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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지언니 Aug 14. 2021

테마파크 안에 우리집이 있다는 상상

허허벌판에 세워질 뻔한 월트 디즈니의 도시


지구에서 가장 행복한 곳! 환상의 공간! 1955년 개장된 디즈니랜드는 월트 디즈니에게 커다란 성공을 주었습니다. 그는 지금까지도 영화 업계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커다란 영향력을 미치며 여전히 미국의 대중문화 역사 사상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사람으로 남았습니다. 하지만 허허벌판에 세워질지라도 재미있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나름의 구상! 디즈니는 만화영화에서부터 놀이동산에 이르기까지, 파격적이고 다양한 형태의 오락을 콘텐츠로 만들며  동시에 내일의 도시에 대한 꿈을 꾸었던 사람이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는 그가 창조한 캐릭터를 극장, 책, 만화, 잡지, 음반, 테마파크, TV와 같이 온갖 미디어 채널을 통해 광범위하게 유통시키며 가치를 극대화합니다. 이런 전략은 오늘날의 미디어 전략의 원형으로 미디어 업계의 미래를 내다본 듯한 통찰을 보여줍니다. 이런 통합적 시너지 효과를 내는 미디어 전략이 도시라는 공간까지 이어졌다면 도시인의 삶까지 닿았다면 우리의 도시는 어떻게 변화되었을까요?


1966년 월트 디즈니는 영화를 통해 자신이 꿈꾸는 내일의 도시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면서, 50년 전 르코르뷔지에가 상상했던 미래의 도시 풍경과 놀라울 정도로 닮은 실험작과 스케치들을 보여줍니다. 월트 디즈니가 품은 시대를 앞선 도시계획은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위대한 꿈을 품은 이야기꾼은 콘텐츠를 재창조하듯 생각을 쏟아냈고 건축가와 도시계획가들은 그것을 그려냈습니다. 상상 공학 (imagineering)이 낳을 수 있는 궁극의 결과물이라고 불리웁니다. 이번에는 디즈니가 영향을 미친 도시계획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해드릴까 합니다. 도시의 삶 자체를 재창조하는 작업이자 그가 죽기직전까지 가장 야심차게 추진했던 사업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으로 스티븐 존슨이 쓴 원더랜드 책의 내용을 발췌하였습니다. 물론 YouTube를 통해 더 자세한 계획안의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월트 디즈니가 꿈꾸었던 도시계획


쇼핑센터 개발업자들이 도시를 재창조하려는 그루엔의 계획을 시하고 멋대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을 때, 그루엔의 비전에 흠뻑 매료되었고 그 비전을 실현할 재력도 지닌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월트 디즈니 (Walt Disney)다. 1955년 개장된 디즈니랜드는 월트 디즈니에게 거대한 성공을 안겨 주었다. 놀이공원을 그토록 정교하게 지은 사람은 일찍이 없었다. 방문객을 완전한 경이와 기쁨으로 휩싸이게 만드는 환상의 공간이었다. 그러나 놀이공원 내부는 설계에 따라 잘 짜인 환경인데 반해, 공원 바깥은 전혀 딴판이었다. 오렌지 나무 숲이 잘려 나가고 싸구려 모텔, 주유소, 옥외 광고판이 속속 들어섰다. 디즈니는 자신이 만든 보석 같은 놀이공원 주변에 흉측한 고속도로가 마구 들어서자 경악했다. 그래서 주변 환경, 즉 놀이공원뿐만 아니라 공원을 둘러싼 주변 지역 전체를 온전히 통제할 수 있는 제2세대 개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디즈니는 현대 도시에서 체험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요소들을 재창조한, 완벽하게 기능하는 도시를 설계했다. 상상 공학 (imagineerang)이 낳을 수 있는 궁극의 결과물이었다. 디즈니는 이 시설을 에프코트 (EPCOT, Experimental Prototype Community of Tomorrow, 미래 공동체의 실험작)이라 이름 지었다. 디즈니사는 결국 올랜도에 미래를 주제로 해 에프코트 놀이공원을 건설하지만, 이는 애초 디즈니가 에프코트에 대해 품었던 비전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디즈니의 비전을 충실히 반영했다면, 또 다른 관광지가 아니라 실제로 사람이 사는 진정한 공동체가 건설되었어야 한다. 



디즈니가 에프코트를 통해 실현하려 한 원대한 꿈을 둘러싸고 그동안 축적되어온 전설은, 역사적 사실과 거의 일치한다. 1966년 디즈니월드를 소개하기 위해 제작한 영화에서 디즈니는 놀이공원 (훗날 마법의 왕국 Magic Kingdom)으로 불리게 된다)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이 꿈꾸는 '내일의 도시'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면서, 50년 전 르 코르뷔지에가 상상했던 미래의 도시 풍경과 놀라울 정도로 닮은 실험작과 스케치들을 보여준다. 그러나 월트 디즈니가 품은, 시대를 앞선 도시계획을 둘러싼 전설에는 묘한 반전이 있는데, 이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에프코트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디즈니는 자신이 꿈꾸는 파격적인 신도시, 미래지향적인 첨단 도시를 건설하는 데 도움이 될 영감을 얻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다. 


지금 생각해보면 디즈니가 품은 야심은, 그가 만든 놀이공원의 성격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어 당혹스러울 정도다. 마치 니컬러스 스파크스(Nicholas Sparks)의 대중소설을 연구함으로써 문학 소설을 재창조하겠다고 나서는 셈이었다. 그런데 사실 디즈니의 건국 순례는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다. 1960년대 초 쇼핑몰은 인간이 설계한 새로운 환경이었고, 향후 수십 년 동안 사회를 조직화하는 데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좋든 싫든 그게 미래의 모습이었다. 2000년에 인간이 어떻게 살고 있을지를 이해할 중요한 단서를 찾고자 한다면, 아마 1960년대 초에는 쇼핑몰만큼 믿을 만한 단서는 없었을지 모른다.


정보 탐색에 나선 디즈니는 그루엔에게 푹 빠졌다. 그루엔은 우리가 사는 도시의 심장부에서 디즈니랜드의 계획된 환경을 언급하며 긍정적으로 다루었고, 애너하임 (Analheim)에 있는 놀이공원 주변에 무분별하게 확산되던 끔찍한 대로'에 대해 역겨움을 금치 못했다. 그런 점에서 디즈니와 생각이 같았다. 게다가 디즈니가 플로리다 주 중부 지역에 방대한 크기의 늪지를 사들여 '진보적인 도시 (Progress City)'를(디즈니는 처음에 이런 이름을 붙였다) 건설하기로 했을 때, 그루엔은 그 도시의 수호성인으로 안성맞춤이었다.






1966년 디즈니는 버뱅크(Burbank)에 있는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부지에 비밀 작전을 수행할 사무실을 차렸다. 이 널찍한 공간에는 곧 '일광욕실'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이 사무실에서는 도시계획 전문가인 상상 공학자들이 새로 건설할 도시의 모형을 밤낮으로 만들었다. 디즈니는 '우리가 사는 도시의 심장부' 한 권을 책상 위에 두었다. 몇 달 동안 이 사무실의 존재는 디즈니사 직원들에게도 극비에 부쳐졌다. 그러나 플로리다 주 올랜도 부지에 대한 소문이 유출되자, 디즈니는 '일광욕실과 함께 거기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도 공개하기로 했다. 1966년 늦여름 디즈니는 디즈니월드를 소개하는 30분짜리 영화를 만들었고, 이 영화에서 일광욕실의 거대한 벽면을 뒤덮은 20피트 크기의 지도를 공개했다. (영화에서는 설계사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놀라울 만큼 생생한 세부사항을 지도에 그려 넣는 모습이 등장한다.) 디즈니를 연구하는 전문가 사이에서 그 영화는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월트 디즈니는 그 영화를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디즈니는 이 영화를 제작할 때 이미 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태였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에게 그 영화가 흥미로운 이유는, 디즈니가 그때 사망하지 않고 비전을 실현했더라면 결과물이 어떤 모습이었을지 일별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에프코트 프로젝트가 디즈니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분명히 보여준다. 디즈니는 프로젝트 전체 모습이 담긴 거대한 지도 앞에 서서, 자신이 품고 있는 야심을 특유의 자상한 말투로 다음과 같이 펼쳐 보인다.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플로리다 구상에서 가장 멋지고 가장 중요한 부분(사실상 디즈니 월드에서 우리가 하게 될 모든 일들의 핵심)은 미래의 도시가 어떤 모습일지 그 시안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에프코트는 창의적인 미국 산업의 심장부에서 개발되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에 바탕을 두었다. 결코 완성되지 않고 끊임없이 신소재와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고 시험하고 소개하는, 미래의 공동체가 될 것이다. 그리고 에프코트는 미국의 자유로운 기업가정신에서 나오는 창의성과 상상력을 전 세계에 선보이게 될 것이다. 지금 도시가 안고 있는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일보다 훨씬 더 어렵고 중요한 문제는 이 세상에 없다고 믿는다.


에프코트와 관련해 가장 먼저 언급되어야 할 점은, 그루엔이 설계한 노스데일 원안과 마찬가지로, 쇼핑몰을 둘러싼 완전한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었다.

“도로와 건물이 들어선 50 에이커 넓이의 이 도시가 지닌 가장 중요한 핵심은, 모든 게 갖추어진 완벽한 도시라는 점이다."


1966년에 만든 영화에서 해설가는 이렇게 말하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기후가 조절되는 환경에서 쇼핑객, 영화 관람객, 그저 산책 나온 사람들 모두, 뜨거운 열기와 추위와 습기로부터 늘 자유로운 이상적인 날씨를 즐기게 된다.”


쇼핑몰이 갖춰진 이 파격적인 새로운 도시 구상을 접한 요즘 도시인들이 키득거리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그러나 에프코트 구상에 매우 복잡한 요소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두말할 필요 없이 그루엔의 철학에 담긴 모순에서 비롯된 복잡함이다. 우선, 이 도시는 본질적으로 자동차에 매우 불친절하다. 도시 중심부에는 그루엔이 보통 시민이 '걸어 다닐 만한 거리'라고 규정한 페드세드(pedshad, ped' 는 발, 보행자를 뜻하고, Shed는 벽 없이 지붕만으로 된 시설이다. 옮긴이)가 있고, 자동차는 페드셰드 전역에 진입이 금지된다. 중심부에서 벗어나면 다양한 새로운 교통수단이 나타나는데, 거리에 따라 달리 제작된 이 탈것을 이용해 에프코트 주민들은 도심에 진입한다. 디즈니 월드에 있는 미래 세계(Tomorrow Land)'를 둘러볼 때 관광객들이 타는 전동 '피플 무버(people mover)는, 주민들을 고밀도 아파트에서 상업 지역으로 실어 나른다. 도시 주변부에 있는 산업공단과 저밀도 주거지역 사이처럼 이동거리가 긴 구간에는 모노레일이 운영된다. 디즈니의 놀이공원과 마찬가지로 이 도시에서는 모든 교통수단이 도시의 지하 터널망을 이용해 오간다. 이 영화에서 해설자는 에프코트 주민들이 '주말여행'을 갈 때만 자가용을 이용한다고 자랑스럽게 설명한다.



그루엔의 삶에 나타난 비극적인 모순이 에프코트 구상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디즈니 월드를 소개하는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근래에 등장한 도시 대안이 얼핏 스친다. 실제 도심 번화가보다. 더 도심 번화가 같은 보행자 친화적 쇼핑몰에서 영감을 받은 새로운 형태의 도시에서의 삶, 넘치는 자동차의 물결로부터 자유로운 혁신적인 대중교통 수단의 새 시대를 연다는 구상 말이다. (지난 30년 동안 주말여행에만 자동차를 이용했다면 기후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상상해보라.) 그러나 그러한 도시 대안은 실현되지 않았다. 대신 쇼핑몰은 지난 수심 년 동안 교외 지역을 확산했다. 월트 디즈니사는 에프코트를 미국 건축가 버크민스터 풀러 (Buckminster Fuller)가 구상한 미래상과, 디즈니 월드 안 환상의 세계 (Fantasy Land)에 있는 물 위를 미끄러지는 탈것을 한 데 뒤섞어놓은 또 하나의 기괴한 놀이공원으로 변질시켰다.



영화 투모로우 랜드의 장면




경이롭고 새로운 미래 도시를 꿈꾸며


진보적인 도시는 왜 건설되지 않았을까? 쇼핑몰이 중심축을 이루 었다는 사실 그 자체에만 집중하면, 그루엔 에프코트 구상을 일축해버리기는 매우 쉽다. 쇼핑몰 문화가 적어도 미국과 유럽에서는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는 오늘날, 우리는 쇼핑몰 중심의 공동체 구상이 지나치게 계획적이고 인공적이라는 점, 그 점이 치명적인 결함이 되고 말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놀이는 경이와 새로움이 핵심 요소다. 개발업자들이 그루엔이 본래 품었던 구상을 표준화 규격화하고, 체인점을 거느린 대기업들이 더욱 막강해지면서 쇼핑몰도 특징이 사라졌다. 아무 개성 없는 제이크루 (J. Crew)나 바디샵 (Body Shop)이나 블루밍대일스(koreming-tale's) 처럼 되어버렸다. 딱히 '끔찍한 대로'라고 할 수는 없을지라도, 어쨌든 영혼이 없기는 매한가지였다. 늘 보던 그 밥에 그 나물이었다. 결국 편리하지만 어딜 가든 있는 쇼핑몰 문화에 식상한 사람들은 새로움과 경이로움을 갈구하기 시작했고, 다시 연 도심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 옛 도심은 지저분하고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혹독한 날씨에 무방비로 노출되었지만, 동시에 예측 불 가능하고 독특하다. 쇼핑몰에서는 절대로 느끼지 못할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디즈니와 그루엔은 번잡함만 빼고 대도시가 주는 역동성, 활력, 놀라움을 구현하고 싶었다. 그러나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은 없는 법이다. 결국 역동성과 활력을 맛보려면 번잡함을 조금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사우스데일과 에프코트의 중심에 설계된 쇼핑몰만 탓하다 보면 중요한 가치를 간과하게 된다. 미래의 도시를 쇼핑몰 중심으로 건설하다니! 하면서 교외 지역 확산의 역사상 최고 사전을 에프코트라고 치부해버리면, 실제로 가치를 지닌 다른 요소를 간과하게 된다. 권위적인 도시계획자들에 대해 강한 반감을 지녔던 제인 제이콥스가 그루엔의 모델에서 장점을 간파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교통수단은 지하로 오가도록 하고, 도심 전역에서 자동차를 퇴출시키고, 교외 지역에 다목적 용도의 주거공간을 빽빽이 짓고, 이동 거리에 따라 맞춤형 대중교통수단을 만드는 등, 이 모든 구상은 세계의 수많은 공동체가 제각기 검토해온 도발적인 아이디어들이다. 그러나 오늘날까지 그 누구도 진정한 의미에서 진보적인 도시를 건설한 적이 없다. 따라서 이 모든 도발적인 아이디어들이 한꺼번에 실현된다면, 도시의 면모가 얼마나 바뀔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쇼핑몰을 집어넣는 빼버리든, 이제 새로운 구상을 시도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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