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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지언니 Jan 02. 2020

도시는 어떻게 삶을 바꾸는가

에릭 클라이넨버그 지음, 서종민 옮김


책은 불평등과 고립, 분열과 양극화가 심화된 시대에 사회적 인프라 Social Infrastructure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자신의 구체적인 경험을 현실적으로 이야기하다가, 그것을 곧바로 사회학적 이론과 사회 현실의 논의로 연결하며 책을 단숨에 읽어 내려 가게 만드는 달변가입니다. 수시로 화제를 바꾸면서 때론 몇 십장에 달하는 장황하기도 한 경험담을 늘어놓으며 진을 빼다가도 어느새 휘몰아치듯 정곡을 찌르는 핵심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저는 이런 프레임으로 도시를 바라보는 도시 사회학자들을 존경합니다.^^)




사회적 인프라


우리가 아는 인프라는 둑, 다리, 터널 건설 등 여러 토목공사를 떠올리게 만드는 단어로 19세기 말에 처음으로 프랑스어에서 영어로 전이되었다고 하네요. 저자는 상대적으로 사회적 인프라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설명합니다.


사회적 인프라스트럭처 social Infrastructure 줄여서 사회적 인프라라고 부르는 것들, 즉 사람들이 교류하는 방식을 결정짓는 물리적 공간 및 조직에 있다는 점이었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대인 네트워크를 가늠하는 데 흔히 '사회적 자본 social capital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지만, 사회적 인프라는 이와는 다른 개념이다. 사회적 인프라는 사회적 자본이 발달할 수 있는지 없는 지를 결정짓는 물리적 환경을 지칭한다. 튼튼한 사회적 인프라는 친구들이나 이웃들끼리 만나고 서로 지지하며 협력하기를 촉진하는 반면, 낙후한 사회적 인프라는 사회 활동을 저해하고 가족이나 개개인이 자기 스스로를 돌보지 않으면 안 되게끔 만든다. 사회적 인프라의 역할은 가히 결정적이라 할 만큼 중요하다. 학교나 놀이터 혹은 동네 식당 등에서 벌어지는, 서로 얼굴을 직접 마주하며 이루어지는 지역적 교류가 곧 그들의 공공 생활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건전한 사회적 인프라를 갖춘 장소에서 유대 관계를 형성한다. 공동체 형성을 목적으로 이 같은 장소들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꾸준하게 반복해서 모여들 때, 특히 즐거운 일을 하며 교류할 때 관계 또한 필연적으로 싹트기 때문이다. ---P11


저자는 아래와 같이 하드 인프라를 정의하면서 실제로 우리가 하드 인프라라고 부르는 공간들도 예를 들자면 둑방에 시민공원을 만든다던가 하는 식으로 시민들을 초대하는 사회적 장소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적으로 말하고 있지요.


오늘날 인프라스트럭처라는 단어는 대개 공학자들과 정책 입안자들이 하드 인프라 hard infrastrucrure 혹은 물리적 인프라스트럭처라고 일컫는 시설들, 예컨대 대중교통, 전기, 가스, 석유, 식량, 재정, 상하수도, 난방, 통신, 태풍 대비 설비 등을 연상시킨다. 전문가들은 종종 이러한 체계들을 가리켜 ''필수 인프라스트럭처'라 일컫는데, 이는 정책 입안자들이 이러한 인프라를 제대로 기능하는 사회라면 갖추어야 할 필수 요소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P24


모든 종류의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사회적 장소를 건설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오늘날 살고 있는 분열된 사회를 수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인프라는 무엇을 포함하는가? 나는 이를 폭넓게 정의하고자 한다. 공공시설, 즉 도서관, 학교, 놀이터, 공원, 체육 시설, 수영장 등은 필수적인 사회적 인프라다. 인도, 주민 쉼터, 공동체 텃밭, 사람들을 공적 영역으로 초대하는 여러 녹지들 또한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교회와 시민 단체를 포함한 지역사회조직 그리고 음식과 가구, 예술품, 여러 소비재를 파는 시장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고정된 물리적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사회적 인프라로 기능한다. 상업 시설 또한 중요한 사회적 인프라가 되기도 한다. 특히 카페나 식당, 이발소, 서점 등의 상업 시설이 '제3의 공간 third spaces' 역할을 할 때는 더더욱 그러하다. 제3의 공간이란 사회학자 레이 올든 버그 Ray Oldenburg가 처음 사용한 말로, 사람들이 구매 여부와 상관없이 편하게 들러 시간을 보내는 장소들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사업가들은 수익을 창출하고자 이러한 사업을 시작하지만, 도시를 면밀히 관찰하는 학자 제인 제이콥스 ane Jecobs와 예일대학교의 민족지학자 일라이자 앤더슨 Eljah Anderson이 발견했듯, 사업가들은 사업 과정에서 사회생활에 필요한 물질적인 토대를 생산하는데 일조한다. ---P26



저자는 세계가 점점 더 도시화하고 불균형이 심화하는 오늘날에는 더욱 건강한 장소를 건설하는 일이 시급하며, 그 열쇠는 사회적 인프라가 쥐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제가 이해하기로는 우리 주변에 생활을 위해 꼭 필요한 시설들  도서관 학교, 수영장 등의 공공시설 외에도 사람이 모이고 수다 떨기 좋은 카페나 펍, 영감을 주는 작은 가게를 지나쳐 가는 일상의 거리부터 함께 경작하는 텃밭까지 타인과 관계를 맺는 모든 장소들이 사회적 인프라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사실 조경에서 도시의 영역까지 두루 관여하며  단순히 공간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장소를 만드는 사람이 건축가인데요. 책을 소개하는 이유는 사회적 인프라로서의 공간의 장소성을 알고자 하는 데 있습니다. 따라서 장마다 저자가 말하려는 주제는 다르지만, 이를 공간에 초첨을 맞추어 정리를 해보았습니다. (우격다짐식 분류이기도 하지만 사회적 인프라로 작용하는 장소들의 의미를 이해하기는 더 수월할 것 같습니다.)




도서관

사회과학자와 정책 입안자, 지역사회 지도자가 사회적 자본과 그 확충 방안을 논할 때 도서관과 같은 종류의 기관을 언급하는 일은 드물었다. 토크빌 이래 사회생활 및 시민 생활 분야에서 가장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냈던 사상가들은 볼링 게임이나 정원 가꾸기 동호회 등 자별적 결사체의 가치를 극찬하면서도 어떠한 물리적·물질적 여건이 갖추어졌을 때 사람들이 서로 어울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또 낮아지는지를 자세히 연구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회적 인프라는 우리가 사회 활동에 참여하는 데 배경과 맥락을 제공하며, 도서관은 우리가 가진 가장 필수적인 사회적 인프라 중 하나다. ---P51
도서관이 사회적 인프라로서 잘 작동하게 된 이유는 공간이 물리적으로 편리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개방성과 포괄성이라는 원칙을 마음에 새긴 전문 직원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여러 프로그램들은 자칫 홀로 지냈을 도서관 이용자들 간에 사회적 응집성을 조성한다. ---P56
모든 이들을 위한 궁전이라는 말이 있어요 요즘에는 거의 쓰지 않는 말이지만, 카네기 도서관들이 처음 개관할 당시에는 여기저기서 많이 썼던 말이죠. 도서관은 진짜로 일종의 궁전이에요 평소에는 고결함 같은 건 누릴 여유가 없는 분들께도 고결함을 부여해 드리죠  ---P80



학교 (중등교육시설)

당연한 말이겠지만, 학교는 아이들에게 특히 중요한 사회적 공간이다. 학교는 학생들이 우정을 쌓는 물리적 장소이며, 그 우정은 훗날 학생들이 어떤 사람이 될지를 결정한다. 사실 수많은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또래 집단과 학교의 사회적 여건은 아동 발달에 부모보다 훨씬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소설 미디어가 출현한 이래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학교의 위상에 도전하고 있다. 학교뿐만이 아니다. 술집과 놀이터, 교회, 공동체 집단 등 사람들이 얼굴을 맞대며 교류하는 모든 물리적 장소들 역시 시험대에 올랐다. 소셜 미디어는 사회적 고립과 인간관계에 영향을 미치게 될까? 만약 그리 된다면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까? 우리 시대가 풀어나가야 할 가장 어려운 질문들이다. ---P63
"규제가 늘어나면 십 대들이 모일 만한 공공장소가 줄어든다"라고 했다. "페이스북· 트위터· 마이스페이스 등의 웹 페이지들은 새로운 공공장소일 뿐만 아니라, 많은 경우 십 대들이 여러 또래집단과 쉽게 모일 수 있는 유일한 '공공'장소이기도 하다. 더욱 중요한 점은 십 대들이 물리적으로 여전히 집 안에 있으면서도 온라인으로 모일 수 있다는 점이다."  ---P66
보이드가 인터뷰한 십 대들은 본인들 또한 스마트폰으로 메시지를 주고받기보다는 밖으로 나가 친구들을 직접 만나기를 더 좋아하지만 어른들이 자신들의 이동성을 너무나 철저하게 제한하기에 온라인 이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고 주장했다. 인터넷이 청소년이 이용하는 주요 사회적 인프라가 된 이유는 청소년들이 서로 의미 있는 관계를 맺으 만한 다른 장소에 가지 못하도록 우리가 부당하게 막았기 때문이다. ---P67



주거단지

처음에는 몇몇 건축 비평가들이 나서서 프루이트아이고 프로젝트를 모더니즘의 극치라고 부르며 공간적 효율성과 풍부한 녹지를 칭찬했다. 그러나 곧 심각한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중략) 길 건너편에는 더 오래되고 규모가 작은 저층 공공주택인 카스퀘어 빌리지가 있었다. 이 곳에는 프루이트아이고에 사는 사람들과 인구통계학적으로 유사한 사람들이 살고 있었지만 프루이트아이고가 건설과 분양, 쇠락을 거치는 동안 계속해서 100퍼센트에 가까운 거주율을 자랑했으며, 별다른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준사유지인 정원 및 공용 공간을 잘 관리하고 사용했는데, 이는 "길 위의 눈"이 많았음을 의미했다. 카스퀘어빌리지에 사는 가족 단위 거주민들은 이곳이 안전하고 편안하다고 생각했으며, 실제로도 프루이트아이고보다 범죄율이 세 배가량 낮았다. 뉴먼은 이 사실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두 공공 주택의 사회적 변수가 거의 일정한 가운데, 한 주택은 살아남고 한 주택은 망가진 기저 원인이 거주민들의 특성이 아니라 두 주택이 물리적으로 다르다는 데 있었음을 깨닫기 시작했다. 뉴먼은 두 공공 주택 프로젝트가 지닌 물리적 특성을 비교한 결과 둘 사이에 현저한 차이가 있음을 발견했다. 카스퀘어빌리지는 층수가 낮았기 때문에 건물당 가구 수가 많지 않았다. 거주민들은 서로 친하거나 친하지 않더라도 이웃끼리 알고 지냈다. 이들은 각 건물에 있는 현관 공간과 반사적 야외 공간을 공동으로 사용했는데, 공유하는 사람들이 몇 집 안 되다 보니 공간 이용 수칙을 정하거나 관리하기가 비교적 수월했다. 프루이트아이고에서는 건물 설계와 관리 체계 때문에 거주민들이 외부인 및 내부인의 행동을 규제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너무나 많은 거주민들이 공적 공간 하나를 공유했기 때문에 어느 한 사람이 그 공간을 관리하거나 유지하기란 불가능했다. 중산층 거주 지역에 있는 고층 빌딩이라면 으레 있는 전문 경비원이나 거주민 관리인도 따로 두지 않았다. 게다가 서른세 동이나 되는 단지에 너무도 많은 사람이 살았기 때문에 거주자와 무단 침입한 외부인을 가려내기 어려웠다. 뉴먼은 무엇이 문제인지 확실하게 파악했다. 프루이트아이고 프로젝트에서 벌어진 끔찍한 상황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특성 때문이 아니라 물리적 인프라 때문이었다. 그는 건물 및 조경 설계는 범죄를 줄이는 데, 또 주민들이 주거 환경 내에서 하는 행동을 스스로 통제하도록 돕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결론지었다. 주민들은 본인들 소유라고 명확히 정의된 공간들은 관리하고 통제했지만 그보다 거대한 공용 공간들은 본인의 공간이라거나 통제해야겠다는 느낌을 전혀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이러한 여건에서라면) 이웃사람들끼리도 무엇이 괜찮은 행동이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에 합의하기조차 어려웠다. 뉴먼은 1972년 보고서 「방어 공간 Defensible Spaces」에서 카스퀘어빌리지보다 프루이트아이고를 훨씬 위험한 곳으로 만든 물리적 요소들을 설명했다. 바로 그해부터 정부는 프루이트아이고 주택단지 철거 작업을 시작했으며 마지막 건물은 1976년에 허물어졌다. 뉴먼의 방어 공간 이론은 도시계획 학자들 및 범죄학자들 사이에서 상당한 명성을 얻었으며 전 세계 주택단지 조성 프로젝트들에 큰 도움을 주었다. ---P90



상업시설

모든 지역에서 상업 시설은 중요한 사회적 인프라다. 제인 제이컵스와 레이 올든 버그의 유명한 논의대로, 슈퍼마켓이나 식당·카페 서점· 미용실 등은 사람들을 집에서 길거리로 끌어내며, 문화적 활기를 북돋우고 공적 공간에 대한 소극적 감시에 참여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P113



대학 캠퍼스

캠퍼스 전경, 강의실, 연구실 그리고 기숙사는 학교의 사회적 인프라 중 가장 가시적인 요소들이다. 한편 학교 캠퍼스의 경계와 가장자리 또한 중요한 사회적 인프라다. 학생들이 공공문화에 참여하는 방식 및 그들과 전혀 다른 타인과 교류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지, 배운다면 어떻게 배우는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공립, 사립 가릴 것 없이, 몇몇 학교들은 모든 지역 주민들에게 시설을 개방하고 편의를 제공하는 반면 몇몇 학교들은 캠퍼스 가장자리에 게이트와 경비원을 두고 이 공간에 허락된 소수의 사람들만 들여보낸다. 최근 몇 년 동안에는 사이버 고등학교와 대학교가 물리적 캠퍼스라는 개념 자체를 완전히 탈피하고 인터넷이라는 인프라를 통해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대부분의 교내 사회생활을 제거해버리는 사례도 나타난다. 그러나 학문적으로 가장 뛰어난 성취 향상을 보이는 학교들은 대개 교사와 학생이 서로 얼굴을 맞댄 교류가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장소를 끈질기게 고집한 학교들이다. 서로를 알아갈 수 있는 소규모의 친밀한 장소들은 젊은이들이 시민 참여 및 공동체 형성 기량을 기를 수 있는 이상적인 장소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학습하기에 이상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P129
"상위권 대학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값비싼 건물과 캠퍼스 시설, 편의 시설 등을 유지하는 데 투자하는 대신, 미네르바 스쿨은 세계 주요 도시의 풍부한 자원을 인프라로 사용합니다." 내가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에 위치한 미네르바 스쿨 본교를 처음 방문한 것은 2017년 봄, 두 번째 학년도가 끝나갈 무렵이었다. 미네르바 스쿨의 최고 제품 관리자 조너선 카츠 먼 Katzman은 자신이 이끄는 팀이 미네르바 스쿨의 인프라스트럭처를 현대적인 생활양식 및 학습 스타일에 적합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저희는 두 가지 원칙을 고수했습니다. 첫째, 학생들을 도시에 거주시킨다면, 해당 도시의 특징과 편의 시설들을 적극 활용할 것. 학생들은 각 시에 있는 도서관에서 공부해야 합니다. 동네 카페도 괜찮죠. 연주회장이나 극장, 운동 시설 등을 학교가 따로 지을 필요도 없습니다. 저희 학생들이 가는 도시마다 그런 건 다 갖추어져 있으니까요. 학생들이 도시 인프라를 사용하도록 돕기도 합니다. 이곳에 있는 문화 관련 주요 기관에는 봉사 활동 및 교육을 담당하는 직원들이 있습니다. 저희 학생들은 샌프란시스코 오페라하우스에서 오페라 공연을 하는 법을 배웁니다. A.C.T. 극장에서 연극 공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노숙자를 돕는 일이나 공중 보건영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봉사 활동도 합니다. 학생들은 매일매일 진짜 도시와 교류하고 있습니다." 미네르바 스쿨에서 사용하는 사회적 인프라는 확실히 누군가 비용을 대고 있는 인프라이긴 했지만, 그게 학생들은 아니었다.---P157



텃밭과 녹지

쿠오와 설리번은 아이다 웰스 주택단지와 더불어 사우스사이드에 있는 또 다른 대규모 공공 주택단지인 로버트 테일러 홈스 단지를 대상으로 범죄 및 폭력 감소에 녹지가 어떠한 도움을 주는지를 한층 더 깊게 조사하기 시작했다. 우선 예상한 바와 같은 사실들이 발견되었다. 녹지가 잘 관리되고 주민들도 녹지를 자주 이용하는 경우가 그러했는데, 이는 곧 길 위의 눈을 통한 수동적 감시가 더욱 잘 이루어졌을 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주인 의식과 관리 책임을 더 많이 느낀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P119
그로잉 홈과 같은 시민 단체가 지난 10년 동안 노력한 덕분에, 이제 시카고에는 식별 가능한 공동체 텃밭과 도시 농장이 800여 개 존재하며, 운 좋게도 이 텃밭과 농장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실제로 혜택을 얻고 있다. 최근 자연이 보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방안에 관한 학술 문헌을 검토하고 정책 언명을 발간한 미국 공중보건 학회 APHA에 따르자면, 공동체 텃밭은 과열된 도심의 온도를 낮추고 그늘을 제공하는 것 외에도 수많은 이점을 가져다준다. 세대 내 그리고 세대 간 교류를 활성화해 사회적 고립을 완화하고 응집력과 사회참여를 증진하며 동네에 대한 애정도 키워준다.  공동체 텃밭을 자주 방문하거나 지나쳐 가는 사람들의 스트레스 수준을 낮추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자연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심어주며, 과학 학습 현장이 되어주기도 한다. 또한 건강한 식품을 조달한다. ---P189
녹지에 대한 평등한 접근권을 추구하는 시민 단체 시티 프로젝트의 말을 빌리자면, 옴스테드가 작성한 보고서는 "저소득층이 대부분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는 지역에 거주하며 여가를 누릴 기회도 적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고, 공원과 여가 시설을 구상할 때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도 알고 있었다." 보고서에 포함된 권고 사항으로는 '공립 해수욕장 증설', '로스앤젤레스 및 샌가브리엘 강가 녹지화', '지역 공원 시스템에 주변 숲 지역 및 산지 통합' 등이 있었다. 계획은 상당한 호평을 받았지만, 로스앤젤레스의 실세들은 옴스테드의 주요 제안들을 하나씩 묵살했다. 게다가 이후로 수십 년간 도시 발전의 주체들이 인종차별적 계약과 토지사용제한법을 시행하며 로스앤젤레스의 분열과 불평등을 옴스테드가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시절보다 한층 더 심화해버렸다. 오늘날 로스앤젤레스에는 미국에서 가장 호화로운 주택과 해수욕장, 컨트리클럽 등이 모여 있으며, 로스앤젤레스에서도 부유한 동네에 사는 주민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다. 빈곤층 거주 지역에는 공원조차 부족하다. ---P210



수영장

월츠는 수영장이 응집과 갈등의 주요 장소가 된 이유는 "사람들이 공동체를 형성하고 공동체 생활의 사회적 경계를 정의하는 곳이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이들과 함께 하나의 풀장에서 헤엄친다는 경험은 매우 친밀하고 사교적인 교류가 오갔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같은 공동체에 속한 일원으로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반대로, 어느 개인 혹은 집단을 수영장에서 배제한다면 사실상 그들을 사회적 타자로 정의하는 것이나 매한가지다."---P228



운동경기장

운동 경기장은 공동체의 결속력을 도모할 목적으로 특별히 건설한 신성한 장소일 수 있으며, 본래 사회적· 정치적 세계에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범주나 위계질서도 대개 이곳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위대한 인류학자 빅터 터너는 이러한 공간들을 가리켜 반구조적이라고 묘사했다. 다른 상황이었더라면 서로 적대적이었을 사람들이 이러한 '코뮤니타스 ommunitas'에서라면 서로 같은 경험을 향유하며 놀 수 있기 때문이다. 코뮤니타스는 모든 참여자의 사회적 지위가 동등해지는 동시에 금지되어 있던 종류의 사회적 유대가 갑자기 독려되는 역치적 iminal 인 상황을 말한다. 때로는 이곳에서의 특별한 교류가 오래도록 영향을 발휘하기도 한다. 분열한 집단들이 이 경험을 계기로 공동의 인류애를 인식하고, 운동 경기장 바깥에서도 더 의미 있는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P244



종교단체

중교 단체가 매우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그곳에서 단순히 예배만 드리는 게 아니라 공동체 형성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종교 기관은 도덕적· 영적 관심사를 중심으로 나아가며 신도들의 삶에 깊이 관여한다. 비록 규모와 자원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이기는 하지만, 대개 교회와 모스크, 유대교 회당 등은 대체로 그 시설 내에서 교육, 스터디 그룹, 운동 경기, 아이 돌봄, 노인 지원 등 여러 종류의 사회적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몇몇 이들은 종교 시설 바깥에서도 사람들과 교류하고 사회적 교량을 건설하려 애쓰는 한편, 다른 몇몇 이들은 종교적 생활과 여타 생활을 구분한 채 집단 구성원들이 필요로 하는 바를 충족시켜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 어느 경우든 이와 같은 종교 단체들이 사회적 인프라로서의 의의를 가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사회적 인프라는 전통적인 하드인프라와
더불어 형성될 수 있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싱가포르의 마리나 댐 및 저수지, 로테르담 물의 광장인 벤템플레인, 리빌드 바이 디자인 공모전 이야기를 하며 앞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가 닥칠 때마다 모든 하드 인프라를 재정비하고 재건할 수 없는 한계를 말하며 하드 인프라와 사회적 인프라를 더불어 형성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면  방조제나 빗물 재활용 설비 등 기후와 관련한 값비싼 안전시설을 공원이나 광장으로 활용하는 경우에는 사람들은 이러한 장소에 정기적으로 모이면서 훗날 재난이 발생했을 때 커다란 도움이 될 비공식적 지지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고, 꼭 기상과 관련하지 않더라도 원래부터 온갖 종류의 단체 시설에 대하여 기반을 제공하는 지역사회단체와 종교 사회단체 또한 사회적 인프라를 형성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리인벤터 서울 프로젝트들에서 파생된 신내 콤팩트 시티 국제 현상 공모에 영감을 준 책입니다. 도시의 독특한 하드 인프라 공간들을 (고속도로, 철도 등 도시의 유휴지이기도 하고 산업의 변화에 따라 용도 폐기된 산업 유산들) 입체적으로 계획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고민하는 시간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위에 요약한  공간들을 만든다는 것은 어떤 장소적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인지 고민했고, 또  그 곳은 시민들이 모여 살기 좋은 장소를 만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곳이라는 학습된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결국은  열악한 하드 인프라에 어떤 구체적이고 기술적인 장치를 더해야 사람들이 관계를 맺는 사회적 장소를 만들수 있는지.... 그것은 어쩌면 융복합적인 사고가 가능한 건축가의 몫이 아닐까 생각해 보며.....책을 강추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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