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취향과 성격을 이해하고 나를 발견하는 4단계 과정
무지개가 일곱 색뿐이겠냐만은
취향은 나를 나로 살게 한다
성장기에는 부모님과 특별한 경험을 많이 나누지 못했지만, 그들의 헌신과 사랑 속에서 자란 것 같다. 아빠의 과격함이나 엄마의 부족한 점이 싫었던 적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모든 가정에는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전히 아빠는 과격하고 말이 섬세하지 않으며, 엄마는 헌신과 사랑에 비해 살림은 잘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들은 할 수 있는 만큼 책임을 다하려고 항상 노력해왔다.
이제 마흔이 넘은 나는 더 이상 부모님의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자본의 수혜를 받으며 살아갈 수는 없다. 나의 행복은 가족이 아닌 나 자신을 찾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남편과의 관계, 아이를 양육하는 방식, 가족과의 소통, 나아가 사회의 일원으로서 존재감을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행복은 결국 자율성과 자발성을 기반으로 한다. 에리히 프롬의 저서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에 따르면, 자발성은 감정은 물론 지적, 감각적, 의지의 영역에서도 이루어지는 창의적 활동이라고 정의된다. 또한, 자발적 활동은 고독이라는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사람들이 무기력한 이유는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닌 다른 사람이 원하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스로 주체성을 가지고 자발성을 가지게 되면, 창의적으로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다.
그러니 지금 무기력한 일상에서 벗어나 무언가를 해보려는 마음이 잠시라도 생긴다면, 일단 나를 똑바로 바라보자. 과거의 모습과 미래의 모습이 섞여도 괜찮다. 그 가운데 지금의 나에서 자랑스럽고 괜찮은 부분을 발견하길 바란다.
'행복을 위한 자기 발견'은 네 단계로 나눌 수 있다. 네 단계는 자기 탐색, 새로운 시도, 중간 반성, 핵심 정의로 볼 수 있다. 이 과정은 정해진 것이 아니므로, 일정 시간이 지나거나 작은 이벤트, 변화가 생기면 새롭게 알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1단계. 자기 탐색: 나의 생활 패턴을 제삼자 입장에서 관찰하기
과거부터 현재까지 나에게 즐거움이나 만족을 준 활동이나 관심사를 자유롭게 정리해보자. 내가 주로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어떤 방식으로 대화하고, 어떤 어휘를 사용하는지 등을 다양하게 알아보는 것이다. 평소의 생활 습관, 행동 방식, 대화 주제, 관심 영역, 시간을 보내는 방법, 하고 싶은 것, 소비 패턴, 양육 방식 등 평소 인식하지 못했던 것들을 3인칭 관점으로 관찰해보면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최소한 1주일간 자신을 염탐하며 직접 기록해보면, 눈에 띄는 변화가 있을 것이다.
내가 적어본 예시는 다음과 같다. 조금 부끄럽더라도 남편이나 아이,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나의 소비 패턴이나 물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다. 몇 가지는 예전부터 생각해온 것들이 실천에 옮겨져 변화된 것들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나의 옷차림이나 자주 하는 행동, 말투, 불만 등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나의 취향이 드러난다.
나의 취향은 주변 사람들이 나를 떠올릴 때 만들어지는 이미지와 연결된다. 예를 들어, 아이가 “엄마가 좋아하는 코끼리가 나왔다”고 하며 TV를 보라고 할 때, 남편은 평소 즐기지 않더라도 기념일을 맞아 횟집을 예약해준다.
동생이 "언니는 스스로를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아"라는 말을 해주었다. 사실, 나는 패션 센스가 뛰어나고 문학이나 음식 취향이 확고한 동생에 비해 무미건조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취향은 물려받은 문화 자본이나 사회적 자본뿐만 아니라 신체적 특성, 기질, 환경의 영향으로 형성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기 탐색에서 객관적인 성격 유형 검사를 활용할 수도 있다. 성격 유형은 사람들의 사고, 감정, 행동 방식에 나타나는 패턴을 통해 분류한 것이다. 이 검사에 맹신할 필요는 없지만, 성향의 차이를 인정하고 다른 사람의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을 이해하면 오해에서 비롯되는 갈등을 줄일 수 있다. 또한, 나의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이 어떠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도 있다.
MBTI (Myers-Briggs Type Indicator)
최근 가장 널리 알려진 성격 유형 검사로, 16가지 성격 유형으로 나눈다. 외향형(E)과 내향형(I), 감각형(S)과 직관형(N), 사고형(T)과 감정형(F), 판단형(J)과 인식형(P)으로 구분된다. 나는 ENTJ로, 사람들 사이에서 에너지를 얻고 전체적인 패턴과 가능성을 통해 정보를 받아들이며 논리와 객관성을 중시하여 결정을 내린다. 생활방식을 구조화하고 계획하는 것을 선호한다. 반면, 남편은 ISTP, 아이는 ENFP로 나와는 다른 성격 유형이다. 아이는 어리기 때문에 변화 가능성이 크고, 가족과 성격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참고하는 정도이다. 하지만 남편의 ISTP 성격은 ENTJ인 나와 잘 맞는 편이다. 그의 현실적이고 유연한 사고방식은 나의 완벽주의 성격과 불안증을 완화하고 일을 추진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반면, 남편의 냉소적이고 개인주의적인 면은 존중하려고 노력한다.
Big Five (다섯 가지 성격 특성 이론)
성격을 다섯 가지 주요 차원으로 분류한다: 외향성, 호감성, 성실성, 신경성, 개방성. 이 이론은 개인이 자신의 성격을 이해하고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외향성은 외부 세계와 얼마나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는지를 나타내며, 호감성은 다른 사람들과 얼마나 협력하고 친절하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의미한다. 성실성은 신중하고 계획적이며 목표 지향적인지를 보여주고, 신경성은 불안, 스트레스, 분노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얼마나 쉽게 경험하는지를 나타낸다. 개방성은 새로운 경험과 아이디어, 창의적인 활동에 얼마나 열려 있는지를 반영한다.
애니어그램 (Enneagram)
사람들이 서로 다른 성격 유형을 이해하고 자기 성장과 관계 개선에 도움을 주기 위해 개발된 심리학적 모델로, 사람들을 9가지 기본 성격 유형으로 분류한다. 각 유형은 독특한 동기와 두려움을 기반으로 하며, 여러 가지 성격이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 있으므로 어느 한 성격에 자신을 맞추어 볼 필요는 없다.
완벽주의자(The Reformer): 옳고 도덕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 하며, 오류를 피하려고 한다.
도움을 주는 사람(The Helper): 사랑받고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어 하며, 타인을 돕는 것에 만족감을 느낀다.
성취자(The Achiever): 성공하고 인정받고 싶어 하며, 목표 지향적이다.
개성 추구자(The Individualist): 자기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을 발견하고 표현하고 싶어 한다.
탐구자(The Investigator): 세상을 이해하고 지식과 지혜를 쌓고 싶어 한다.
충실한 사람(The Loyalist): 안전하고 확실한 환경을 만들고 싶어 하며, 불안정한 상태를 두려워한다.
열정적인 사람(The Enthusiast): 삶을 즐기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행복을 추구한다.
도전적인 사람(The Challenger): 통제력을 유지하고 싶어 하며, 강한 리더십을 발휘한다.
평화주의자(The Peacemaker): 내외적으로 평화를 유지하고 싶어 하며, 갈등을 피하려고 한다.
2단계. 새로운 시도: 아직 잘 모르겠다면 버킷리스트를 실행해 보기
자신을 이해하려는 탐색의 시간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경험을 하고자 하는 의욕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므로 새로운 시도를 하여 나를 알리고 나만의 취향과 관점을 찾아가야 한다. 타인을 바라보는 시각을 확장하고 경험을 쌓는 것은 나 자신과 소통하고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요리, 예술, 독서, 여행, 운동, 취미 등 다양하게 시도해보는 것이 좋다.
물론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위해 항상 거창한 결심을 할 필요는 없다. 작고 사소한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가족과 함께 나가서 좋아하는 음식을 먹어보는 것도 좋고, 카페에 가서 평소 좋아하지 않던 음료를 시도하는 것도 좋다. 뮤지컬 관람, 체험 학습, DIY 프로젝트, 동호회 활동 등 주저하지 말고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자. 이러한 노력은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나의 정체성을 알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1) 버킷리스트 만들기
새롭게 하고 싶은 것을 단순한 문장으로 20가지 정도를 작성한다.
그것들을 달성할 기한을 정한다. 대개 연초에 하는데 나는 학기가 시작되는 때, 새로운 달이 시작되는 때, 생일이 지나는 때, 남편과 싸운 날 등으로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 편이다.
1단계에서 알게 된 나의 성격은 나에게 딱 맞지는 않다. 그래도 나의 성격은 ENTJ이고 Big5에서 신경증을 신경성을 포함한 다섯 가지 성격 모두 높은 수준인 편이며, 완벽주의자와 탐구자 유형에 가까운 편이다. 그래서 버킷리스트는 오히려 힐링이나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것 같다.
내가 썼던 지난해 버킷리스트와 성취이력을 떠올려보면 다음과 같다.
매월 적금을 들어서 결혼기념 깜짝 선물하기 - 성공(결혼 10주년 기념으로 가느다란 순금 목걸이 선물)
가족과 캠핑 가서 불멍 하기 - 성공
복근 만들기 - 실패
10kg 체중 감량 - 성공
건강 검진, 치아 치료 하기 - 성공
아이와 책 100권 읽기 - 절반의 성공
발성, 말하기 공부 - 절반의 성공
여행 관련 자격증 따기 - 실패
2) 버킷리스트를 이룰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체크리스트 만들기
생활 속에서 버킷리스트를 이룰 수 있도록 만드는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실천해 보고 실천 여부를 기록한다. 나는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내가 실천하여 루틴으로 자리 잡아가는 과정을 기록하였다.
매월 개인 적금을 위해 용돈 아끼기 위해 커피 줄이기, 안 쓰는 물건 팔기
캠핑장 예약일정, 준비물 확인, 일정 확정, 준비물 구매
10kg 체중 감량을 위한 매일 간헐적 단식, 매일 만보 걷기, 식단 기록
건강검진, 치과진료 예약 잡기, 짝수 홀수 출생년에 따른 무료 검진 리스트 확인도서관 매주 화, 목요일 방문하기, 독서노트 작성하고 20권마다 외식하기
3단계. 중간 반성: 내가 어떤 선택을 했는가?
나에게 새로운 경험을 통해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에서 중간 점검이 필요하다. 내 인생에서 스스로가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행동한 후 그에 대한 성찰이 동반되면 경험을 통해 나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
나의 취향은 무엇이고, 무엇을 좋아하며, 무엇을 시도하는지 점검해보자. 무엇이 기쁘고, 어떤 활동이 나에게 의미가 있는지를 기록하는 것이 좋다. 나의 주관적인 행복감, 즐거움, 만족감을 체크하며 나의 마음과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때 버킷리스트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올 수 있다. 만약 내가 어떤 경험을 소중히 여긴다면, 그 경험을 일상에서 어떤 방식으로 지속할 수 있는지를 고려해보는 것도 좋다. 새로운 체험에 대한 나의 태도나 반응이 어떤지를 세세히 기록하며 중간 반성을 해보면 더욱 진정한 나를 발견할 수 있다.
4단계. 핵심 정의: 나를 나로 살게 하는 것들
나를 구성하는 소중한 요소를 구체적으로 정리해보자. 정체성과 관련된 요소에는 취향, 가치관, 신념, 목표, 연관된 사람들 등이 포함된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은 무엇인지, 나를 진정으로 이끌어주는 것들은 무엇인지 탐구하고 정리해보면 나의 정체성을 보다 확고하게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1) 가치 우선순위
2021년 17개국 국민들 대상으로 살므이 의미로 꼽은 가치들을 보여준 기사가 있다. 우리나라는 물질풍요, 건강, 가족, 전반적 만족, 사회와 자유를 들었다고 한다. 다른 나라들은 가족이 1순위인 나라가 많았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꼽은 가치에는 직업, 친구, 취미 등이 보인다.
나에게 중요한 가치를 꼽아보자면 가족, 건강, 취미, 직업, 자유라고 대답할 것이다.
출처 : 삶의 의미 어디서 찾냐 묻자… 한국인만 이걸 1위로 꼽았다 (hani.co.kr)2) 의사결정 매트릭스
중요한 가치를 이룰 수 있는 활동은 다양하다. 그것들을 모두 할 수는 없다. 활동을 통해 이룰 수 있는 목표들을 정하고 그것들의 가중치를 임의로 정한 다음 활동마다 각 목표 달성할 수 있는 정도를 점수화하여 기입하고 그 총합을 통해 비교해 볼 수 있다. 이때, 점수는 주관적일 수도 있고 가중치에 따라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염두하는 것이 좋다. 잘못하면 어중간한 활동이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나의 소중한 정체성이 드러나고, 가족과의 관계를 통해서도 나를 더욱 잘 이해하게 된다. 나의 모든 선택이 나 자신에게 맞춰져 있기 때문에 진정한 나를 잃지 않고, 내가 나를 잘 알고 있다는 자각은 결국 남편과의 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자신을 사랑하고 받아들이는 일이기 때문에, 나 자신을 수용하는 일은 나와 주변 사람들에게도 편안한 관계를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부모가 아닌 나로서의 새로운 정체성은 남편과 아이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모든 관계는 내가 나 자신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소중히 여기는가에 따라 다르다.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내가 만나는 지점은 이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므로 이 과정을 통해 나의 취향이 내 삶의 기준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 변화는 주체성과 자발성으로부터 시작되며, 스스로를 사랑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자신의 삶을 자신답게 살아가는 길이 이 과정을 통해 시작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