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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효진 Mar 31. 2017

작은 가게, 문화 만들기(3)

 System: 열심히 하지 말고 잘~해라

 ‘누구나 열심히 하니까, 제발 잘해라’

애플의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스티브 잡스의 매혹적인 프레젠테이션이 많은 이슈가 되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나의 은사님은 스티브 잡스 못지않게 피칭을 잘하신다. 분명 밝고 유쾌한 분위기로 발표하는데 점점 사람들을 압도하는 느낌이 수업을 들을 때마다 들었던 것이다. 워낙 현업에서 잔뼈가 굵으셨고 많은 데이터를 꼼꼼하게 정리해 만들어진 발표 자료라서 더 자신감이 넘쳐 보였는지도 모른다. 이 은사님이 늘 하시는 말씀이 있다. ‘누구나 열심히 하니까, 제발 잘해라.’ 잘하는 사람이 하는 말이라 더 아프고 정신이 번쩍 드는 말이다. 열심히 하는 거 이왕이면 잘해야 하지 않겠는가.


아무리 작은 가게라도 운영을 잘하기 위해서는 신경 써야 할 부분이 꽤 많았다. 일단 기본적으로 상품의 구색을 맞추고 제고 정리와 비용처리 등 일상적인 것부터 문화행사의 기획, 운영과 관리, 홍보, 네트워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신경 써야 할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럴 때마다 은사님의 말씀을 떠올렸다. ‘제발 잘하라.’ 열심히 해보고나 이런 말을 떠올려야겠지만, 선생님의 그 말이 이상하게 출근길마다 힘을 주었다. 그리고 좀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려고 애쓰게 되었다. 과연 어떻게 하면 하나에서 열까지 이 많은 일들을 잘 처리할 수 있을까? 작은 가게는 혼자 혹은 적은 수의 인원이 일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분명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빼놓지 않고 업무를 처리할 수 있으며, 여기에 습관을 들여야 관성이 붙어서 몸과 마음이 덜 피곤하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시스템을 세우기 위해서는 일단 가게의 운영 원칙을 세워야 한다. 가게의 철학, 목적,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나의 경우, '일상에서 문화 예술을 만나게 하라 / 문화, 예술은 공익적인 것이되 내 가게와 직원을 지킬 수 있을 정도의 영리 활동이 있어야 한다'가 기본 원칙이었다. 이 원칙을 전제로 깔고 분야별 해야 할 일의 리스트를 꾸렸다. 그리고 이 리스트에서 중복되거나 하지 않아도 되는 업무는 과감히 삭제하고 중요도 순서로 시간에 따라 분배하였다. 업무 일지를 구성하고 정해진 시간 계획대로 되었는지 체크하면 시간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예상하지 않았던 일이 생기면 평소의 에너지 몇 배를 쓰면서도 결과는 나쁜 경우가 많다. 시즌, 요일, 시간대에 따른 업무 중 반복적인 부분은 규칙을 세워 관리해야 일상적이지 않은 업무를 소화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앞의 글에서 예로 들었던 ‘직원을 팬으로 만든 편의점 사장의 근무수칙’에서도 알 수 있듯이 룰을 정하고 그것을 실천할 때 쌍방 간에 불만이 줄어드는 장점도 있다.


베스트셀러 작가이면서 성공한 뉴리치인 티모시 페리스의 <4시간>은 시스템에 대해 생각하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 언뜻 일주일에 고작 4시간을 일하면서도 많은 돈을 버는 성공한 사업가의 자랑처럼 들릴 수도 있다. 게다가 비트가 아닌 아톰의 공간에서 사업을 하는 작은 가게들에게는 정서적으로 맞지 않다고 여길 수 있다. 그렇지만 그가 이야기하는 본질은 시스템을 통해 업의 본질에 집중하라는 것이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음과 같은 순서로 시스템을 만들어보자. 우선 자기 사업을 정의해야 한다. 어떤 가치를 줄 수 있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지를 정의하는 것이다. 이 정의로부터 가게가 필요하지 않은 것을 제거한다. 만약 제거하기 힘들다면 최대한 리소스를 줄일 수 있도록 방법을 찾는다. 그리고 필요한 것은 최대한 자동화시키도록 한다. 창조력이 필요한 것에 집중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그럼으로써 80%를 만들어 내는 20%에 집중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비전을 키울 수 있는 미래를 준비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이 책을 예로 들은 것은 앞의 시스템의 과정에 대한 성공담을 참고하라는 의미도 있지만 책 중간의 한 가지 일화가 가슴에 남기 때문이다.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단순히 돈을 더 벌기 위한 요령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내게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시간을 만들기 위한 방편이고 중요한 것에 집중하기 위한 안정장치다.

오전에 넉넉한 물고기를 잡아 배에서 손질하는 어부에게 경제 전문가가 다가가 이야기하죠. 그러면 오후에는 무엇을 하냐고, 그러자 어부는 "아이들과 놀아주고, 아내와 낮잠을 자고, 저녁에는 어슬렁어슬렁 마을이나 돌아다니며 포도주를 마시며 친구들하고 기타 치며 놀죠"라고 합니다. 그런데 경제전문가는 어부에게 좀 더 조업을 해서 물고기를 더 많이 잡아 배를 바꾸고 그래서 사업으로 확장시켜 통조림 사업까지 갔다가 회사를 비싸게 팔라고 조언을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어부가 그다음에는 무엇을 하냐고 물으니  "아이들과 놀아주고, 아내와 낮잠을 자고, 저녁에는 어슬렁어슬렁 마을이나 돌아다니며 포도주를 마시며 친구들하고 기타 치며 놀죠"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것은 다 빼고 이 일화가 적힌 두 페이지만 읽어도 이 책의 값어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공간을 지키는 의무


나의 경우 대개 오전에는 제고 관리와 청소 블로그 작성 및 SNS 포스팅 등의 업무를 하였으며, 오후에 요일 별 행사와 새로운 기획을 진행하였다. 대관 관련 문의는 예약 관련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직접 예약 문의를 메일로 만 받았지만 일정한 양식을 미리 고지하여 커뮤니케이션을 줄이고 바로 연락을 취하는 방식을 취했다. 한 가지 업무를 될 수 있으면 짧게 하고 다른 업무를 하는 것이 좋았다. 두세 가지 업무를 병행할 때는 시간이 더 걸리고 몰입이 되지 않아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SNS나 블로그에 너무 공을 들이느라 정작 중요한 업무를 소홀히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남에게 보이는 것들에 시간을 보내면, 내실을 기하고 알맹이를 탄탄히 하는 작업에 금이 간다. SNS 댓글이나 태그 등에 반응하는 것은 긴급한 내용에 대한 대응이 아니라면 일정 시간을 정해서 오전 오후에 피드백을 하는 것으로 나름의 규칙을 정해두어야 한다.


 신촌이나 대학로에서의 공간은 카페의 기능을 하였지만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일요일은 출근하지 않았다. 개인 시간이 있어야 다른 이들의 여가시간을 보살필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또 커피를 담당하는 직원, 기획과 관련한 직원을 따로 두어 일을 분리하고 업무에 맞게 근무시간을 달리 했다. 각자의 영역과 권한을 두고 최대한 맡은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로 하였다. 사장이라 모든 업무를 두루 파악하면서 세부 업무까지 하는 것이 버겁기는 했다. 그렇지만 메뉴를 직접 만들거나 워크숍의 리허설을 진행하는 등의 시간은 꼭 필요한 것이라 생각했고 결과적으로 그런 시간이 나에게 많은 것을 배우게 했다.


어쩔 수 없이 직원이 없이 혼자 일할 때에는 평상시 카페 문을 열지 않은 날도 있었다.  뜨문 뜨문 찾아오는 손님 때문에 문을 열고 있는 것보다는 정해진 시간 행사에 오는 고객들에 집중하는 것이 운영에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임대료가 저렴하고 카페 수입이 전체 수입에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평상시 외부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시간 문을 열고 닫는 룰이 지켜져야 한다. 문을 여는 시간이 들쭉 날쭉하다 보니 드문드문 오던 주변 사무실 손님들도 볼 수가 없고 점점 공간이 썰렁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후 몇 달간은 일정 시간 문을 열고 닫는 약속을 실천해 보았다. 정해진 시간 출근해서 손님이 오지 않아도 청소하고 음악을 틀고 현관의 지저분한 화분을 치우고 새 흙을 채운 다음 꽃씨와 허브를 심고 정성스럽게 물을 주었다. 하루 이틀 지나면서 연둣빛 새싹이 몇 개가 올라오는지 세어보고 좀 더 볕이 잘 드는 곳으로 이리저리 화분을 옮겨보면서 가게 현관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점차 동네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호기심에 하나둘 들어와서 공간을 구경하고, 차를 한잔 시키고 공간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점점 공간이 편하게 느껴지고 더 이상 썰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 그때 내 표정도 달라졌을 것이다. 이렇게 점차 공간이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신촌에 살거나 신촌에서 학교를 다니거나 하지 않았던 내가 왕복 서너 시간의 거리를 출퇴근하면서 처음으로 그곳에 정을 붙이고 그곳 사람이 되어 간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 것이다.


인력비의 문제, 기회비용의 문제로 나처럼 공간을 상시 열어두지 못하는 작은 가게들이 많이 있다. 요새는 SNS를 통해 방문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오픈 시간을 고지하기도 하고 만약 변동 사항이 있다면 공지하기도 하는 등의 장치가 있기는 하다. 그래도 언제든지 문득 생각나면 찾아가서 헛헛한 마음을 달래주는 그런 공간이 되는 것도 고객을 위한 공간의 의무가 아닐까 한다. 공간을 사람처럼 결국 그렇게 정이 들고 아끼고 책임감을 가져야 공간의 주인장이 될 수 있다.


포맷을 구성하고 그것을 모듈화 해보는 것이다.


창의적인 문화기획에서도 시스템은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공간의 특성을 고려한 몇 가지 운영 포맷을 뽑아서 그것을 모듈화 해보는 것이다. 하나의 이벤트 기획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지만 같은 공간에서 이러한 이벤트가 반복될 때, 중복되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중복되는 부분을 중심으로 기존의 이벤트의 구성을 포맷화 시켜 두는 것이다. 이러한 포맷을 기본으로 하여 새로운 기획에서 수정 보완하면 실패 확률을 줄이면서 품을 줄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기존에 함께 작업했던 홍보물의 인쇄, 케이터링 등을 위한 외부 협력 업체의 리스트와 견적 사항을 미리 뽑아두고 긴밀하게 연락할 수 있게 해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인원이나 품질에 따라 몇 가지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기본 기획 구성에 추가하여 전체 기획을 도출하기에 효율적이다. 함께 작업한 강사와 예술가의 리스트도 그때그때 작성하고 네트워크 등으로 만나게 된 관계자들도 포함시켜 섭외할 때 참고하도록 한다.


공간의 활용에 대해서도 구획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 필요에 따라 평상시 제품의 판매 등을 통한 외부 손님을 위한 공간, 회의나 워크숍과 같은 몰입을 위한 공간, 내부 인원이 머물 수 있는 공간, 셰어 하는 공간 등으로 나누는 것이다. 대관이나 내부 행사 이벤트 등의 특별한 일이 있을 경우 이들 공간을 통합적으로 활용하여 다채롭게 할 수 있고 따로 또 같이 운영하여 서로 다른 목적으로 방문한 고객들에 대응할 수 있다. 혹시 외부 대관 등으로 기존 고객들이 발을 돌려야 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으니 이 부분에 대한 공지 체계와 보상에 대한 부분도 고려해두는 것이 좋다.


기획에서도 앞의 글에서 기획의 요소별로 해야 할 리스트를 중심으로 일지를 만든다. 그간의 리뷰를 활용해서 포맷화, 모듈화를 한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이러한 포맷을 뒤집어 보아도 좋다. 참신함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을 바꾸는 데 있기 때문에 기존의 것을 잘 정리해 두는 것은 무엇으로 보나 중요하다.



외부 서비스 도입


 또 결재수단, 모객 및 홍보 활동 등에서 외부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도 참고할 만하다. 특히 모바일 기반 서비스가 고객 접점에서는 더욱 효과적이다. 고객들 은주로 모바일을 통해 곳곳에 숨은 작은 가게들을 찾고 모바일에서 직접 확인하고 바로 결제까지 하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네이버의 모두(https://www.modoo.at/home) 같은 모바일 홈페이지 서비스, 집밥(https://www.zipbob.net/)과 같은 지역기반 모임 서비스, 포잉(http://www.poing.co.kr/home) 같은 레스토랑 예약 서비스, 클라우드 스페이스(https://spacecloud.kr/) 같은 공간 대관 서비스, 터칭(http://www.mytouching.com/) 같은 교통카드와 멤버식 카드를 접목한 서비스 등을 활용하여 홍보와 운영에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 참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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