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체스터 Chester Nov 15. 2021

삐삐삑~ 약 먹을 시간, 약타임

약 투여기 제작..

언젠가부터 청주어머니가 치매로 고생하시고 있다..

멀리 떨어져 가끔씩 찾아뵙는 아들내미지만, 함께 있을 때는 뭔가 도와드릴걸 찾게 된다.

내가 할 수 있는거냐곤, 아침 챙겨드리고 말동무하고 시간 맞추어 약을 챙겨드리는거..


근데, 다른 건 몰라도 제때에 맞추어 약 챙겨드리는게 무척 어려웠다. 

약국에서 아침, 저녁으로 구분해 포장을 해오지만 그걸 드렸는지 아닌지 헷갈리고, 어떨 때는 어머니가 아무거나 드셔서 날짜가 섞여 있을 때도 있었다... 아침 약 갯수와 저녁 약 갯수 잔량이 서로 다를 때는 꽤 스트레스였다. 엄마 약 하나 제대로 챙겨드리지 못했나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했고...


문제가 있으면 해결책을 찾아 나서야지.. 

이리저리 알아보니 제 때에 약을 복용할 수 있는 방법 여러가지를 찾을 수 있었다. 각각 테스트해 보았고 그 중에서 '약 투여기(Dispenser)'가 제일 적합했다.

미국 회사에서 구입했는데 운송비 포함 거의 20만원 조금 안되게 들긴 했지만 써보니 아주 괜찮았다.. 복용 주기를 원하는데로 세팅할 수 있고, 해당 시간이 되면 삐삐삐삐~하고 알람 소리가 난다. 약상자에는 주기에 맞추어 약을 넣어두면 되고.. 한국 약국에서는 복용시간(아침/점심/저녁)에 맞추어 포장을 해주니 그걸 벗겨내며 넣어두면 되었다. 아니면, 약사에게서 복용시간 포장없이 받아와 복용주기대로 약상자에 넣어 둬도 됐다. 물론 잠금장치도 있고..


엄마는 아침, 저녁 두번 복용하시니 거기에 맞추어 세팅을 해 놓고 사용했다. 약 시간이 되면 요란하게 삐삐거리니 치매에 걸린 엄마도 그게 뭔지 기억하시게 되었다.. 혼자 계실 때도 드셨으니.. 물론 치매가 심해지셨을 땐 요양원으로 모셨으니 그 때부턴 쓸 수 없었다.


이런 좋은 장치가 한국에 있나 알아보니 없더라고.. 한국인은 머리와 손재주가 뛰어나다 보니 기계화에 더딘 현실이 발생한다. 참 아이러니지..


엄마에게서 본 효과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해주고 싶어 약 투약기를 직접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OEM 방식이니 실행에 옮길 업체를 찾아 검색하고 연락했다. 연결된 여러 회사 중에 일본 업체가 제일 적합해 오사카로 날아가 확인한 다음 그 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기계 이외의 다른 부품들은 우리가 직접 제작했다. 윤경씨와 충규가 많이 고생했지..

대량생산을 했다면 단가를 팍 낮출 수 있었겠지만 그렇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인지도가 높아 팡팡 팔릴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니.. ㅠㅠㅠ.. 하지만 적은 수량으로 만들어 낼 수 있던 그 자체가 행운이었다. 미국 회사의 생산분에 엎혀갈 수 있는 기가막힌 타이밍~!


이름은, 누구나 쉽게 이해되도록 "약타임"으로 지었다.. 삐삐삐삐~~~ 약 먹을 시간, 약타임~~!!

치매 가족 뿐만이 아니라 약 복용을 깜빡깜빡하는 모든 분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 



'약타임'으로 돈을 벌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한국인은 기계화에 별로 관심이 없는 곳이니까..

치매환자의 가족이 겪는 고통을 잘 알기에 도움이 되고자 치매관련 기관과 사회단체 등에 기부하고자 했었다. 하지만 상품을 기증받는다는건 담당 공무원들에게는 부담이 되나 보더라고.. 그렇다고 그런 곳에서 약타임만 콕 집어 구매할리도 없고.. 


치매환자가 있거나 장기간 약을 복용하는 지인 몇 명에게 약타임을 주었다. 자기들 고민을 해결해 준 기계라고 아주 고마워하더라고.. 


요즘엔 휴대폰과 연결이 가능한 투약기가 나왔다고 하던데 어떤지 궁금하네..

약타임이라도 널리 보급되어 꾸준히 약을 복용해야 하는 환자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


혹시나 필요한 분을 위해 판매처를 연결한다.

http://itempage3.auction.co.kr/DetailView.aspx?ItemNo=C276542220&frm3=V2





https://www.youtube.com/@allonboard7654/videos


작가의 이전글 볼일보러 졸음쉼터 들렀다 사고날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