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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지언니 Oct 12. 2020

소유보다 공유

Design Narrative 1


지 : 코리빙 인사이트 첫 번째 주제는 "건축보다 행위" 였어요. 이제 두 번째 주제인 "소유보다 공유"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해요. 지난번에 밀레니얼을 주사용자층으로 언급하셨는데요. 그럼 밀레니얼은 소유와 공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한다고 보시나요?


손 : 더 소유하고자 하는 세대가 아니죠. 그들이 원하는 삶의 방식은 경제적으로 소유하고는 폭넓게 경험하는 거예요. 다양한 경험과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 함께하고, 나누고, 소통해요. 간삼건축과 협업 중인 코리빙(*Co-living) 프로젝트는 이런 새로운 세대를 담는 완전히 새로운 공간입니다.


지 : 개념 있는 가치 소비를 하는 밀레니얼에게 선택받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이 담긴 코리빙을 만드시는 것 같네요. 코리빙도 주거사의 한 획을 그을 것이고 또 주거에 대해서는 "공간 생산의 담론 역시 자본과 시장의 논리다"라는 것을 학교에서 배웠는데요. 경제적인 논리로 생겨나는 깍쟁이 같은 공유공간 말고요 그 집에 살던 기억을 떠올리면 살아나는 감각과 추억이 있는 잊지 못할 경험이 있는 공간 있잖아요. 그런 공간이 공유공간에서 연출되면 좋을 것 같아요. 특히 경험을 중요시하는 밀레니얼에게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보다 정서적으로 와 닿는 공간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요. 그럼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건축가 교수로서 제자들이 살게 될 코리빙의 공유공간을 설계한다고 상상하면 어떤 공유 공간을 만들고 싶으신가요?


손 : 새로운 복도를 한번 상상해보죠. 기존 복도는 어둡고 좁아요.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랬던 지루한 곳이죠. 이런 복도가 때론 밝고 주변을 조망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면 어떨까요. 빛, 바람, 소리가 있는 자연 마당과 연결되어 소통의 공간이 되고요. 건조했던 복도가 푸른 자연 마당과 연결되니 내려가다 머물고 올라가다 사색할 수 있는 다의적 공간으로 바뀌는 거죠. 이런 공간은 거닐고 머무는 때로는 오르고 내리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 행위 속에 스며들어 새로운 일상의 즐거움을 선사할 것입니다.


지 : 즐거움과 색다른 경험이 있는 공유 공간은 분명 밀레니얼이 좋아하는 공간이 될 것 같아요. 코리빙의 공유공간이란 것이 타인과 함께 할 수 있는 행위가 일어나는 개인의 공간들을 모아서 만든 것이라고도 할 수 있잖아요 그렇게 십시일반 모아서 만든 공용공간의 풍성함과 반대로 개인이 오롯이 소유할 수 있는 공간의 면적은 더 적어지기 마련인데요 그렇다면 개인 공간에 대한 디자인은 어떻게 접근하셨나요?


손 : 기존 현관, 거실, 부엌, 침실 등의 개인 영역이 간단한 쿡탑이 마련된 열린 침실로 통합돼요. 이 침실은 개별 화장실을 포함한 오롯이 개인이 독차지하는 영역이며 복도와 높은 창으로 마주하여 자연 환기가 가능하죠. 4.5평 규모의 경제적 공간이면서 더 넓게 쓰고 더 넓게 보이고 싶어 하는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이동식 가구를 활용하여 직방형의 열린 공간으로 계획했어요. 거주의 기본단위가 ‘가족’에서 ‘개인’으로 바뀐 지금 큰 식탁과 부엌은 의미가 없어요. 그 대신 열린 공간을 활용하여 작업실로 때로는 요가 매트를 반듯하게 놓을 수 있는 피트니스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거죠.    


지 : 언젠가 우리 사회에 다정한 이웃사촌이 부활한다면 그것은 아마 코리빙을 통해서 아닐까 하는 내용의 글을 읽었어요. 집(House)이 아닌 삶(Living)을 나누며 함께 살아간다는 것 그 배경이 되는 공유공간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손 : 함께 살아가는 삶의 현대적 가치는 서로 다른 생각들이 시너지를 만들고 자유로이 탐색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사회과학자 Luther Halsey Gulick 은 ‘인생은 탐색이다’라고 말했어요. 우리 선조들의 거친 풍경과는 달리 현대인이 탐색하고 사색하는 현장은 우리가 사는 집이죠. 정신적 공간적 탐색이 우리 삶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면 우리가 함께 사는 집은 그 배경이 되어야 해요. 코리빙(*Co-living)의 공유 공간에는 자유로운 탐색과 선택이 있어요. 이를 통해 삶의 본질과 연결될 수 있다고 믿어요. 다음 편 ‘주택보단 거주’에서 보다 자세히 다뤄보죠.

 

지 : 주택보다 거주라는 주제는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우리는 우리가 살고 싶어 하는 방식으로 공간이 만들어지지 못하는 것을 볼 때가 있잖아요. 기획이든 설계든 공간을 구축하는 것과 그 속에서 사람들이 거주하는 방식은 별개의 현상같이 어긋나게 느껴질 때 많아서 함께 모여사는 집을 만드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은데요. 밀레니얼이 원하는 삶의 방식으로 코리빙이란 집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미리 조금만 나누어 보겠습니다.


손 : 복잡하게 연결된 사회 속에서 집은 우리가 사회를 만나고 도시를 경험하는 시작점이 되어야 해요. 물리적으로 한정된 주택의 경계를 넘어 일상 속 커뮤니티, 도시 속 인프라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코리빙(*Co-living)은 경험의 스펙트럼으로 본다면 건축보다는 거리에 가깝고 거리보단 도시에 가까워요.


지 : 마지막으로 두 번째 이야기를 이어가는 사이에 해가 바뀌었고 우리는 예기치 않은 코로나를 만났습니다. 코리빙도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될까요? 어떤 변화가 생기게 될까요?


손 :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e)는 물리적 거리두기(physical distance)로 표현하는 것이 맞아요. 소통의 플랫폼이 인터넷 기반으로 이동하면서 사회적 행위의 기회는 오히려 증가했으니까요. 우리는 점점 더 사회적으로 연결되고 있는 것이죠. 실제 공간에서도 사회적 공간 특히 작은 네트워크 (Small network), 작은 커뮤니티 (Small community) 공간에 대한 요구는 크게 증가할 것이고 가상공간과 차별화된 자연을 품은 열린 공간의 가치는 더욱더 높아질 거예요. 코리빙(*Co-living)은 기본적으로 작은 스케일의 커뮤니티를 지향하는 주거 플랫폼에 가깝고 열린 자연 마당이 옥상까지 이어지는 구성이라 맞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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