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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효진 Nov 23. 2020

항상 애매한 것이 문제다.

내 주관을 가지는 것, 기준을 만드는 것

살면서 많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 대학입시나 결혼같이 엄청난 선택들도 있었지만, 매일매일의 점심 메뉴 고민이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결국에 사지도 않을 옷을 고르는 때도선택지를 앞에 두고 입을 오무리고 손가락을 두드리곤 한다. 

사람 뇌라는게 단순해서 한번 설정해둔 판단 프로세스가 있으면 다음에는 자판기마냥 고민없이 판단하게끔 설계되어있다고 한다. 그래서 브랜드라는 것도 말인장을 찍어 두듯이 사람들에게 '원래 내 취향이라서 사야하는 것'이라고 인식하게 하는 전략 중 하나다. 취향때문에 판단하는 것인지 그런 판단들로 취향이 규정되는 것인지지, 계란이 먼저인지 닭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이 가는 무언가가 있고 그래서 불합리해 보여도 그걸하고야(갖고야) 마는 일을 저지르는데 용감하기가 계백장군같다. 

그런데 그런 취향이라는게 없는 사람들의 특징이 참 애매하다는 거다. 대부분은 능동적으로 나서서 무얼 하자고 하지도 않는다. 그저 그때그때 기분이나 분위기에 따라서 이러기도 하고 저러기도 해서 일관성이 없어보이고 주관도 없어보이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후회도 많이 하는 편이다. 곰곰히 생각해보건데 이런 사람들이 피곤하게 많이 움직이고 돈도 많이 쓴 것 같은데도 후회가 많은 것은 딱 정해둔 기준이라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변에 이끌려 이런것도 해보았다가 저런것도 해보았다가 이것도 샀다가 저것도 샀다가 하다보니 그것들이 합체가 안되어서 어수선해지기만 한다. 일상도 집안꼴도.

그래서 생각해봤다. 그간의 시행착오를 면밀히 검토해서 기준을 만들어보자고. 일종의 나라는 사람의 견본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물론 사람이라는게 꼭 같게만 살수는 없고 내가 만든 견본이 꼭 나일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돈과 시간 낭비를 줄이고 만족도를 높여서 좀 행복해지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가장 바깥부터 본다면 외모라고 할 수 있겠는데 옷입는 스타일이나 머리스타일이런 것들이다. 직업이나 주로 여가시간을 보낼때 하는 활동과 배경을 고려해본다면 대충 선택지는 모아질것이다. 그 모아진 선택지에 어울리는 브랜드나 셀럽을 찾아보고 내가 가진 옷들이나 기존에 했던 스타일과 매치해보면 최악의 선택지는 사라지게 된다. 내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내 머리카락은 무슨 색인지, 나와 가장 어울리는 색이 무엇인지 좀 더 알게 될 것이다. 

두번째라면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기준이다. 음식, 음악, 운동, 연예인, 영화나 소설 같은 콘텐츠 들 중에서 그동안 인상에 남았던 것들을 그려보다가 좋았던 것들을 꼽아보는 것이다. 그 쪽으로 좀 더 파고 들어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함께 했던 사람들의 성향이나 가족관계나 친구관계 등 여러 이미지가 함께 떠오를텐데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꾸준히 함께 하는 사람들을 떠올려볼 수 있을 것이다.  

세번째 만들어두면 좋겠다고 보는 게 생각하는 방식의 기준이다. 평소 속에도 없는 말로 양보했다가 이불킥 했던 사람들이라면 애당초 마음에도 없는 양보는 넣어두는 연습을 해보는 것이다. 대신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게 담백하게 거절하고 내 의견을 말하고 내 입장을 공감하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기술을 익히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엉뚱한 상황에서 어떤 의사결정을 하게 될지, 어떤 반응이나 결론을 얻어내도록 대화해야 할지가 보일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덧셈뺄셈의 기준이다. 세번째가 일상에서의 작은 판단들과 관련된 것이라면 이건 좀 장기적이고 좀 더 중요한 것에 관한 것이다. 어느정도 손해까지는 감수하되 어느정도까지 투자를 할 지에 대한 것이다. 이건 단순히 수익률을 따지는 금융의 이야기만은 아니고, 내가 현재 삶을 살면서 공부든 일이든 인간관계든 시간을 투자하는 것들에 대한 것이다. 물론 가족간의 사랑이나 덕질같이 무조건적인 건 제외다. 그 기준을 너무 낮게 잡아도 투자대비 돌아오는 것이 거의 없어서 나쁘지만 너무 높게 잡아도 힘들어지기 마련이니, 어느정도까지 내가 감내할 수 있을것인가의 기간이나 집중할 수 있는 할당량 같은 걸 정해두는 것이 좋다. 그런 기준 없으면 쉽게 지치기 마련이다. 


 '그간의 시행착오'를 기준으로 만들어 내는 나만의 기준은 어느정도 나의 일상과 인간관계에서 나를 규정하고 있었을 것이고, 그것을 통해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그 기준을 정해두고 그것을 기준으로 판단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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