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사람은 죽는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그 이야기를 믿는 사피엔스의 독특한 특징 덕분에 산 자들의 머릿속에서 죽은 후의 삶을 얻었지만, 어쨌든 인간은 죽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죽는다는 사실을 잊고 산다. 우리가 예술을 감상하는 이유는 문득 그 사실을 깨닫고 현재를 소중히 여기기 위함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전에서는 삼국, 특히 가야와 신라의 무덤에서 출토된 인물, 동물, 사물의 모습을 한 토기와 토우를 통해 1600년 전 죽음을 대하는 방식을 엿볼 수 있다. ‘과연 그것이 미술인가?’ 생각하면 목적은 다르겠으나, 죽은 이의 여정을 생각하며 조형물을 만들 때 의미와 진심은 아마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고대에는 죽음 이후 또 다른 삶이 계속해서 이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농경 사회에서 곡식의 씨앗을 물어다 주어 숭배했던 새의 모양을 본떠 하늘 높이 영혼을 태워 올려보냈다. 이는 말 모양, 수레바퀴, 짚신, 용 등 다양한 모양으로 나타난다. 그 모양이 굉장히 원초적이면서 단순하다. 아마 현대미술 작품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매력적인 모양의 부장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토우는 흙으로 만든 인형이다. 이런 인형들이 누군가에게 절을 하는 모습,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 춤을 추는 모습 등 일상의 순간들과 축제의 모습으로 재현된다. 고구려에서는 사람이 죽었을 때 처음에는 곡하고 울지만, 장례를 치를 때는 북치고 춤을 추고 풍악을 울리며 보냈다고 한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죽은 이를 생각하면 슬프지만, 이 인형들과 함께 가는 곳, 새로운 어딘가에서 잘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 길을 축복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죽은 이를 껴안고 우는 여인의 토우가 눈에 밟힌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 남편에게 “죽어서 흙으로 돌아가면, 그 원자가 어딘가에서 우연히 어떤 물질로 만들어져서 지구를 떠돈다고 생각하면 그래도 편안해.”라고 이야기했더니 “죽으면 끝이야. 그건 더 이상 너도 아니고 나도 아니야” 랜다. 좀 로맨틱한 답변을 바랐으나, 동의하는 바여서 입을 다물었다.
-삶이 유한하기 때문에 ‘가치’라는 것이 존재한다. 언젠가 죽기 때문에 좋은 것들을 찾고, 즐거움을 찾고, 더 가치 있는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영원하다면 내가 지금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이 과연 소중해 질까. 아무튼 이왕 사는 거 감사하고 즐겁게 살아야지. 여기에 나름의 의미 부여는 삶을 더 재밌게 만드니까 더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면서 살아야지.