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의 신비
무용담이라고 해야하나. 내가 임신기간 총 늘어난 몸무게가 3kg였다고 하면 놀라는 이들이 많다. 당장 동생은 거의 20kg가까이 늘었는데 어쩌면 그럴수 있느냔다. 임신전에 비해서 총 3kg 늘었는데 아이가 낳을 때 몸무게가 3.74kg였으니 오히려 임신 전보다 임신기간 내 몸무게는 줄어든 셈이다. 만삭 임산부 배에는 아이뿐만 아니라 태반이나 양수등도 있어서 출산하고 1주일만에 내 몸무게는 거의 10키로가 빠졌다. 결과적으로 임신전보다 7키로가 빠진셈.
원래 마른 체형도 아니고 통통한 편이었기때문에 남들 십몇키로씩 불어난 몸무게와 비교해서 그닥 차이도 나지 않았고, 초반 생긴것과 다르게 입덧을 좀 하느라 입맛이 안돌았던 탓도 있으며 고구마에 꽂혀서 상자째로 쟁여두고 고구마만 먹기도 했다. 중간에 배 튼살 안생기라고 로션 바르면서 몸무게 좀 관리해야겠다 생각하기는 했지만(다행히 튼살도 안생겼다) 일부러 밥을 굶거나 하지는 않았다. 생각해보면 임신부라 술을 멀리하다보니 기름지고 자극적인 안주도 안먹게 되고 해서 기존 식습관이 많이 달라져서 자연스럽게 빠질 살이었던 듯도 싶다. 중간중간 병원에서 의사를 만나 몸 상태를 살피는 것도 심리적으로 작용을 좀 했겠다 싶다. 게다가 출산 후에는 모유수유를 하느라 술이나 매운것을 못먹고 11개월을 더 지내다보니 당분간은 유지할 수 있었다.
엄마는 살이 빠지고 아이는 포동포동 커왔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면서도 아이는 엄마의 영양상태와는 무관하게 자기의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는 어떻게 해서든 뽑아먹고 있었다 싶으니 얄밉기도 하다.
임산부가 다이어트 하는 것은 걱정을 끼치는 일이다. 제대로 먹지 않으면 아이도 엄마도 좋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임신중에 아이에게 전달되는 영양이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 않다고 한다. 평소 먹던 것에서 좀 더 영양소를 골고루 챙겨먹는 정도면 된다고 한다. 그래서 몸무게가 많이 늘지 않아도 걱정하지 않았다. 칼슘 뺏기는 건 무서워서 우유는 잘 챙겨먹었다. 고구마와 잘 어울리기도 하고.
다이어트 지긋지긋하게 하고있지만 임신때만큼 먹는 것을 조절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기본적으로 절식으로 살을 빼면 기초대사량 낮춰서 요요오고, 결과적으로 몸 축나고 피부 뒤집어지면서 나이들어보이기만 해서 좀 움직임을 많이 하면서 골고루 챙겨먹는 걸 선호하는데, 당췌 운동도 못하면서 쳥겨먹는건 정말 버라이어티하다.
아이에게 나쁜 음식은 먹지 않으면서, 나에게 나쁜 음식은 잘도 들어가는 것이 오늘날의 이 뱃살의 원인이겠지. 조금 더 내 몸을 생각하면 과식하지 말고 술이나 나쁜 음식도 멀리하다보면 따로 좋은 음식을 챙겨먹지 않아도 절로 몸은 좋아진다. 이제는 추억이 된 임신부의 시절처럼 내 몸에 나쁜 음식 들이지 말고 아이와의 미래를 꿈꾸던 행복감을 가진 그런 일상을 가져야겠다.
(모든 임산부가 나처럼 해야 한다는 걸 주장하는 글은 아니라고 밝혀두고 싶다. 그런데 임산부들이 겪었을 그 과정에서 고민들이 나에게도 있었고, 이런저런 조건이 맞았던 것이 신기하다싶어서 공유하는 것이다. )
비로소 소장 장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