기를 할까 해요. 아주 저렴하지도 아주 감성적으로 만족을 주지도 못하는 어설픈 쇼핑채널은 이제 살아남기 어렵다고 하죠. 소비자 입장에서 때론 공급자 입장에서 우리는 어떤 경험을 위해 복합쇼핑몰에 가는지와 요즘 뜨는 힙한 로컬샵이 있는 동네 골목길은 왜 밀레니얼에게 사랑받는지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