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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효진 Jun 16. 2020

아침밥을 챙겨준다는 것

아끼고 귀하게 여기는 마음

청첩장을 들고 은사님께 인사하러 갔을 때, 선생님은 남편 아침밥을 꼭 챙겨주라고 하셨다. '네'하고 대답하였지만 쉽지는 않았다. 신혼 이후 출산과 육아, 맞벌이 등의 그때그때의 이유로 아침은 잘 챙겨먹지 못했다. 신랑도 여자가 남자한테 아침을 챙겨줘야 한다는 마인드도 아니라서 시간이 되면 알아서 간단히 챙겨먹고 나가거나 출근해서 간편식을 사먹는 식으로 아침을 해결했다.


우리는 일종의 불문율같은 것이 있는데, 서로의 생일 아침상은 무슨 일이 있어도 챙겨줘야 한다는 것이다. 미역국만 있으면 일단 합격인데, 여기에 들어가는 소고기는 꼭 한우여야 한다는 것만 빼면 비교적 간단하게 생일 미션을 클리어 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생일날 아침을 생각해보니, 아침밥을 챙겨준다는 것은 아침의 단잠을 박차고 일어나 먹이고 싶은 이를 위해 칼과 불을 써서 따끈하게 차려진 한상을 사랑하는 사람 앞에 내어 놓는 뿌듯함이었다. 매일매일이 고단해서 아침 15분의 잠이 더 건강에 좋을 거라는 핑계보다는 아침을 함께 먹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이 몇배나 힘이 나는 것임을 모르지 않다.


마치 운동처럼, 하기는 싫지만 막상 하고 나면 정말 행복해지는 아침밥의 매력을 잊고 있었다. 매해 딱 두번 서로의 생일을 챙겨주던 아침상 외에 몇번이라도 아침을 준비하고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그 잠깐의 시간에 딱 한공기 국밥이든 토스트든 볶음밥이든 상대방이 챙겨준 음식을 대접받고 집을 나서는 기분은 그날의 스트레스 열중 두어개는 없는 셈 칠 비타민이 되어줄 것이다.


지난 일요일 저녁, 내일부터 아침 차려주겠다고 하니 신랑은 반신반의했지만 6시 반에 일어나 준비하고 차려준 밥을 다먹고 나설때의 기운찬 표정이 내심 흐뭇하게 했다. 그리고 오늘 이틀째 아침을 차렸다.  작심하루 아니었냐며 내심 지켜보던 남편은  의기양양하게 차린음식 딱 비워주고 기분좋게 포옹하고 출근했다.


 나도 뭔가 시작을 잘 한 느낌이라 그 하루를 좀 더 의미있게 보내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운동을 할까. 책을 볼까'


아침밥을 챙겨주라는 선생님의 말씀은 여자라서 남자 챙기라는 구시대적 발상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 수록 소원해지는 일상에서 서로의 애정을 공고히해줄 간단한 방법을 알려주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잠깐의 수고로움으로 상대방에게 매일 에너지를 줄 수 있다는 기쁨은 사실 조금만 부지런해지면 가능했다는 사실을 깜빡 잊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에너지는 결국 내게도 돌아온다는 사실에 좀 더 익숙해질 수 있기를. 작심 N일이 되기를 소망한다.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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