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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지언니 Jun 09. 2021

제주의 바람, 돌, 빛, 그리고 여행

제주체를 이해할 때까지


울렁이는 대지의 모성, 바람의 향기, 빛의 은총

제주만의 하늘, 땅, 숲, 빛, 바람, 바다....그것은 얼마나 큰 축복일까요?


제주의 자연!

그리고 바람의 결, 돌의 물성, 빛의 구조 빚어내는 제주 건축의 양태에 대해......







풍風



바람에 대한 건축의 태도가 조형을 결정한다.

제주의 호흡은 아이의 ‘자는 숨’ 같다가도 태초의 곽란癨亂처럼 거칠어진다.

제주에서 건축은 바람을 껴안거나, 저항하거나, 흡입하거나, 결과적으로 바람의 형상체이다.

바람 안에는 구름이 있는데 그 둘이 빛을 가지고 유희한다.



포도호텔 2001 / 이타미 준 / 서귀포시 안덕면 산록남로 863


바람이 만든 지붕

초가마을

오름

구름

파도

과연 포도송이





더운 여름날 당신은 그 고구마밭에 아기구덕을 지고가 김을 매었다. 옴팡진 밭이라 바람이 넘나들지 않았다. 고구마 잎줄기는 후줄근하게 늘어진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바람 한 점 없는 대낮, 사위는 언제나 조용했다. <출처 : 순이삼촌/현기영>




제주의 원형질이 되는 토착의 환경요소는 다양하지만 제주에서는 특히 땅과 바람과 풍토의 문제이다. 그런데 제주에서 바람과 땅은 분리된 물상이 아니라 한통속이다. 바람이 건축의 형태를 지시하고, 건축은 땅을 파고들며 품에 안긴다. 이러한 공간적 양태를 옴팡이라 하여 일찍부터 신화에서 만들고, 일상의 생활공간에서 응용하였다. 그래서 제주에서 이 움푹한 공간, 옴팡은 막연한 토착적 성질이 아니라 아주 구체적인 생존전략이다. <출처 : 제주체/김석윤, 박길룡>




제주 돌박물관 2006/오경환+삼안건설기술공사/제주시 조천읍 남조로 2023


오름은 높고 옴팡은 낮다.

그 사이에 대지가 있는데,

건축이 오름을 시각적으로 방해하지 않으려고

옴팡지게 했다.

지하 공간으로 이끌기 위한 선큰은

다양한 시각적 경험을 동반한다.

<출처 : 제주체/김석윤, 박길룡>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2012/한대진/제주시 조천읍 선교로 569-36


건축은 지형의 한 부분을 모방하고

땅은 건축을 받아들인다.

그래서 건축은 솟아서 오름(오픈 테라스)이 생기고

가라앉아서 옴팡(중정)을 만들며

얽혀서 굴(언더패스)을 형성한다.

<출처 : 제주체/김석윤, 박길룡>







석石



제주는 돌에 대한 감수성이 특별하다.

제주가 가지고 있는 현무암과 조면석은 검고 투박하다.

이 토착의 물질은 고집에 세서 현대 건축이 세련되게 구사하려면 특별한 테크닉이 필요하다.


밭과 밭 사이의 돌담
땅을 대신하는 바다를 가르는 원담
오름의 산담

밭에 바다에 널려 있지만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현무암은 각을쳐 외장재로 만들어 숭숭 비워 쌓기도 하고, 현무암의 다공성을 활용해 빛이 새어나가는 장면을 외벽에 연출하기도 한다. 서울에서 고급 외장재로 쓰이지만 제주에서는 보도에서도 볼 수 있는 이국적이고 토속적인 재료.







광光



제주의 빛은 내륙의 것과 다르다.

광량과 색온도가 더 양광陽光하다.

하늘빛은 바다와 동조하고 녹음과 대위하며 더 푸르다.

그래서 제주의 건축은 괴체보다도 공간에서 미적 감이 더 잘 발휘된다.

그런 공간에서 제주의 빛은 더 활발한 현상을 만든다.



판스크 뮤지엄 바람-돌-물 2006 / 이타미 준 / 서귀포시 안덕면 산록남로 863


틈 사이로 바람이 스미지만 동시에 빛 또한 소환된다. 보여지는 것과 다르게 공간을 통해 빛의 자태를 조련한다는 생각을 할 수가 없다. 어렵다.







오름



제주 사람들에게 오름은 마음의 고향이다.

‘오름에서 태어나 오름으로 돌아간다’고 할 만큼

제주인들에게는 삶의 터전이자 공기와도 같은 생활환경이다.

오름 가까이 마을이 생겨났고 죽은 자는 오름 자락에 산담의 보호 아래 묻혔다.

각각의 오름에는 제주 사람들의 얼과 혼이 서려있다.

최근에는 제주사람들 뿐만 아니라 여행자들에게도 관심의 대상이다.

저마다 다른 생김새와 올라서 바라보는 장쾌한 풍경, 사시사철 다르게 피어나는 야생화들,

마소가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목가적인 풍경 등 제주의 독특한 자연을 가까이 만날 수 있고

제주인의 삶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



제주도에서 건축은 울퉁불퉁하거나 경사진 땅과 만나 씨름하는 일이며 작은 골짜기와 언덕이 많은 땅에 세우는 건축은 그 땅의 형편에 맞게 자그마해진다.








바다 건너 땅, 늙고 영원한 어머니, 여기에서 자연은 거친 숨, 아열대의 햇빛, 검은 땅으로 특별하다. 바람의 숨은 건축을 웅크리게 하고, 햇빛은 공간을 열게 하며, 검은 돌은 성깔이 있다. 그러니 어떤 건축가라도 이 풍토에 들어오면 건축의 태도가 달라질 것이다. 건축가가 그 장소에 궁합을 맞추면 장소는 그 건축을 받아들인다. 이 관계 때문에 건축은 풍광을 닮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풍토는 건축가를 지시하고, 건축은 풍광과 교섭하며 자태를 만든다. 물론 제주 건축에도 이 관계의 교차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채 겉돌고 있는 건축은 허다하다. <출처 : 제주체/김석윤, 박길룡>





주도를 간다면 풍광이 되려는 제주의 건축과 자연이 말을 걸어 오면 좋겠다는 착각을 해봅니다.다양한 시각적 경험을 동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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